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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Jul 12. 2017

당연한 것을 계속 당연하게 만드는 일

운영 업무에 대한 나름의 정의(1)

1.

'운영' 업무를 하면 할수록 참 집안일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못하면 티가 바로 나는데 잘하면 모든 일이 당연하다는 듯 흘러간다.


잘해야 겨우 본전이라는 건 조금 힘 빠지는 일이다. 물건을 진짜 열심히 팔아야 겨우 BEP를 맞추는 느낌이랄까. 예전에 했던 방송 일이나 가이드 일은 잘하면 잘하는 만큼 바로 티가 팍팍 나는 일이었는데. 거기에 익숙해져서인지, 운영 일에 정 붙이기가 힘들었다.


2.

그래도 정을 좀 붙이기 시작한 건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독서모임 운영을 예로 들 아무 탈 없이 모임이 진행되기 위해 모임에 필요한 수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아지트를 돌며 어디 빠진 게 없나 챙기고, 모임 안내는 잘 되었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사람들이 제때 오는지 물어야 한다. 이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을 계속해서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3.

또 그렇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굴러가 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당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 더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서 뱅뱅 돌게 된다. 왜 하던 일이 어느 정도 잘 굴러가야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지 않나.


지금 내가(혹은 누군가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분명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누군가의(혹은 나의) 노력이 있기 때문일 거다.


+
내 방엔 아직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솔직히 자취를 시작하며 빨래가 안 쌓여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처럼 빨래가 당연히 내 방 침대 위에 짠하고 개어져 있는 일은 이제 없다. 그런 당연한 일은 이제 없다.

#하지만오늘아침내방침대위에는짠하고빨래가개어져있었음 #동생아고마워 #누나가월세안밀리고꼬박꼬박잘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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