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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Jun 30. 2017

매뉴얼을 만들며, 역설적으로 자유로워졌다

매뉴얼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올해 초 업무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하며, 나는 역설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첫째로, 회사가 나만 보지 않게 되었다. 사실 회사가 나에게 의존적이라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물론 회사에서 내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시도 때도 없이 회사가 나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휴가 때도 나를 찾는다. "세희님 이거 안 돼있어요", "세희님 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세희님 이거 확인해주세요" 계속 카톡이 오고 전화가 온다. 직원이 나 하나뿐일 땐 당연한 일이었지만, 한 명 두 명 늘어도 그렇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었다. 항상 켜져 있는 '일 스위치'를 잠시 꺼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하며, 그 스위치를 끌 수 있게 되었다.

둘째로, 업무가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어 '파트너데이'의 경우, 매달 하는데 매번 새롭다. 매뉴얼이 없다 보니 매번 새로 기획한다. 몇 번 해봐서 어느 정도 감은 있지만, 몇 번 해본 거 치고는 쌓인 게 없다. 매번 출발선에 다시 서는 느낌이다. 하지만 '클럽 운영' 일은 다르다. 가장 먼저 매뉴얼화를 시작한 부분이 클럽 운영이었다. 감으로 하던 일을 매뉴얼로 적었다. 적고 나니 어디까지가 '기본'이고 어디부터가 '응용'인지 나눌 수 있었다. 기본을 정하고 나서야, 그리도 하고 싶었던 서비스 '개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꽤나 반복적인 업무를 매번 응용하는 느낌으로 하는 건 정말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다. 기본이 있어야 '진짜' 응용이 있다.


#무인양품은90%가구조다 #독서모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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