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작은 회사에 다닌다면, 더욱
1.
대표님께 "대표님은 셀프 브랜딩을 진짜 잘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제 별로인 부분을 엄청 잘 감추고 있다는 뜻인데.. 들키면 큰일나겠군요ㅋㅋ"라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셀프 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꽤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비꼰거아님 #들키면큰일나는건맞음
2.
최근 1년간 지인들로부터 "요즘 무슨 일해?" "거긴 어떤 곳이야?" "왜 그렇게 바빠?"라는 질문들을 수없이 받았다. 페북 프로필에 '직장: tvN PD'라고 적어두었을 때는 거의 받지 않던 질문들이었다. 그냥 "티비엔에서 이런이런 프로그램 조연출로 일하고 있어." 이 한 문장이면 내가 하는 일이 설명됐으니까. 가끔은 사람들이 내 일을 실제보다 더 멋있게 봐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대충 이야기해서는 모른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이야기해야 이해한다.
#트레바리 #독서모임스타트업 #피디만큼바쁨
3.
브랜딩은 중요하다. 특히 "이름 모를 작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이름 모를 작은 회사에는 시스템을 포함한 많은 것들이 없.다. 그런 곳에서 '회사의 가치'와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브랜딩은 셀프. 그럴 마음이 없다면 이름 모를 작은 회사에 있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차라리 이미 네임밸류도 쌓여있고 보상 시스템도 잘 갖춰져있는 "잘 알려진 큰 회사"에 가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협상도내몫 #현실은냉혹 #매혹적인브랜딩은내혹
4.
그래도 브랜딩 천재인 대표님 덕분에 '회사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나다. 정확히는 '나의 가치'.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대표님은 참으로 여러 차례 글쓰기를 권했다. 정확히는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권했다. 그냥 내가 하는 생각들, 평소 크루들 앞에서 말하는 것들을 잘 정리해서 적으면 된다고 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를금빛포장지로감싸줘
5.
나는 왜 선뜻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1) 써놓고 보면 너무 모순되는 생각들이 많다. 자아는 도대체 몇 개인 건지. 언제는 세상 야무진 척 다 해놓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찌질이도 이런 찌질이가 없다.
2) 쓰는 나보다 말하는 내가 더 브랜딩에 강하다. 셀프 브랜딩이 '별로인 부분을 잘 감추는 것'이라고 한다면 난 말할 때 그걸 훨씬 더 잘한다. 글을 쓰려고 앉으면 이상하게 솔직해진다. 진짜 이상하다.
3) 욕먹는 건 정말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누군가가 내 글을, 내 생각을, 나를 판단한 후에 남기는 칼같은 피드백에 무뎌지지가 않는다. 부정적인 피드백 앞에선 섬세함과 예민함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느낌이다.
#생각보다여림 #말은쎄고글은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