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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Mar 01. 2018

질문쟁이라는 또 다른 나

취미로 인터뷰를 한다

요즘 삶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짜보는 중이다. 뭐 하나가 무너지더라도 삶은 무너지지 않도록.

죽을 고비 몇 번 넘기는 삶은 극적이고 멋지다. "하나라도 제대로", "모든 걸 쏟아붓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나는 피할 수 있는 죽을 고비는 되도록 피해가며 살고 싶다. 삶을 다 걸 만큼 큰 리턴을 주는 일을 찾는 것과 삶을 잃을 각오를 한다는 것, 둘 다 참 어렵다.

그리하여 계란을 조금 나눠 담아 볼까 한다. 요즘 나의 계란 하나가 향하는 곳은 '질문쟁이'라는 바구니다.



0. 취미는 힘이다.


취미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뻔해진 느낌을 받는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 "인생을 즐겨라" 등의 닳고 닳은 조언들과 겹치면서부터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정의보다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라는 정의를 더 좋아한다. 나에게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을 가진다는 뜻에 가깝다.



1. 아름다운 대상을


나는 사람을 통해 감흥을 느끼고 멋을 느낀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사람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듣는 건 설레는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직접 묻고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질문을 준비하는 것, 글로 정리하며 이야기를 곱씹는 것까지도 좋다. 자칫 귀찮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나에겐 그 모든 과정이 행복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주위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또 하나 감사한 건 내가 금사빠라는 것.ㅋ 금사빠 기질 덕분에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팬이 된다.


#팬이에요 #사랑해요 #근데너만좋아하는건아니에요



2. 감상하고 이해하는


'인터뷰'라는 형식은 덕질의 명분이자 수단이다.


누군가는 "그냥 만나서 수다 떠는 걸로 충분하지 않냐"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뜬금없이 마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물어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 친한 사이라도 말이다. 상상해보라. 갑자기 "너는 죽으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라고 물어봤을 때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인터뷰'라는 명분은 그 어색함을 꽤 많이 줄여준다. 깊이 있는 질문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로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뭐 그런 걸 물어봐"와 같은 대답이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인터뷰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라 한다. 맞다, 내 인터뷰에도 목적이 있다. 덕질!! 그 외 거창하거나 비장한 목적은 없다. 좋은 사람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구가 '인터뷰'라는 형식에 담겼을 뿐이다. 아직까지는 일반인(?) 덕질에 인터뷰보다 더 좋은 수단을 찾지 못했다.


#정리해서공유하는건 #이좋은사람나만알고있기아까워서



3. 힘


그렇게 인터뷰를 한지 벌써 4년째다.


가벼운 취미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자연스레 쌓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문이 더 깊이 있는 대답을 이끌어내는지, 어떻게 써야 인터뷰이가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등 스킬적인 부분 말이다. 나아가 질문을 잘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깊이 있게 물어보고 들어주는 것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선물 같은 일인지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점점 취미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간다. '질문쟁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생기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그 과정을 좀 기록해보려 한다. 인터뷰를 하나하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는 나의 생각들. 그리고 그 기록을 토대로, 더 나은 질문쟁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보려 한다. 하여 더 잘하고 싶다.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을 더 키우고 싶다. 그러면 삶이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벌써부터 신난당(꺄륵)


내 안에 질문쟁이섬 생기는 중 빙봉빙봉




뭐부터 시작하지


1. 인터뷰를 더 자주 발행한다.

- 현재는 두 달에 한 편 꼴로 발행 중 → 최소 한 달에 한 편 발행한다.


2. 새로운 실험을 해본다.

- 개인 인터뷰 매거진을 만든다.

- 그곳에 새로운 질문과 대화, 글 형식 등을 자유롭게 실험해본다.

ex 더아이콘티비처럼 각 인터뷰이의 채널을 만들어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3. 인터뷰이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질문과 그 이유를 물어본다.


4. 인터뷰 메이킹 스토리를 기록한다.

- 인터뷰를 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배운 것들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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