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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Mar 08. 2017

한국에서 독서모임 스타트업이 잘된다는 것

네 번째 트레바리 인터뷰이, 정혜승님


정혜승

십수 년 종이신문 기자 생활을 거쳐,

지금은 IT 회사에서 인터넷 정책 담당으로 수년간 일하는 중.


트레바리 창업 전, 베타 테스트(?)부터 트레바리 36에서 ‘멤버’로 활동 중

2016년 5~8월 시즌부터는 트레바리 뉴미디어에서 ‘클럽장’으로도 활동 중



[INTRO. 다독의 신]


트레바리 크루, 질문쟁이 세희(이하 세):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진짜 감사해요!!

트레바리 클럽장&멤버 혜승(이하 혜): 오늘 반차 내서 괜찮아요. 나름 휴가예요 지금.


세: 그동안 인터뷰이가 되어 달라고 몇 차례 부탁드렸었는데, 왜 거절하셨어용ㅎㅎ

혜: 좀 더 매력 넘치는 분들 먼저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제 순서가 그리 빠를리 없을텐데 말입니다.


세: 그럼 제가 끈질기게 부탁 드렸을 때 수락해주신 이유는용? 헤헤

혜: 뭐 대단하다고 버티나, 버티면 얼마나 버티나 싶었어요ㅎㅎ


세: 지금 트레바리 외에도 모임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ㄷㄷ 혹시 몇 개정도 하고 계세요?

혜: 트레바리에서 2개, 외부에서 1개 하는데요. 외부에서 하는 건 거의 못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스터디 모임도 2개 있어요. 여기까지가 월 1회 하는 거고요. 


세: 벌써 다섯 개인데...

혜: 그다음에 사내 북스터디 모임도 하나 하고 있는데 여기선 한 달에 3권 정도 읽어요. 근데 너무 빡세다고 한 달에 2권으로 줄이기로 했어요. 아 맞다, 하나 더. 독서서평단 활동을 또 하나 해요.


세: …….진짜 바쁘실 텐데 다 소화 가능하신가요?

혜: 그래서 약간 지금 문제가 생긴 상황이에요. 되게 좋은 외부 독서모임은 몇 달째 못 나가고 있어요. (한다고 하면 안 되겠네요..) 스터디 모임은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구조라 시간만 내면 되니까 큰 부담은 안 되고요.


세: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많은 모임을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혜: 저는 항상 시민의 재교육, (직장 생활하는 데 있어) 사회인의 재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엔 공부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 상태로 평생 산다면 굉장히 아쉬운 일이 될 거예요. 끊임없이 성장할 때 누리는 기쁨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제가 흔히 떠드는 이야기지만 12년의 공교육에 대학 교육까지 마친 사람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하는 질문에, 대개는 미디어가 그 다음을 담당한다고 하잖아요. 근데 사실 그게 충분치 않거나 아쉬울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혹은 업무상 필요해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좀 더 많은 정보, 그에 대한 인사이트 있는 해석, 혹은 그런 걸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요. 아마 많은 독서 모임, 스터디 모임이 그런 니즈에서 출발했을 거예요.


세: 그럼 이런 모임들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용?

혜: 사실 기자 시절에는 이런 게 필요가 없었어요. 출입처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분야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통해서 배우는 게 많았죠.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자를 그만둔 이후에 스터디 모임을 하나 시작했는데, 되게 재밌는 거예요. 전문가 선생님들과 같이하는 것도 좋고 한 주제로 같이 이야기하는 것 자체도 좋았어요. 많이 얻었고요. 그런 걸 계속 꾸준히 하다 보니까 다른 모임도 하나둘씩 생기더라고요.


마냐뷰 애독자 세희: 근데 글도 진짜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혜: 제가 2000년부터 사실 리뷰를 남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지나고 보니 저한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내장 메모리의 한계’로 ‘외장 하드’가 좀 필요했어요.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기록을 안 해놓으면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래서 예전엔 블로그, 지금은 브런치에 기록해두고 있어요. 그게 10년 넘게 쌓이니까 저에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면 그건 책에 많이 빚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독서, 스터디 등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지 않으면 약간 불안한 것도 있어요. '나는 괜찮은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뭐 이런, 모두가 가진 불안감요.


세: 멋있어요... 언니!

혜: 근데 되게 재수 없어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드네요. 애니웨이.



[PART 1. 트레바리가 잘 된다는 건]


세: 정말 감사하게도 주변 분들께 트레바리를 많이 추천해주신다고 들었어요. 추천하실 때 보통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혜: 그건 타겟마다 접근이 다 달라요. 트레바리가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요. 어느 게 저 사람에게 맞을까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요. 그래서 ‘트레바리는 이래요’라고 설명하긴 힘들 것 같아요. 


다만 유료 독서모임이라는 굉장히 희한한 컨셉으로 시작을 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매우 재밌다', 제 또래의 경우 (이렇게 이야기하면 제가 너무 어른 같긴 한데) '젊은 친구들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보겠냐' 등의 이야기를 하죠.


제가 느꼈을 때 제일 좋은 점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거기에 대해 토론하는 거예요. 그런 경험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흔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이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신다면 그것도 바람직하지만 그럴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서포트를 받으면서 하는 트레바리가 굉장히 좋은 솔루션이라는 것. 한번 경험해보면 그 재미가 나름 쏠쏠할 거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권하고 있어요.


세: 그렇게 멋있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면 설득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ㅎㅎ 게다가 굉장히 좋은 솔루션이라는 표현까지…!

혜: 제가 굉장히 실용적인 인간이라 실용적으로 접근해요. 당신에게 무엇이 이익이 되고, 당신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항상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좋다고 추천하는 게 아니라. 근데 제가 떠든 만큼 그렇게 성과가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웃음)


세: (혜승님께 막무가내로 인터뷰해달라고 조른 1인. 반성 중..)

혜: 아 맞다. 제가 트레바리에서 좋아하는 점 중 하나가, 혜승님, 세희님 이렇게 계급장 떼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아저씨들한테 가끔 이야기하거든요. '그것도 경험해봐라. 당신같이 높은 자리에 갈 수록 이런 거 경험해봐야 한다. 나야 회사에서 늘 하고 있지만 해보면 좋다.' 라고요.


세: 혜승님덕분에 진짜 좋으신 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ㅠㅠ 트레바리를 처음 시작하신 게.. 작년 5월인 거죠? 

혜: 제가 트레바리 창립멤버 중에 한 사람입니다.(웃음)


2015년 5월 트레바리 36 완전 첫모임. 여기가 아마도 소나무 장학회 공간인듯!


2016년 4월 입사한 세희: 오..... 근데 어떻게 트레바리를 하게 되신 거예요?

혜: 수영님(트레바리 대표)이 사람들을 잘 꼬시잖아요. 제가 처음 36이라는 클럽으로 시작했는데, 그게 아마 베타 테스트였을 거예요.
 
세: 베타 테스트치고 너무 대단한 분들만 모신 거 아니에요?ㅎㅎ 그때 수영님이 어떤 말로 같이 하자고 꼬셨어요?

혜: 제가 글을 참 멋있게 쓴다고 생각하는 트친, 페친이 한 분 계셨어요. 너무 훌륭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어느 날 보니까 그분의 아드님이 같은 회사에 있더라고요. 알고 있는 이상 왠지 밥을 사야 할 것만 같은 거예요. 그래서 밥을 한 번 먹었죠. 그때 제가 반해서 혹시 우리 팀에서 같이 일하지 않겠냐고 손을 내밀었어요. 그랬더니 “저 한 달 뒤에 그만둬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잘 가시라고 했죠. 창업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시길래 거기에 박수도 쳐드리고요. 근데 결국 그 아이템이 아니라 '독서모임'으로 창업을 했다는 거예요. 


세: 처음에 '독서모임'을 사업으로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혜: 진짜.. 얼마나 걱정이 되겠어요.(웃음) 그게 창업이 되냐고 했는데 아무튼 용기 백배, 의욕 폭발이었어요. 중간중간 소위 관전꾼에서 응원꾼으로 넘어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세: 그럼, 베타테스트 때는 분위기가 어땠어요?

혜: 지금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3시간 내내 말이 끊이지 않고, 서로서로 말할 타이밍을 찾아서 미친 듯이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였어요. 그 에너지가 엄청 나더라고요. 뭐 이런 모임이 다 있나 싶었죠. 자발적으로 손들고 치고받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우리가 흔히 느끼진 못하잖아요.


세: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던 건데, 처음에 이 비즈니스가 잘 굴러갈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혜: 반반요. 근데 그때 수영님이 그랬어요. 자기가 취미로 '독토'라는 모임을 오래 해왔고, 제일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고요.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 보여서 안될 거라는 말도 못했어요. 근데 또 걱정은 돼서 공간은 있냐고 물어봤더니 구하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그땐 아지트가 없었답니다.ㅠㅠ) 그래서 제가 공간 두 곳을 어레인지 해줬어요. 하나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또 하나는 소나무 장학회라는 공간이었어요. 지인지인 알음알음해서 구해줬죠. 전자는 '여기 스타트업 새로 시작하는데 주말에 공간 좀 씁시다'라고 해서 섭외했고, 후자는 '이렇게 훌륭한 애들이 있는데 주말에 안 쓰면 좀 쓸 수 있을까요' 해서 섭외를 했죠.


트레바리 36 두 번째 모임! 여기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인가보다 오오
여기는 무려 모임 시작한 지 6개월만에 생긴 (공사 중인) 아지트! 근데 대표님 조끼에 페인트 묻었어여..


그리고 사실 소나무 장학회 대표님과는 같이 작당하는 게 좀 있었는데요. 그동안 진도가 하나도 안 나가고 있었거든요. 거의 1년 동안 내내 이런 거 하면 좋겠다, 저런 거 하면 좋겠다고만 했죠. 근데 소나무장학회 대표님께서 갑자기 수영님을 끌어들인 후로, 그게 진도가 나가고 있어요. 그게 ‘트레바리 블랙’이에요.(내년 오픈 예정!) 미친 실행력과 추진력은 진짜 대단해요 인정. 옆에서 보면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싶어요. 소나무 장학회 대표님께서도 '수영님 일하는 것처럼 일해야 일이 된다'며 하도 칭찬하셔서 소개해준 입장에서 뿌듯했어요. 그리고 사실 더 웃긴 건 처음엔 '저 청년들이 너무 예쁘다. 앞으로 쉽지 않은 고비와 도전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술 한 잔 사주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라는 굉장히 어른 같은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이제는 무슨 파트너처럼 이야기하세요. 저보다 더 친해졌어요.


세: 지금도 연락해서 조언 많이 구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혜: 각 분야에서 수영님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분들이 두 자릿수는 확실히 되는 것 같아요. 세 자릿수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게 다 자산 아니겠어요?


세: 맞아요. 엄청난 자산이죠. 그 덕분에 트레바리가 나름 잘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밖에서 보시기에도, 지금 저희가 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 맞죠?

혜: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고요. 다만 수영님이 본인을 너무 많이 갈아 넣어서.. 번아웃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그래도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으니까 번아웃 안되도록 지켜주겠지라는 기대도 좀 있어요.


세: 혹시 혜승님께서는 트레바리가, 아니 독서 모임 인구가 얼마나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수영님은 10만 명까지 보던데.

혜: 저도 10만 명 숫자에 가슴이 뛰었던 사람 중에 하나예요. 


세: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혜: 우리나라가 OECD 독서 꼴찌인 나라고요. 책만 좀 읽어도 이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사람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알아야 좀 더 현명한 판단들을 내리고 좀 더 배려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설사 고집이 세어지더라도 논의 자체가 가능한 수준으로 크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은 책을 너무 안 읽어요. 근데 ‘한국 사회를 책을 읽는 사회로 만들겠다, 10만명 해보겠다’라고 하는데, 그런 꿈 자체에 어떻게 우리가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물론 처음에 들으면 굉장히 황당하지만요.


10만은 어느 정도 상징적인 숫자인 것 같아요. 사실 트레바리가 성공하면 트레바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고요. 트레바리를 경험한 사람들이 각자의 동네와 공동체에서 또 다른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거예요. 적어도 트레바리가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을 확신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세: 그럼 독서 인구 10만 명을 찍기 위해, 트레바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뭘까요?

혜: 초창기에는 수영님의 개인기로 굉장히 열심히 성장했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로 도약을 할 땐 개인기에서 벗어나 줘야 되거든요. 그게 잘 될까를 우리 모두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어요. 크루분들이 오시고 그게 가능하다는 걸 우리도 같이 확인하는 중이긴 해요. 그리고 이번 시즌엔 파트너분들과 함께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하는데, 여기서 잘 되든 시행착오를 겪든 이게 성장의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PART 2. 개인적이고 업무적인 관심사, 뉴미디어]


뉴미디어 첫 시즌! 굉장히 자연스러운 스마트폰 보기 컨셉ㅎㅎ


세: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트레바리 뉴미디어’ 클럽장을 맡아주셨어요. 어떻게 처음 클럽장을 하게 되신 거예요? (당연히 수영님이 맡겼겠죠...?ㅋㅋ)

혜: 네. 수영님이 무조건 클럽장을 하라고 해서 '그게 뭐냐 내가 그걸 왜 하냐'라고 했었는데요. 계속 하라고 해서 일단 한다고 대답해놓고, 거꾸로 어떤 클럽을 열지 생각한 거죠. 


개인적으로 십수 년 기자 생활을 했고, 포털로 이직해서 뉴미디어 쪽 정책 이슈를 들여다볼 기회도 있었고요. 개인적 관심사라 미디어의 여러 측면을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걸 같이 보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멤버들이 뉴미디어의 '시장의 측면'을 좋아하는 건지, '저널리즘의 측면'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미디어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정도도 천차만별이고요. 어느 지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까 등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시작했다는 걸 시작하면서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많이 배웠죠. 타겟팅부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까지.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세: 개인적으로는 뉴미디어 클럽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하세요?

혜: ‘뉴미디어’라고 제한을 짓고 나니까 사실 텍스트가 많지 않아요. 넥스랩처럼 계속 아티클을 읽는 방향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좀 하고 있어요. 멤버들과 많이 이야기를 해보고 그에 맞춰서 가야겠죠. 언제나 그렇듯 고객 맞춤형으로.


세: 사실 뉴미디어라는 이름보다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꽤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요. 클럽명을 뉴미디어로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용?

혜: 저도 '저널리즘'으로 갔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저널리즘이라는 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세: 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혜: 고민이 다층적이에요. 뉴미디어 시대의 위기가 시장의 위기와 신뢰의 위기,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요즘은 신뢰의 위기 측면에서 저널리즘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널리즘에 대해 답답해하고 아쉬워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 임계점에 오는 느낌이 좀 있어요. 근데 그게 또 시장의 위기와 완전히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미디어들도 밖은 되게 현란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 비슷한 고민을 다 같이 가져가고 있거든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요.


이런 주제가 한 가지 정답이 있는 주제는 아니잖아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우리 같이 솔루션을 찾아봅시다.' '이야기를 해보는 과정에서 서로 느끼는 것도 다를 테고 얻는 포인트도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논의를 가져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라는 취지에서 출발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트레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집단적 사고를 하면서 뭔가를 찾아내는 과정에 있잖아요.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참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게 생각보다 재밌어요.


세: 저희가 클럽장님을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요~ 혹시 트레바리의 클럽장 시스템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용!

혜: 타겟층에 대한 부분요. 지금 나와 있는 주제별로 봐서는 이게 초보자를 위한 건지, 중급자를 위한 건지, 고급자를 위한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사실 대부분은 열린 마음으로 받고 있고 그 조차 나쁘지 않을 수도 있죠. 고수들도 비기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은 좁혀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 뉴미디어를 두 시즌째하고 있잖아요. 계속 함께 가는 멤버도 있고 아닌 멤버도 있으니까, 같은 이야기를 매 시즌 반복하는 건 힘들다고 봐요. 그건 클럽장에게도 도움이 안 될 거고요. 그럼 계속 이어져 나가야 하는데, 심화시키자니 비기너들이 있어서 그 중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지난 시즌에 다뤘던 콘텐츠가 더 나았을 수도 있고요.


뉴미디어 두 번째 시즌, 가장 최근 사진. 혜승님 너무 무표정이신 것 아닙니까...!ㅋㅋㅋ




[PART 3. 사심을 가득 담아]


세: 이제 준비한 질문들이 거의 다 끝나가요! >< 이번엔 좀 가벼운 질문을 드리면,

혜: 근데 앞선 질문들도 다 가볍지 않았나요? 이렇게 지루하게 답하고 있는데..ㅎㅎ .


세: 아니에요 지루하다뇹! 전 너무 좋아요! 흐흐 근데 왜 독서모임엔 여자들이 훨씬 많을까요? 항상 성비가 안 맞더라고요.

혜: 좀 더 큰 틀을 보셔야 하는 게 한국 사회에서 책을 찾는 사람들, 강연/영화/문화 공연을 찾는 사람들의 성비가 다 여초예요. 여자들 없이 문화 인더스트리가 어떻게 버티나 할 정도로 여초예요. 그래서 항상 궁금했어요. '남자들은 그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는 걸까' 그랬더니 술집이라고 하더라고요. 남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과 접근에 좀 더 약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건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고요.(남자들을 위해서!) 다만 젊은 여성들에게 지적인 것에 대한 목마름이 더 있었다는 건, 우리가 한 번 보긴 봐야 할 것 같아요.


세: 얼마 전 수영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요. 최근에 혜승님께서 여자 선배로서, 여자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혹시 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혜: 언니 멘토 놀이를 할 생각은 별로 없고요. 여자 후배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하고 더 멋지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던 것 같고요, 지금까지는. 근데 최근에 사회 전체가 '여성에게 적대적이거나 차별적인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좀 받아요. 사회가 여자들에게 좀 더 거칠어졌어요, 제 느낌에는. 그동안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점점 더 기회가 열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고 안온하게, 편안하게 믿어왔는데요.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거죠.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요. 제 또래 여성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몇 명 없더라고요. 그러니 '고민을 나누거나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망설이진 말아야겠다' 정도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많은 언니들이 그래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근데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세: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니...ㅠㅠ

혜: 어쩌면 사회가 더 좋아져서 이런 걸 우리가 공론화시킬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아직도 공공연하게 차별이 있는 영역에서 깜짝깜짝 놀라고요. 저는 운 좋게도 지금 있는 회사나 인더스트리가 여성에게 그렇게 닫혀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마초적인 기업문화, 너무 오래된 문화가 여전하다는 것에 아직도 놀라요.


몇 달 전에 공항 청소하시는 여성분들의 기사를 보고 놀랐는데요. 내가 아는 세상,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 말고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 같은 분들의 세상에서는 말도 안 되게 잔인한 일들, 일상적인 폭력들이 아직도 있더라고요. 그걸 모르고 살았다는 게 되게 부끄럽기도 해요. 전반적인 사회 인식 자체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저도 딸을 키우고 있는데요. 최근의 여러 가지 여성 문제를 보면 우리 딸은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제가 제 딸을 위해 이런 걱정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제 딸은 저보다 훨씬 더 나은 사회에서 살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아요.




[OUTRO]


세: 트레바리를 얼마나 오래 하실 생각이신가요?

혜: 힘 닿는 데까지요.


세: 트레바리 멤버 인터뷰의 다음 인터뷰이를 추천해주신다면?

혜: 그럼 제가 추천할 수 있는 멤버가 36이나 뉴미디어 멤버일 텐데, 사실 트레바리에는 클럽이 많잖아요. 그래서 다른 클럽에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제가 추천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추천을 굳이 해보자면, 이번 시즌 클럽장님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분들이 두 분이 있었는데요. 하지현 님.......을 여기 끌어들인 건 저군요.(웃음) 아무튼 하지현 선생님과 정경선 님의 인터뷰는 제가 듣고 싶어요. 놀러가기 찬스를 써볼까도 생각했었는데요. 저에게는 클럽 두 개까지가 한계라, 다른 클럽 놀러 갈 여유가 없어서 아쉬워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요즘 독서 모임을 통해, 번개 모임을 통해, 각종 이벤트를 통해 멤버들이 친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근데 '세상을 더 지적으로', 이 말은 자꾸 눈에 밟힌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만드는 데 독서모임이, 고작 우리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사람들'이 아니라 무려 '세상'이라니, 너무 비장하지 않은가.

트레바리 뉴미디어 모임을 하다 보면 '결국 이용자가 현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곤 한다.(스마트한 시대에 스마트해지지 않으면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이번 인터뷰에서도 "책만 좀 읽어도 낫지 않을까. 보다 많은 정보가 알아야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비슷한 맥락의 말씀을 하셨다. 개개인이 조금씩 더 현명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맥락.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게 되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 모든 걸 알지만 나누지 않던 사람이 글로, 말로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세상'이라는 것도 조금씩 더 현명해질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개개인이 모여서 꾸준히 읽고 쓰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나' 혹은 '직원'이 아닌 '우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혜승님처럼 기꺼이 '우리'가 되어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중 한 명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혜승님의 광팬으로서 더 진심으로 감사하다.(아잉 몰랑)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멋진 언니(!) 혜승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REV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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