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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Dec 09. 2019

유럽 사람들이 많이 쓰는 치약 브랜드는?

안녕, 양치변태 에디터M이다.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치약을 산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더라. 검색창에 ‘(나라 이름) 쇼핑 리스트’라고 치면 핸드크림과 함께 가장 흔하게 사는 게 바로 치약이다.


포장만 다르고 맛은 거기서 거기에 닦고 나면 입안에 감도는 묘한 단맛이 남는 우리나라 치약에 질려서일 수도. 아니면 생필품이란 합리적인 가격대에 오랜 시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더해져 기념품의 필요 충분 조건을 만족했을 수도 있다. 하여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에서 치약을 산다.

지난번 칫솔 리뷰를 하면서 간만에 치약에 대한 물욕이 샘솟았다. 좋은 칫솔이 있다면 더 좋은 치약을 함께 써야 하는 게 인지상정. 그래서 모아봤다. 알아야 살 수 있으니까. 각 나라를 대표하고 유서 깊은 디자인에 닦으면 목청까지 개운해지는 그런 치약을.


��이탈리아
파스타 델 카피타노 (PASTA DEL CAPITANO)

아니 파스타의 나라답게 치약 이름에도 파스타가? 파스타를 먹고 나서 쓰는 치약인가 싶었는데, 여기서 파스타는 먹는 파스타가 아니라 투스페이스트의 페이스트, 그러니까 반죽이란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난 10월 시칠리아 행이 결정되자마자 이 치약을 사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마트를 뒤져도 없더라고. 알고 보니 지금 소개할 파스타 델 카피타노는 백화점이나 가야 살 수 있는 명품 치약이었다. 가격도 제일 비싸게 주고 샀다. 75ml에 1만 5,000원 정도. 국내 갤러리아 백화점에도 팔고 있더라. 일단 고급 치약인 것만은 분명하다.

간판에 주인의 사진이 있는 집치고 맛없는 음식점은 없다는 게 내 지론인데 이건 물건에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멋진 콧수염이 난 분의 이름은 클레멘테 시카렐리 박사. 대대로 약국을 운영해 온 시카렐리 박사가 가족들을 위해 1905년 이 치약을 만들었다.

[이것도 너무 많이 짰다..]

딱 완두콩 만큼만 사용해야 더욱 깔끔하고 은은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딸기맛 풍선껌 색인데 의외로 화력이 세다. 시나몬이 들어가서인데, 에디터H는 이걸 플라스틱 맛이 난다고 하더라. 양치를 하고 뱉어내는 거품 색도 분홍빛이 돈다. 닦고 나면 입안이 개운하지만, 1만 5,000원이나 주고 사야 하냐면 흠 글쎄. 만약 좋은 외국 치약을 원한다면 기사를 조금 더 읽어보는 게 좋겠다.


��독일
아요나(AJONA)

먼저 이 치약 이름을 제대로 읽는 방법부터 짚고 넘어가자. 아조나가 아니라 아요나라고 읽는다. 가끔 아ㅈ..X나라고 읽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니니까 발음에 조심하자.


아요나는 독일을 대표하는 치약이다. 디자인보다는 오직 제품력에 집중하는 투박한 독일 사람들의 성향이 이 작은 치약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용량은 25ml로 정말 작다. 사진으로는 이 아담한 사이즈가 여러분에게 쉽게 전달되지 못할까 봐 얼마 전에 구입한 에어팟 프로와 함께 찍어봤는데, 어떻게 가늠이 되시는지.

작지만 강력하다. 일반 치약보다 5배 농축된 치약이니 정말 적은 양만 사용하는 게 맞다. 실제로 써보면 맛과 향은 10배 정도는 강하다. 오히려 일반 치약만큼 짜서 썼다가는 잇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작은 걸로 한 달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치약이다. 소량만 써도 거품이 꽤 많이 난다. 작아도 치석 제거 효과가 뛰어나고 10초 만에 입 속 박테리아가 99% 죽는 살균효과도 자랑한다. 다만 치약에서 홍어나 파마약에서 나는 뭐랄까 강한 암모니아의 향이 느껴져서 처음엔 좀 당혹스러울 수 있다. 쉽게 입에 가져가기가 좀 겁날 정도. 당연히 호불호도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또 이만한 게 없다. 다른 치약은 좀 시시하게 느껴진달까. 왜냐면 그 개운함이 정말 오래가거든.


게다가 가격도 좋다. 크기가 작아서 대부분 묶음으로 판매하는데 3개에서 4개를 5천 원 대 정도로 살 수 있다.


��파리
보토(BOTOT)

파리에 가면 다들 한 개씩은 들고 온다는 마비스치약. 그런데 파리 현지에서 마비스 보다 더 유명한 건 바로 보토치약이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현지에선 4유로에서 6유로 정도. 우리나라에서 사도 6천 원 대 정도면 구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치약이라고 알려진 보토 치약은 1755년 줄리앙 보토 의사가 당시 왕이었던 루이 15세를 위해 발명한 물건이다. 이 전까지는 치약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테니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치약이랑 느낌이 많이 다르다. 향도 맛도 일반적인 치약과 조금 다르다. 감초와 생강이 들어갔다더니 치약에 진저에일을 섞은 느낌. 감초 특유의 단맛이 양치를 하는 내내 느껴지고 입을 헹구고 나서도 계속된다. 매운 맛은 약한 편이다. 국산 치약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양치를 하고 나서 입안에 찝찝하게 남는 묘한 단맛 때문인데 이건 감초의 단맛이라 조금 낫더라. 매운맛도 강하지 않고 확실히 자연스러운 느낌. 치약이 귀족들의 사치품이던 시절, 민간요법처럼 약초로 만든 레시피의 명맥을 잇고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자연스러운 맛이다. 잇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추천.


��영국
유시몰(EUTHYMOL)

알루미늄 케이스에 진달래꽃 같은 색까지 꼭 핸드크림처럼 보이는 이 치약은 영국을 대표하는 유시몰이다. 1898년 영국에서 시작된 치약으로 빨강과 진한 녹색 포인트의 알루미늄 케이스가 너무 예쁘다. 덕분에 욕실에 두면 속된 말로 뽀대가 난다.


하지만 마음을 들뜨게 하는 진달래 꽃빛의 진분홍색에도 속아서는 곤란하다. 꼭 물파스나 혹은 아티프라인을 굳혀 놓은 것 같은 강렬한 향이 나는데 이게 정말 치약이 맞나 싶을 정도.

멘소래담에 진달래를 빻아 넣고 굳히면 바로 유시몰이 아닐까 싶다. 맛과 향만큼이나 후폭풍도 강렬하다. 매운 치약을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 양치를 하고 난 뒤의 느낌은 정말로 멘소래담으로 온 입을 마사지한 것 같은 아린 맛과 향이 이 치약의 진짜 매력이다. 아직 한국에서 구하는 게 그리 녹록하지 않지만 불가능은 아니니 걱정 말자. 가격은 1개에 5천 원 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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