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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Mar 08. 2017

크루보다 더 크루같은 멤버

첫 번째 트레바리 인터뷰이, 황고운님


황고운

초등학교 선생님


2016년 1~4월 시즌부터 트레바리 뇽에서 활동 중
2016년 5~8월 시즌에는 트레바리 북씨어터에서도 활동 중
(트레바리에는 동시에 여러 클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답니다.)  

  



[PART 1.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트레바리에서 귀여움과 섹시함을 맡고 있는 크루 세희(이하 세): 안녕하세요! 트레바리의 비타민, 고운님!

트레바리 멤버 고운(이하 고): 안녕하세요. 세희님!!


세: 먼저 트레바리를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는지부터 여쭤볼게요!

고: 제 대학선배의 친구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알게 됐어요. 글을 타고 트레바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를 읽고 토론했던 글이 있더라고요. 제가 김연수작가 빠순이거든요. 그걸 보고 처음에 확 끌렸어요.


세: 어떻게 트레바리에 신청하기로 마음 먹게 되셨나요?

고: 원래 학교 선생님들과 독서모임을 하나 하고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선생님들과 하는 건 학교에 도움되는 것들 위주여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좀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트레바리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신청하게 됐어요. 사실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 나눌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요.


세: 처음에 신청할 때 망설임은 없으셨나요?

고: 당연히 망설였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소개가 되게 간단하고 불친절했거든요. 클럽장이 뭔지, 한 시즌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적혀있던 메일주소로 이것저것 물어봤죠. 그때 '지금 바로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건지'도 물어봤는데 시즌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고 기다리라는 거예요.ㅋㅋㅋ 그때가 11월쯤이었는데 다음 시즌은 1월부터 시작된다면서요. 근데 또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더 욕심나고 순서를 놓치고 싶지 않고 그렇더라고요.


세: 저희 대표님이 좀 밀당을 잘 하시긴 하죠 >.< 근데 사실 신청한다고 절차가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고: 그렇더라고요. 신청하니까 19만원을 내야 된다길래 속으로 '드럽게 비싸네'라고 생각했어요.ㅋㅋㅋ


세: 엇! 트레바리 뇽은 클럽장이 있어서 29만원이지 않았어요?

고: 안그래도 19만원을 보냈더니, 대표님께서 뇽은 클럽장이 있는 클럽이라 29만원이라는 거예요.(29만원잼) 그래서 좀 짜증이 날 뻔했죠. 심지어 그때 돈도 별로 없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친구한테 10만원 빌려서 입금했어요.


세: 고운님도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으셨군요! (감사합니다ㅠㅠ)

고: 이미 한다고 말했는데 이제와서 '10만원 더 내야 되면 저 안할래요' 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되게 송구해하시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 보니까 송구한 척 겁나 잘하는 거였어요..ㅋㅋㅋ


세: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입성한 압구정 아지트는 어땠나요?

고: 일단 아지트의 느낌이 편안하고 좋았어요. 그동안 대표님께서 홍보를 잘하셨던 것 같아요. 트레바리 클럽(페북 비공개 그룹)에 아지트를 만드는 과정,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등 자세한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리셨거든요. 그래서 처음 왔지만 처음 온 것 같지 않고 친밀하게 느껴졌어요.


멤버들과 함께 압구정 아지트 페인트칠 하던 날. (아지트는 2016.01시즌부터 오픈했습니다.)




[PART 2. 왜 트레바리 뇽을 선택한 걸까]


세: 많은 클럽들 중에 뇽을 선택하신 이유는 뭐였나요?
고: 우선 '인간다움을 위한 기술'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동안 인문학, 문학 아니면 교육 분야 책만 읽고, 이과쪽 도서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왠지 앞으로도 혼자서는 이쪽 분야 책을 읽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과 같이 읽다보면, 독서에 있어 진일보할 것 같다는 기대감에 뇽을 선택했어요.

세: HCI 전공이 아니라 토론이 어렵진 않으셨어요?
고: 솔직히 이쪽 전공을 공부하셨거나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에 비해 토론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하는 것 같아요. 전 뭘 해도 문학적, 인문학적, 일상적으로 해석하니까요. 근데 부족하고 도움이 안되는 건 맞지만 제가 개이득이고 재밌으니까 계속 남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하죠.

세: 그래도 고운님 없는 뇽은 상상할 수 없어요!
고: 전공지식말고 제가 멤버들에게 줄 수 있는 다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비전공자의 새로운 시각이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 같은 거요. 독서 모임이긴 하지만 우리가 또 죽어라 토론만 하진 않잖아요?(뒤풀이 만세)

[2016.01시즌] 커뮤니티 이벤트 븨아피 뇽순이&뇽돌이들
[2016.01시즌] 가죽 공방 번개. (뇽 번개는 치기만 했다 하면 흥한다.)


세: 뇽 멤버들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고: 진짜 우연히 모인 건데 멤버들 나이가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다 예쁘고 멋있고 개성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첫 모임부터 뭔가 재밌을 것 같고 느낌이 좋았어요. 한 멤버분은 스무살처럼 힙하게 입고 오셔서(보라색 벙거지 모자&녹색 후드 티) 속으로 '대학생인데 진짜 돈 많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저랑 동갑이시더라고요.(나이는 비밀) 심지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분이었어요...

세: 그럼 클럽장 영아님 첫인상은요?
(*참고로 트레바리 '뇽'은 클럽장 영아님의 별명(뇽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고: 첫 모임 때 맥북 딱 들고 도도하고 시크하게 들어오셨던 기억이 나요. 근데 토론이 시작되니까 말씀은 또 약간 헐랭이 같이 천천히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더 매력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세: 클럽장님께서 토론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시는 편이세요?
고: 토론을 막 이끌어가시기보다 조용히 듣고 계시다가 쉬운 말로 정리해주는 편이세요.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도 제시해주시고요. 근데 신기한 건 그 방향이 클럽장님께서 미리 짜놓으신 플롯대로 흘러간다는 거예요. 한 번은 발제문을 보지 않고 토론했는데, 끝나니까 우리가 발제문대로 토론을 했었더라고요. 그때 되게 능력좋은 리더라고 생각했어요.

세: 처음에 클럽장님이 어떤 역할을 하는 분이라고 생각하셨어요?
고: 그거 처음에 진짜 몰랐어요. 클럽장이 뭔데 10만원을 더 내라고 하나 싶었죠. 클럽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잖아요. 사실 클럽장이 뭔지 세 번째 모임이 돼서야 알았던 것 같아요.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안 보이는 곳에서 토론을 이끌어주는 역할이구나 하고요. 클럽장의 역할이 클럽마다 다르다고 들었는데, 다른 클럽은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PART 3. 칭찬과 디스 사이]


세: 가끔씩 주위 분들에게 트레바리를 추천하시나요?
고: 이건 너무 깝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자리에 가서 다 얘기해요.ㅋㅋ 중/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동기들, 돕고 있는 NGO단체, 심지어 소개팅이나 헬스장 가서도 이야기해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한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다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트레바리라는 곳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대표가 또라이라는 거다.'라고요.

세: 보통 친구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세요?
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해요. 그리고 제 이야기도 덧붙여요. 그동안 제가 개방적인 척 하면서 사실은 되게 완고한 사람이었거든요. '이건 되고, 이건 안돼.'가 되게 분명한 사람이었어요. 근데 그 생각이 바뀌는 데 트레바리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토론을 하면서 진짜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거든요. 어떤 현상이나 사람에 대해 맞다 틀리다 혹은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당위를 부여하는 게 얼마나 건방진 일이었는지 알게 됐고요.

세: 트레바리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고: 아쉬운 건 거의 없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집이 파주라서 새벽까지 흥겹게 논 죄로 택시를 타면 4만원인 거?ㅋㅋ

세: 그래도 잘 생각해주세요. 분명 트레바리가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 거예요!
고: 아 대표님의 하드캐리요! 사람들간의 관계가 잘 형성되도록 하는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을 대표님께서 다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근데 또 지금 형태로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긴 해요. 대표님이 원래 하던 독서모임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1월 시즌까지는 대표님의 지인들이 많았으니까요.

세: 아까 '트레바리의 가장 큰 특징은 대표가 또라이라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 처음에 트레바리라고 연락 온 번호를 저장했는데, 카톡에 이상한 사진이 뜨는 거예요. 그때부터 뭔가 특이한 사람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트레바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단체사진도 보면, 대표님은 다 특이한 포즈를 하고 계세요.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여기 뭔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세: 그럼 지금 트레바리가 잘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대표님 덕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표님께서 여기저기 끼어들어서 이야기하시는 트레바리 '비전'덕분인 것 같아요. SNS에서 봤던 대표님의 모습은 재밌고 특이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굉장히 진지한 면이 많으시더라고요. '내가 꿈꾸고 있는 미래는 이렇다', '트레바리를 통해 사람들과 이루고 싶은 것은 이거다.' 등 다소 허황돼보이는 미래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하세요. 회사가 구성되어 가고 있는 과정도 공유해주시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멤버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가 커졌을 때 들어온 멤버들도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해요.


세: 대표님께서 여기저기 끼어들어서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뭐예요?

고: '존나'?ㅋㅋㅋㅋ

(세: 아잉. 우리 대표님 욕쟁이인 거 진짜 비밀이에요... 쉿...)


세: 그거 말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고: 공동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이었거든요. 트레바리는 크게 보면 어른들을 위한 학교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처럼 간단하지가 않아요. 일, 육아 등 많은 문제가 얽혀있으니까요. 그중에 육아 문제는 특히 더 복잡한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나면 문화생활을 누리거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 문제에 대해 대표님께선 나중에 트레바리가 더 커지면 멤버들의 육아 부담만큼은 덜어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성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거 진짜 필요한 건데'하고 공감했었어요. '트레바리 안에서라면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꾸준히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4년째 대표님 프로필 사진이라는, 문제의 그 사진.
[2015.09시즌] 고운님께서 처음 보셨던 트레바리 단체 사진들.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대표님. 더 센 게 나오기 전에 여기까지 올리기로 한다.)

 



[PART 4. 트레바리 멤버들은 자꾸 본인이 크루인줄 안다.]


세: 멤버들이 스스로 크루라고 느끼는 이유가 뭘까요?
고: 대표님께서 아직 회사를 만들고 있는 중이시잖아요. 그래서 먼 미래의 비전부터 당장의 사업적인 고민까지 멤버들에게 자꾸 오픈하세요. 그럼 멤버들은 대표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마구 조언을 해주죠. 그걸 듣고 좋은 게 있으면 바로 적용하시기 때문에, 다음 모임(한 달 후)에 오면 뭔가 바뀌어 있어요. 그렇다보니 멤버들은 기여한 느낌이 들고 '다음엔 이런 도움을 줘야지.'하는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세: 그럼 '멤버로서 이런 서비스를 받고 있어.'라고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고: 그건 잘 모르겠어요.ㅋㅋㅋ 돈 내고 이용하는 고객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게 묘한 장점 아닐까요? 트레바리 지향하는 방향이 '어른들을 위한 학교'라면 그런 느낌은 필히 옅어야 할 것 같아요. 이용자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비슷한 가치를 가진 운명공동체로서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세: 트레바리 활동을 얼마나 길게 보고 계세요? 앞으로도 쭉 오래오래 트레바리를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고: 지금은 별로 끝을 생각하지 않아요. 트레바리가 망하지 않는 한, 전 계속 이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세: 이번 시즌(2016.05시즌) 뇽에 새로 들어온 멤버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고: 1일 1마디 하기! 주저하지 마시고 아무 말이나 하시면 누구든 받아줍니다! 아무래도 뇽처럼 커뮤니티성이 짙은 클럽의 경우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수록 뉴멤버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멤버들이 도와야 겠죠. 이 유기체를 건강하게 잘 유지하고 싶다면!

[2016.05시즌] 무려 등산(!) 번개를 친 뇽순이&뇽돌이들. 사랑합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따뜻한 고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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