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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pr 24. 2020

코로나 때문에 '월드 스타'는 방구석 콘서트 중?

안녕, 말 많고 고독한 평론가 차우진이다. 다들 외출금지의 시대를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지만, 요즘처럼 집에서 할 게 많은 때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음악 콘텐츠는 매일 같이 대단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4월 18, 19일에 열린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콘서트(방방콘)는 시작 30분 만에 글로벌 시청자 200만 명을 넘겼다. 방방콘은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로 이틀간 총 24시간 동안 방탄소년단의 지난 콘서트와 팬미팅 실황 8편을 무료로 공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19일 새벽에는 레이디 가가와 WHO가 함께 준비한 <One World Together At Home>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규모 온라인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1984년의 <라이브 에이드>보다 큰 규모의 공연이었지만 참여한 110여 명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자신의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최소한의 편성으로 공연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슈퍼M이 참여했고, 8시간 짜리 풀 영상도 있지만 일단 슈퍼M이 나온 편을 공유한다.

이밖에 바로 지금도 여러 감동적인 순간들, 그야말로 음악적 순간들이 벌어지고 있다. 라디오 헤드의 채널에서는 ‘레전설’로 불리던 온갖 콘서트가 고화질로 공개되고 있고, 핑크 플로이드도 25년 전의 <’94 Pulse> 공연을 공개하면서 코로나19를 위한 기금 모금을 시작했지.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카우치 코어‘의 영상이다. 2017년부터 ‘누구나 노래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고 평범한 시민들과 합창 콘텐츠를 만들어온 호주의 퍼포먼스 그룹인 펍 코어(Pub Choir)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의 영상을 온라인으로 전달받아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노래한 카펜터스의 ‘(They Long To Be) Close To You’를 편집해 하나의 노래로 완성시킨 것이다. 이번에만 특별히 이름도 펍 코어가 아닌 ‘카우치 코어‘라고 바꿨다.

온라인으로 콘서트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심지어 성당 미사까지 온라인으로 참여하거나 감상할 수 있다. 3월 한 달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은 자사의 모든 공연 실황을 무료로 공개했고, 예술의 전당도 4월 4일까지 유튜브에서 <발레 심청>,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발레 지젤> 등 여러 편의 공연 실황을 무료 스트리밍으로 제공했다. 지난 주말에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으로 로얄 알버트홀의 공연 실황이 스트리밍되기도 했다. 제작진들은 출연진의 합창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월드 투어’라고 부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등장한 공연 문화처럼 보인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빌리 카터, 아도이, DTSQ 같은 라이브로 유명한 밴드들을 후원하면서 <힘내라 콘서트>(이하 힘콘)이라는 ‘무관객 스트리밍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관객 없는 공연장에서 네이버TV로 중계된 이 공연은 밴드가 3~4곡을 부른 뒤, 노트북으로 실시간 댓글을 확인하고 답변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그러다보니 공연의 호응 정도를 좌석수가 아닌 누적 채팅 수로 가늠하게 되는 것도 신선하다. 아도이는 누적 채팅 1,900명, 누적 접속자 2만 2,000명, 3만 5,000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콘서트 외에도 연극, 오페라, 클래식 연주 등 세종문화회관의 힘콘 실황은 5월 말까지 네이버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확실히 ‘박수 대신 댓글이 움직이는 공연’의 시대가 코 앞이다. 코로나19의 특수성 때문이라지만 온라인 콘서트가 보편화되면 당연하게, 현장에서 진행되는 무대 예술 시장의 변화도 벌어질 것이다. 소비하는 입장에선 양질의 공연을 취사 선택할 수 있으니 좋을 수 밖에 없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곤란한 게 한 두 개가 아닐 것 같다.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경제적 문제와 정서적인 압박으로 괴롭힌다. 예측 가능한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와 공연을 쉽게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공연은 정서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만, 경제적 문제는 쉽게 해결해주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온라인으로 공연을 해도 투입되는 비용은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음악가들의 공연 수익은 티켓 판매와 현장의 굿즈 판매, 그리고 광고 수익으로 발생한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에 이르는 티켓 가격은 보통 공연장의 대관료나 함께 출연하는 스탭들의 비용으로 정산되는데, 이때 공연 주체의 수익은 주로 부가 수익에서 발생한다. 인디 밴드도 아이돌 콘서트도 이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


또한 온라인 공연이 일반화될 때 무대 연출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하는 이슈도 있다. 현장에서 관객의 호응과 몰입을 유도하는 연출적 순간들이 소용없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작권 이슈가 있다. 콘서트를 포함한 무대 예술이 ‘종합 예술’로 불리는 건 음악가나 극단 뿐 아니라 여러 생산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연주와 함께 무대에서 사용된 영상, 비주얼 이펙트 같은 부가 콘텐츠의 저작권은 스트리밍 공연 시대에 협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본격적인 ‘오프라인 투 온라인’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여전히 가능성에 머물지만, 내 입장에서는 공연을 메인으로 창작 활동을 벌이는 예술가 그룹에게 온라인을 토대로 지속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물론 플랫폼이 주도하는 이 모든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고, 공연 분야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예측도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어떤 방법이 가능하지 않을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조심스럽게 생각하건대, 코로나19는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구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콘텐츠로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지만, 밴드나 극단, 작은 단체나 개인에게 이 변화가 어떤 영향을 줄지 잘 예측되지 않는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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