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엘 Dec 07. 2020

워킹맘의 3가지 시그널

# 아들둘 엄마와 워킹맘 팀장 그 사이 그 어딘가에서

“아들 둘에 회사일까지 애 키우고 일도 하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

 

결혼하고 회사생활을 하며

워킹맘으로 지낸 지난 8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신나고 간결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안 키워요.

사실 저희 친정엄마가 키우네요"

"육아보단 회사가 좋아요"

라고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대답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난 정말 육아보다 회사가 좋을까?

 

아들둘 엄마보다

워킹맘 팀장이 더 좋은 지가

내 마음이 정말 어떤지

내 생각이 정말 그런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이미 오래전부터

 

임신을 하며 육아휴직을 할 때부터

잠자고 있는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새벽부터 출근을 할 때마다

퇴근 후 엄마를 보고 쉴 새 없이 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는 아이와 침대에서 대화할 때나

가끔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두 팔 벌려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를 볼 때마다

 

항상 고민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 팀장이어서 좋았을까

언제 엄마여서 좋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 순간순간

나에게 내가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삐릿삐릿

 

# 회사 출근하며 모닝커피 한잔

 

아직도 기억이 생생 합니다.

15개월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는 첫날.

회사 1층 커피숍에서 따뜻한 라떼를 사고,

한잔을 홀짝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볼 때 그 기분을.

 

나도 모르게

“너무 좋다~ 회사 와서 너무 좋다~”라는

혼잣말을 했고

마음속에서

“뭔가 나는 자유다. 이 여유로운 기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끔 아들둘 엄마로 사는 삶을 고민할 때,

회사 1층에서 출근길에 커피를 한잔 마셔봅니다.

 

여전히 커피 한잔의 여유가 느껴지는지

아니라면 아들의 얼굴이 떠올려지는지

순간의 느낌을 느껴봅니다.

 

엄마이냐 팀장이냐를 선택하는

나만의 첫 번째 시그널은 출근길 #모닝커피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마음이

조금 더 워킹맘 팀장을 해도 된다며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니 육아를 전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은 안된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모닝커피 한잔을 하며

순간의 느낌을 또 믿어 봅니다.

아직은 워킹맘 팀장이 조금 더 나에게 필요하다고

그 시그널을 믿어 봅니다.


# 휴가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대부분 아이 일로, 아이가 아프거나

친정엄마가 일이 있어서 혹은 몸이 안 좋으실 때  

집에 일이 있거나 병원을 가거나 서류를 처리하거나

대부분 집안일로 아이들일로

휴가를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간혹 휴가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선물 같은 하루가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보내시나요?

어린이 집에 있는 아이를 기다리며

함께 저녁을 먹고

함께 오후를 보낼 생각으로 즐거우실까요?


그 휴가에 밀린 집안일을 하시면서

청소며 반찬 준비며

여러 가지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실까요?

 

저는 이렇게 소중하게 얻은 휴가는

어떻게든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위해

내 시간으로 만들어서 친구들도 만나고

못다 한 쇼핑도 하고

마사지도 받고,

하루를 꽉꽉 눌러서 채워 보내는 내 모습은

참… 아직도 육아와 살림과는 친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육아와 살림을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더 크겠죠.

 

엄마의 행복이 아이들의 행복이라고 믿어 봅니다.

엄마의 휴가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 쓴다고

믿어 봅니다.

 

그래서 휴가를 보내며 또 한 번 휴가가 있는

워킹맘 팀장이 좋다는 두 번째 시그널로 믿어 봅니다

 

# 사직서를 내봅니다 상상 속에서

 

사직서를 내어보았습니다.

상상 속에서

저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말해보았습니다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미련이 남나요?

내일 아침 눈뜨면 허전할까요?

아직 조금 더 돈을 모아야 할까요?

이런 질문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럼 아직 일해야 한다는 시그널인가 봅니다.

 

가슴이 후련하고,

더는 바라는 것이 없고

회사에도 일에도 업무에도 미련 없다는

깨끗하고 상쾌한 기분이 불어온다면. 그만둡니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며

이렇게 깔끔할 수는 당연히 없습니다만,

상상으로만이라도 기분 좋은지..

아닌지를 떠올려 봅니다.

 

하지만, 아직은

매월 월급이 생각나고

아직은 돈을 좀 더 모아야 할 것만 같고

여유 있는 출근길 모닝커피가 생각나고

이렇게 경단녀가 되어버릴까 봐 두렵고

집에서 육아를 살림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

아직은 다녀야 하는 시그널이라고 믿어봅니다.

 

늘 매 순간 매월 고민하지만,

아직은 아들둘 엄마의 시그널보다

워킹맘 팀장의 시그널이 더 강하게 울립니다.

 

그렇게 또 오늘 하루도

나의 시그널을 체크하며 믿으며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물론 시그널과 상관없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아들 둘 엄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앞날은 모르니까요.

그럼 또 그땐 어떤 시그널이 울리는지

다시 한번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나에게 보내는 시그널

내가 느끼는 그 시그널을 믿으며

오늘도 워킹맘으로 출근을 합니다.


워킹맘의 위로받는 그림하나

Edgar Plans (@edgarplans ) : 귀여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꼭 마치 우리 개구쟁이 두 아들인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집니다. 장난이 가득한 눈동자도, 이렇게 저렇게 낙서된 그림들도 귀엽습니다. 그리고 간결하게 적혀있는 메시지들은 마치 두 아들들이 제게 이야기 해주는 것같아 때론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답니다.   

Edgar Plans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사람이어라 사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