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법칙> 리뷰
1.
서문부터 빨간 펜으로 밑줄을 쫙쫙 그었다. 다 읽고 나니 책이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아, 그래서 이렇게 행동한 거였나 보다.'
'오, 내가 했던 그 행동이 이런 효과를 냈겠구나.'
읽는 내내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사람들을 대하던 나의 행동과 나를 대하던 사람들의 행동이 계속 떠올랐다. '왜 저런 행동을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던 행동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어 놀랐고, '그때 이렇게 대처했어야 하는구나'하는 탄식을 금치 못했고, '그때 그렇게 하길 잘했다'하는 안도감도 느꼈다.
2.
새삼 모든 관계들이 달리 보였다. 회사 동료들 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까지도..! 내가 그들과 어떤 '권력'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누가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달까. 누가 우위인지 모호한 관계도 있었고, 꽤 명확한 관계도 있었다. 하지만 힘이라는 코드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관계는 없었다.
성별로 성향을 나누는(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래라는) 것을 선호하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자주 들어왔던 이야기 중 하나가 이거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서열을 파악하는 것 같아. 남고 나오고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더." 지금 보니 이 말인즉슨 "남자들은 관계를 권력 코드로 보는 데 익숙해."라는 것 같다.
나는 이제야 관계를 그렇게 보기 시작했는데. 그간 참으로 해맑게 회사 생활을 했다 싶다. 냉혹한 현실 속에 이만큼 온 게 대견할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낭만적이었다'는 표현을 풀어 써보면 '인간의 본성을 현실이 아닌 낭만(혹은 이상)에 맞춰서 생각했다' 정도가 되겠다.
3.
누가 나에게 '관계 맺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나는 두 사람 사이를 끈으로 매는 모습을 그릴 거다. 매듭을 얼마나 단단하게 묶는지, 끈의 길이는 얼마인지 등은 관계마다 다르겠지만! 끈을 그리는 이유는 움직임, 즉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힘'에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서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상 누구도 줄다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대가 움직일 마음이 없더라도 상대와 연결된 누군가가 당기면 끌려가게 되어있다.
심지어 이 게임은 기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평생 줄다리기 게임에서 빠지겠어"라는 이야기는 언뜻 들으면 용기 있는 선택처럼 들린다. 하지만 결국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왜냐면 우리 모두 누군가와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당기고 당겨지며 움직이고 있다. 관계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힘도 존재한다.
피할 수 없는 줄다리기를 대하는 최선의 자세는 '힘껏 당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사 상대가 안 되는 줄다리기라도 말이다. 끌려가더라도 줄을 당겨야 일어설 수 있으니까. 상대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갈지 예측할 수 있으면 더 좋고.
4.
'힘의 진공상태는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이제부터 모든 관계를 권력 코드로 보는 데 익숙해지려 한다. 그런 내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의심 하나.
"정말 이 안경은 흐릿한 현실을 또렷이 보여주는 시력교정용 안경이 맞을까? 항상 끼고 있어도 되는 걸까?"
+ 혹시 특수한 상황에서 끼는 색안경은 아닐까?
+ 이 안경을 끼면 안 되는 순간은 없나? 있다면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