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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y 18. 2020

당신은 5G의 진실을 모른다?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확실한 영향력으로 우리 삶을 바꾸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낭만적인 주제일 것 같지만 사랑이나 우정같은 얘길 꺼내려는 게 아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주파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밀리미터파다.

여러분은 이동통신 규격이 3G에서 4G로 넘어갔던 그 시대가 생각나시는지. 2011년은 4G LTE의 등장으로 세상이 들썩였다. 이동통신사마다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고, 당시 출시되던 플래그십 스마트폰마다 자랑스럽게 LTE 마크가 따라붙었음은 물론이다. 국내 서비스 13개월 만에 사용자수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유치 속도만큼이나 4G는 빨랐다. 지금까지 3G에서 이루어지던 사용 패턴이 모두 바뀌었다.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면 버벅인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나는 그때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 사랑보다는 빠른 네트워크 속도가 내 인생을 더 윤택하게 해준다는 걸.


그래서 5세대 이동통신의 등장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은 2019년 4월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다.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작은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진짜 빠른 5G의 속도를 100%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밀은 바로 주파수에 있다. 주파수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무한할 것 같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하지만 주파수도 석유나 가스처럼 유한한 자원이다. 트래픽이 몰리면 과부하가 온다. 그리고 주파수의 대역마다 역량이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가 이루어질 때마다 치열한 주파수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진 출처 = 퀄컴]

5G의 특징은 Sub-6라고 불리는 6GHz 이하의 주파수와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인 밀리미터파를 모두 지원한다는 것인데, 현재 진짜 빠른 5G인 밀리미터파 대역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파수라는 건 전파가 1초에 진동하는 횟수를 의미한다. 1GHz면 1초에 10억 번 진동하고, 10GHz면 1초에 100억 번 진동하는 셈이다. 이렇게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의 폭을 ‘대역폭’이라고 부른다. 주파수 범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당연히 고대역 주파수 일수록 대역폭이 늘어나니 더 빠른 속도의 무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흔히 저대역 주파수를 좁은 도로, 고대역 주파수를 넓은 도로에 비유하곤 한다. 차선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만약 4차선 도로가 16차선으로 늘어난다면 정체가 심하던 도로의 통행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더 많은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5G의 경우 수백MHz에 달하는 대역폭까지 확대될 수 있을 정도다.


여기까지 잘 따라온 독자들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게 될 것이다. 5G에서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면 16차선 도로로 쌩쌩 달릴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왜 못쓰고 있다는 거지?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는 밀리미터파 대역에 해당하는 28GHz를 경매로 할당받은 상황이다. 고대역 주파수를 손에 쥐고 있지만, 국내 5G 망에는 저대역 주파수인 3.5GHz만 쓰이고 있다. 여기에도 당연히 사정이 있다.


기존에 국내 이동통신 망에서 사용해왔던 대역이 3GHz 이하의 저대역이기 때문이다. 3.5GHz는 기존의 LTE가 사용해왔던 3GHz 대역과 전파 특성이 비슷하다. 저대역 주파수는 고대역 주파수 대비 기술 구현 난이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커버리지가 넓고 구축이 용이한데, 이건 주파수의 회절성 때문이다. 회절성은 꺾이는 성질을 말한다. 회절성이 높으면 건물이나 벽, 장애물이 있어도 뚫고 지나갈 수 있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 수록 전파의 회절성이 높아서 기지국 하나에서 커버할 수 있는 커버리지가 더 넓고, 운용이 쉬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고대역 주파수는 회절성이 낮고 커버리지가 좁아서 운용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초창기 이동통신에서는 3GHz 이하의 주파수만 활용해왔던 거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저대역 주파수는 포화 상태가 됐다. 게다가 이동통신의 사용 패턴과 트래픽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다못해 SNS 사용방식을 봐도 그렇다. 10년 전만 해도 1MB도 되지 않는 KB 단위의 사진을 포스팅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소통을 영상으로 한다. 많게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영상을 포스팅하고,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유튜브에 1GB가 넘는 4K 영상을 업로드하고 플레이한다. 데이터 수요의 단위가 달라진 것이다. 지금 우리가 4G에서 사용하는 저대역 주파수는 이미 많은 서비스를 위해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포화상태에 가깝다. 빠른 속도를 위해 넓은 대역폭을 확대해야 할 때도 저주파 대역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세대 이동통신에서는 고대역 주파수, 밀리미터파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밀리미터파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도 훨씬 높아졌고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아까부터 계속 언급하는 조금 생소한 단어, 밀리미터파는 정확히 어떤 개념일까? 흔히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를 밀리미터파(mmWave)라고 일컫는다. 지금 국내에 상용화된 3.5GHz 5G망이 100MHz의 대역폭을 가진 데 비해, 밀리미터파 28GHz 대역은 800MHz의 대역폭을 가지고 있다. 그냥 숫자로만 봐도 알겠지만, 도로가 8배나 넓어지는 셈이다. 4차선 도로가 32차선 도로가 된다면? 상상만해도 속이 시원해진다. 막힘 없이 날아다니듯 차가 다닐 수 있을 것이며, 한꺼번에 차량이 몰려도 정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속도에 대입해보아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4K 60프레임 영상이나 그 이상의 화질을 스트리밍으로 보아도 무지개가 돌면서 애닳는 로딩을 기다려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뜨고 있는 AR, VR 콘텐츠도 훨씬 더 몰입감 있고 실감나는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을테고.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플레이하는 멀티 유저 게임을 할 때도 버벅거리거나 튕겨나갈 걱정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겠지. 온라인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과 로딩이 마치 다운로드된 파일을 열듯이 자유롭고 빨라질 것이다.

[사진 출처 = 퀄컴]

실제로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5G 시연의 좋은 예가 있다. 콘서트장에서 네 개의 4K 영상을 동시에 스트리밍했는데, 다양한 앵글을 통해 실제로 현장에 있는 것처럼 고화질 영상을 감상할 수 있더라. 게다가 4K 화질의 무거운 파일이 송출되고 있음에도 앵글을 전환할 때 딜레이나 화질 저하가 전혀 없다. 각 스트리밍 영상은 50Mbps의 속도를 보여주는데, 영상이 네 개니까 사용자 한 명이 200Mbps의 속도를 누리는 셈이다. 4G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데이터 처리량이다. 가장 중요한 건 수천 명이 접속하더라도 이런 속도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밀리미터파의 역량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기업에서 5G 다운로드 처리량을 시연했는데 최고 속도가 4.3Gbps나 나왔다고 하더라. 말그대로 멀티 기가비트 급의 속도다. 국내에서도 이런 속도를 누리기 위해서는 밀리미터파 5G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이미 버라이즌이나 AT&T같은 주요 이동통신사에서 밀리미터파 망을 이미 서비스하고 있고, 일본도 올해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중에는 밀리미터파 대역의 5G를 지원하는 제품이 아직 없기도 하다. 갤럭시S20 시리즈의 미국 출시 5G 모델에는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안테나 모듈이 들어갔는데, 아쉽게도 국내 버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빠른 네트워크는 우리의 일상을 빠르게 바꿔왔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더 많은 콘텐츠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해주고, 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줬고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파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밀리미터파라는 단어가 이제 좀 다르게 들리시지 않는지. 어서 국내에서도 밀리미터파 인프라가 갖춰지고, 가슴 설레게 빠른 진짜 5G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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