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는 생각에 대한 쓸모 있는 생각
1.
얼마 전, 존경하는 분께서 이런 말씀을 전해주셨다.
"쓸 데 없는 생각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쌓이게 되어 있다. 그냥 그렇게 쌓다 보면 어느 순간 멋진 사람이라는 소리도 듣게 되고 그렇다. 그러니까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
맞는 말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쓸 데 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2.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쓸 데 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셨다. '쓸 데 없는' 생각이 뭘까.
나는 우울을 즐기는 편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고 혼자 있을 때 그렇다. 특히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더욱 그렇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덮어놓고 "그래 다 내 잘못이지, 내가 못나서 그래"라며 자책하는 게 쉽고 편하다. 왠지 모를 그 찌질함이 가끔은 재밌기까지 하다. '쓸 데 없는' 생각이 뭘까 생각하니 바로 그 찌질함이 떠올랐다. 발전적이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 머무는 생각.
3.
아지트에서 일하다 보면 '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대표님과 나눌 이야기가 있어 보였다. 나 또한 고민이 있을 땐 대표님을 찾는다. 대표님과의 대화는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왜일까.
예전에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의 '찌질함'을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나의 찌질함과 너의 찌질함을 공유하며 이상한 연대감을 느끼고, 서로의 찌질함을 보듬어주고 합리화하고 정당화해주었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대화는 "인생이 그렇지 뭐"라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대표님과의 대화는 절대 그런 식으로 마무리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화를 절대 마무리 짓지 않는다. '쓸모 있는' 대화를 위해 묻고 또 묻는다. 이 대화가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정말이지, 그 집요함 앞에서는 '쓸모 있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인가.
4.
나는 대화가 좋다. 나의 꿈을 나누고 너의 꿈을 궁금해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그 시간이 좋다. 혼자 있을 땐 한없이 수렁으로 빠지던 생각도, 좋은 대화를 통하면 금방 명료해진다. 생각의 쓸모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에 있다면, 나는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쓸모 있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자고, 잠깐 멍 때리는 시간을 빼면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사람들과의 대화가 언제나 '쓸모 있는' 생각을 하게 하진 않는다.(언제나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히 '쓸 데 없는' 생각은 안 하게 된다.
혹시 이후의 내가 혼자 쓸 데 없는 생각을 하거든 이 글을 보여줘야겠다. 혼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지 말자. 좋은 사람을 만나 '앞으로 나아가는' 생각을 나누자. 너보다 너의 가치를 더 잘 알아주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