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소중히 쓰는 마음에 대해
1.
여행 가이드 일을 하며 자주 하던 생각이 있다. '사람들이 한국에 돌아가서도 지금처럼, 여행 온 것처럼 살면 좋겠다'는 생각. 로마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대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특별하고 새롭게 대한다.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아쉬워하며 이곳에서의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아이처럼 감탄하고 즐거워하던 사람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한하기에 아깝고 아깝기에 소중히 쓴다. 당시 언제든 콜로세움을 볼 수 있던 나에겐 콜로세움을 보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바티칸에도 여러 번 들어가니, 눈 앞에 펼쳐진 명화를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는 여행자들과 달리 더위와 땀 냄새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
#콜로세움보기를돌같이 #근데진짜여름의바티칸은죽음임 #팔들지마세요_팔아래겨드랑이있습니다
2.
요즘 살아있음을 배고픔만큼 자주 느낀다. 근데 그러면서 사는 게 한층 더 즐거워졌다. 한 지인이 "마약을 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라고 했는데, 마약을 해보진 않았지만 안 해봐도 그 느낌 알 것 같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자체가 마약만큼이나 본능적인 즐거움을 준다.
본능에 이유를 붙여보기 위해, '산다'는 게 뭔지 사전에 검색해봤더니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럼 '생명'은 뭔지 찾아보니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란다. 힘이라니. 산다는 건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구나. 그러고 보니 누군가 나에게 "살아있다는 걸 느껴"라고 말할 때면 왠지 모를 에너지가 느껴졌다. 다른 말로 하면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나는 그 두근거림이 좋다. 두근두근두근.
3.
이 여행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 날부터인 것 같다. 살아있음을 자주 느낀 것이. 무한한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무한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고, 계속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무뎌지고, 무뎌지면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중간중간 수많은 끝들을 만들어놓나 보다. 진짜 끝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기 위해. 1월의 마지막 날이 한 시간 남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을 감사히 쓰겠다.
#한시간동안글다듬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