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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Jan 10. 2018

너무 진화한 인간의 일기

나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1.

나는 장난기 어린 농담만큼이나 철학적인 이야기도 좋아한다. 전자는 '지금의 나'를 웃게 만들어줘서 좋고, 후자는 '앞으로의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줘서 좋다.


2.

요즘 미소가 입 밖으로 삐죽삐죽 나오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참 맑고 밝은 하루하루다. 서로를 귀여워하고, 철없는 장난을 치며 웃고, 웃는 너를 보며 또 웃는다.


이런 '지금의 나'들이 쌓여 '앞으로의 나'가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다가도, 문득 멍해질 때가 있다. 어떤 모양으로 쌓을지에 대한 생각 없이 손 닿는 대로 쌓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방향이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고민이 '존재가치'라는 거창한 고민에 닿았다.


#이쯤되면드는의심 #인간이너무진화한게아닐까 #스스로존재가치를위협할만큼


3.

그 거창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 ㅌㅅ님을 만났다.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를 하다가도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로 꺾어버리는, 그래서 사람을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사람이다. 나눴던 이야기 중 몇 꼭지만 적어본다.


- 시간의 유한함을 인지하게 되면 느껴지는 감사함이 있다.

- 존재가치는 결국 관계를 통해 얻는 것. 혼자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중요하겠다.

- 공감과 위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왜 사람들이 신을 찾는지 이해가 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신의 메시지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나.

- 영화 <her>에 종교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근데 <her>에 나오는 사만다와 신은 다른 것 같다. 신은 말하지 않아도 알지만, 사만다는 수많은 input을 넣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쌓아가면, 사만다 같은 역할은 사람이 해줄 수도 있는 것 같다. / 아 그래서 요즘 결혼이 하고 싶은가보다.ㅋㅋ

- 내가 상대에게 맞춰주려는 편이기 때문에, 감정이 읽히지 않는 사람들은 친해지기 힘들다. /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읽나? / 그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눈부실 만큼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전 엄청 밝은 낮이나 어두운 밤이 좋아요."


그는 푸르스름한 새벽 하늘과 저물어가는 노을은 싫다고 했다. 그런 하늘을 보면 죽음이 떠올라서. 허무주의자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누구보다 생의 의지가 강해보인다.ㅋㅋ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존재의 의미를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 삶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살고' 싶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4.

여운이 긴 대화였다.

그리고 긴 대화 끝에, 나는 내 존재가치를 표현할 단어를 찾았다.


'살고 싶게끔 하는'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


그간 그냥 웃음으로는 내 생각이 잘 표현되지 않았는데 드디어 찾았다..! 웃고 나면 공허해지는 웃음이 아니라, 더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 웃음을 주고 싶다. 그런 삶이라면 나도 살아볼 만하겠다.


내가 직접 줄 수 있어도 좋고,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어도 좋다. 어떤 식으로든 나는 '지금의 너'와 '앞으로의 너'가 미소 짓는 모습을 자주 보며 살고 싶다.


#구체적으로어떻게할지는다음과제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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