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장인정신 집약체, 소니 엑스페리아XZ
요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아이폰 외의 외산폰은 씨가 마르는 것 같더니, 슬금슬금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며 자기 자리 확보에 분주하다. 돌아온 소니도 그중 하나다. 오늘의 신제품은 엑스페리아 XZ. 제품명이 의미심장하다. 오랜 시간 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써왔던 ‘Z’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플래그십 엑스페리아 ‘X’ 시리즈를 만들지 않았던가. 근데 얘는 X다음에 Z까지 붙는다. 최상급의 최상급, 베스트 오브 베스트, 플래그십 중에 킹왕짱. 뭐 이런 의미가 아닐까.
등장 타이밍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국내에서 제일 잘 팔리는 스마트폰이 빵빵 터지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 반면, 간밤에 협력사인 구글이 ‘메이드 바이 구글’을 내세우며 첫 구글폰 픽셀을 내놓은 건 악재일 수도 있겠다.
바깥세상의 일은 잠시 묻어두고, 엑스페리아 엑스제또에 집중해보자(일본 발음으로 읽으면 저렇게 되는데 상당히 귀엽다).
디자인은 계속해서 ‘일체감’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워낙 쉽게 세뇌되는 스타일이다. ‘실타래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표면 디자인’이라는 설명을 듣고 제품을 손에 쥐어보니 부드러운 곡선과 함께 온 우주가 하나 되는 일체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봤을 때는 그냥 깔끔한 디자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살짝 세뇌당해야 더 근사해 보인다. 요즘 잘 나가는 스마폰들이 다 그렇듯, 지문이 엄청나게 묻어난다. 예쁘게 지켜주고 싶다면 계속 닦아야 한다.
참담할 정도로 사진발이 안 받는 제품이다. 바디 디자인보다는 컬러를 우아하게 잘 뽑았다. 근데 어떻게 찍어도 컬러가 이상하게 나온다. 미네랄 블랙, 플래티넘, 포레스트 블루의 세 가지 컬러는 하늘과 바다, 바위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과연 소니다운 감성이다.
특히 포레스트 블루가 묘하고 섹시하다. 물에 비친 웅장한 숲의 깊이감을 표현했다는데, 미천한 나의 눈으로 숲의 깊이감까지 읽어낼 순 없었다. 하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블루 컬러 안에서 그린과 퍼플이 같이 비치는 깊이감 있는 컬러인 건 확실하다. 맘에 들어서 찰칵찰칵 신나게 촬영해보니 거지같이 나왔다. 내 문제인가, 얘 문제인가. 실물로 보시길.
현장에서 슬쩍 살펴본 거라 성능이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아직 체감할 기회가 없었다. 스냅드래곤 820에 3GB RAM을 탑재했다는 것 정도만 참고하시길.
성능, 디자인, 카메라, 배터리, 오디오 등 제품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구나. 개발팀의 장인정신이 엿보인다. 특히 소니가 요즘 배터리 장인의 자리를 엿보는 것 같다. 전작인 엑스페리아X 퍼포먼스에도 자동 제어 충전방식을 적용했었는데, 이번엔 그걸 더 업그레이드했다.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머신 러닝을 배터리 충전 시스템에 도입했다고. 요란하다, 요란해. 무슨 소리냐면, 배터리 충전이 90%에 이르렀을 때 충전을 정지하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10%는 영원히 충전 안 해주냐고? 그건 아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바로 직전에 충전한다. 100% 충전이 된 상태에서도 계속 계속 충전 상태에 머무르는 과잉 충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배터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한데, 이런 제어 시스템을 적용하면 배터리 수명을 2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아이폰 배터리는 내가 맨날 맨날 과잉 충전을 시켜서 그렇게 빨리 닳게 되어버린 걸까?
그 외에 힘을 준 곳은 오디오와 카메라. 소니의 기술을 모아 모아 꾹 눌러 담은 집약체라고. 무선 환경에서도 원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LDAC 코덱을 탑재했다고 한다. 소니 스피커나 소니 헤드폰이랑 같이 쓰라는 뜻일까?
카메라는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흔들림을 잡았다. 현장에서 이전 모델과 엑스페리아XZ를 나란히 셀카봉에 매달아 영상을 찍으며 돌아다녀 봤다. 뒤뚱뒤뚱 걸으며 30초 정도 촬영한 동영상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두드러지게 흔들림이 적다. 스테디 캠으로 촬영한 것처럼 매끄럽게 화면이 이동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셔터 속도도 빠르고, 2,300만 화소의 고해상도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그래봤자 내가 제일 많이 쓰는 건 전면 카메라다. 바쁜 행사장에서 짬을 내 셀카를 찍어보았다. F2.0, 화각 22mm의 1,3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는 밝고 넓게 찍힌다. 광각 렌즈라 손을 길게 뻗지 않아도 내 얼굴 하나 담아내기엔 충분하다. 내가 요즘 아이폰7 플러스를 쓰는지라 셀카 권태기를 지내고 있었는데, 소니는 적당한 뽀샤시 효과로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아이폰7의 전면 카메라는 나랑 상의도 없이 모공과 주름을 적나라하게 찍어준다. 뽀샤시 따윈 없다). 갤럭시 시리즈의 보정 효과는 조금 과하고, 전면 카메라의 거짓말은 이 정도가 딱 좋다. 역시 셀카는 진리의 엑스페리아.
일단 현장에서 슬쩍 살펴본 이야기는 이 정도다. 요즘같이 감동에 인색한 시대에 ‘우와’하고 놀랄 만한 요소는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소니는 언제나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 한결같은 모습을 지키는 장인정신을 보라. 매 시리즈마다 컨셉이 완전히 바뀌는 일관성 없는 제품과 비교하면, 이 고루함이 흥미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