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초보의 너덜너덜 고단한 이사 여정 기록기
첫 6년은 한집에서 걱정 없이 내 집처럼 살았다.
그리고 워킹맘의 필수조건이자 최고 조건인 친정엄마 옆 동으로 내가 원해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시작된. 2년 후 이사 그렇다 요즘 말하는 "집주인이 들어온데요" 케이스. 당첨되어버렸다.
사실, 2년 전 첫 이사 때는 약간 신도 났다 도배 벽지도 원하는 컬러로 고르고,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어서 설레기까지 했다.
그땐 몰랐다. 2년 만에 다시 이사하게 된 지금.
전세대란인 2020년 연말! 딱 그 시기에 이사집을 찾는 것부터 시작된 고단한 여정
워킹맘이라 친정엄마 집 근처라는 강력한 전제 조건으로 인해 동네도 답도 다 정해진 상태에서 구하는 전세는 정말 답이 없이 답답하기만 했다.
특히, 원하는 집 마음에 드는 좋은 집을 고르는 게 아니라 가능한 집이 있는지 매일 찾아야 하고 인테리어나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날짜 비용 맞는 그 집에 살게 되는 것이 운이다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전세살이 거기다 2년 만에 찾은 전세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올라 고단하다 못해 피폐해지고 지난날들을 한없이 후회하게 만들어버렸다.
몸도 마음도 통장도 너덜너덜 해진 전셋집 이사하기 그 고단한 여정
1. 전세 초보자, 인테리어의 그 우울함에 대하여
우리에게 가능한 집은 천연기념물 같은 고동색 몰딩과 할머니 집에서나 보았을 연식이 가득한 고동색 문이 그 위용과 오래된 컬러와 손때 묻음을 뽐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까지... 오래된 아파트에 어울리는 만큼 오래된 컬러. 낡은 몰딩 어디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그런 집이었다.
선택이 없었다. 전세라도 난 새집처럼 싹 바꿀 거야 라고 결심이 저절로 되었다. 화이트 인테리어 필름으로 몰딩과 문을 싹 가려버리고, 아니 시간이 된다면 문도 바꾸자. 예쁘게 바꿔주는데 주인도 좋겠지.
도배와 장판까지 전체적으로 다해버리자. 그럼 상큼한 집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싹 수리로 마음을 굳혔다. 뭐 예쁘게 되면 나도 비포 애프터 해서 블로그에도 올려야지!라고 생각하며 할머니 스타일 오래된 집에 살게 된 나에게 마음의 위로를 했다.
하지만.. 전세 초보는 정말 중요한 걸 생각도 못했다.
아.... 이사날짜!
2. 전세 초보자, 어떤 미팅보다 어려운 이사날짜
아니. 오히려 쉽나. 전세금이라는 큰돈이 오고 가니, 이사날짜도 역시 돈에 의해 좌우되었다. 내가 잡을 수도 내가 결정할 수도 없이 그냥 계약에 의해 정해져 버렸다. 길일과 좋은 날 이런 것도 하나 필요가 없었다.
나가는 날 들어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 그럼 난 인테리어 필름은커녕 도배장판도 하나 못하고 그 낡고 낡은 집에 그냥 들어가게 된다. 입주청소도 할 수는 있지만, 하루 종일 입주청소를 해야 하는 비용인데 와서 인부들이 대기하고 있는 시간에 추가 비용을 달라고 한다. 대기시간을 계산해 돈이 배로 올라가고 급하게 하고 나오면 입주청소를 하는 게 맞나. 고민까지.... 머리가 아프고 몸도 아프다.
전세 초보 너무 세상을 몰랐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 일정 조절이 되어 전세금은 미리 빼주시고, 이사는 2일 이후에 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나에겐 2일이나 생겼다!!!!!!
다시 요즘 스타일의 집을 만들 수 있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올라오며 즐거움이 생겼다
3. 전세 초보 - 인테리어에 필요한 기간
이번엔 유명한 인테리어 실장님에게 맡겨보리라, 이렇게 오래된 집이 새로 탄생하려면 동네 인테리어 아저씨들은 싫다. 인테리어 실장님을 소개받아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혹시 몰라 LG 지인이 요즘 전체적으로 해준던에 LG 지인에게 전체를 맡길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LG 지인으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실장님도 LG지인도 모두 2일은 공사일정으로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다시 우울함으로.. 처음 알았다. 인테리어 필름, 도배장판을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선 최소 5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인테리어 실장님은 포장이사를 권하신다.. 포장이사 그건 더 쉽지 않네... 결국 다시 원점으로.
지저분하지 않게만 하자라며 동네 인테리어를 알아보았다. 동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도배와 장판은 할 수 있지만 페인트나 필름은 절대 가능하지 않는 일정이라고... 결국 진고동 색 낡고 낡은 몰딩과 문은 그대로 두고 도배와 장판만 새로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 예쁘게 도배장판을 해도 고동색 몰딩, 창문틀, 문을 보고 있으니 답답 또 답답 우울 또 우울. 고단함은 점점 더 커져갔다.
4. 전세 초보자의 초보 셀프 인테리어
그래서, 몰딩 시트지라는 것을 발견했고 셀프로 도전.. 하게 되었다. 여러 시공사례를 보고 힘을 얻어서
체리색, 고동색, 회색 낡고 낡은 많은 몰딩과 창문들이 새하얀 색으로 바뀌며 반짝 거림을 뽐내고 있는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10미터를 사고, 주문을 하고 설렘을 앉고 시작했다..
착하면 착 붙을 줄만 알았지. 틈새, 아래쪽 실리콘과 맞닿는 부분 벽지의 굴곡이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고단함을 몇천 배로 늘여준 노동의 결과는 참담했다. 목 아픔 팔 아픔과 체력과 시간 그리고 노력 모든 걸 소진하고 얻은 결과는 정말. 상상과는 내가 찾아보았던 사례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초보자이자 똥손 임을 몰랐던 나 자신을 내 실력에 대한 무지를 또 한 번 더 후회하였다.
5. 전세 초보 - 줄줄줄 나가는 돈돈돈
드디어 이삿날.
2년 전에 했던 업체가 만족해 다행히 이사 업체 선정과 견적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래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사 업체가 정해졌다고 해서 모든 준비가 끝난 건, 더 이상의 이사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줄줄줄 나가는 돈 중에서 붙박이장의 이동은 생각지도 못한 돈이었는데 심지어 비싸기까지 했다
1동에서 2동으로 이사 가는 그 짧은 거리에도 이사비용의 할인은 전혀 없었다. 뭐. 당연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까웠다.
붙박이장 이전 설치 - 붙박이장은 철거와 이전 설치를 구매한 가구업체에서 직접 해준다. 처음 이사할 때, 만족도가 높아서, 또 신청을 했는데 세상에나. 이전 설치비용이 일단 29만 원이다. (8부장기준)
뭐. 그럴 수 있다. 크고 분해하고 이동시키고 다시 조립하는 게 어렵긴 하니까. 근데 예상하지도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옛날 아파트라서 엘리베이터를 이용 못하게 된 것. 그렇다면, 5층 이상일 경우에는 사다리차. (한번 부를 때 13만 원) 5층 이하인 경우에는 계단 이용을 하는데 이경우 (6만 원)이라고 한다. 같은 단지에서 이동이라, 내려올 때 6만 원 올라갈 때 6만 원 총 12만 원이 추가되었다. 2년 만에 2번 이사를 하며, 처음 35만 원 + 두 번째 이사에 41만 원 = 76만 원이 붙박이장 이동에만 드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에어컨 - 에어컨은 가스와 설치가 복잡해서 무조건 AS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문제가 되느니 믿고 맡기자. 역시 출장비 발생 거기다 실외기 위치를 잡기 위해 미터당 요금 발생.. / 정수기 - 정수기 역시 설치 따로 이전 따로 / KT 인터넷 & TV 서비스 - 출장에 출장 그나마 만 원대라 / 거기다 도시가스까지 이사하는 날도 사람들이 많아 정신없는데 설치 기사들까지 왔다 가면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그리고 온갖 등 거실 등, 식탁등, 방등, 주방등 / 스위치 등등등 - 옛날 낙후된 아파트엔 정말 그 옛날 형광등 조명이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다. 마음먹은 김에 아파트 전체 등을 다 새롭게 달았다. 등 구입비도 어마 무시한데 출장 설치비용까지
생각지도 못하게 자꾸만 카드결제를 하고 있다. 소소하게 자꾸자꾸 결재한 비용이 벌써 몇백....
통장 잔고까지 고단해져 버렸다. 거기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몇 명이 왔다 갔다 하고, 주방 담당 아주머니는 고객님을 자꾸 부르며 달라진 주방 서랍에 내 그릇들을 구겨 넣고 계신다. 아침 7시부터 사람들과 함께 짐들과 함께 먼지 속에서 이사를 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던 하루였다.
6. 전세 초보- 이사 후 뒷정리
이사 다 했으니 발 뻗고 자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진정 왕초보였다. 이사하고 나서부터 또 다른 시작이었다. 우리 집의 살림이 동선이 달라지고 물품들이 달라지고 가구 배치가 달라지며 오는 복잡함. 거기에 옛날 아파트라 전기 콘센트까지 각각 다르고 달랐다. 그냥 살자.라고 하기엔 자꾸 눈에 보이고, 자꾸 불편해지며 힘들어지는 하루에 다시 매일 정리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정리만 몇 줄을 다시 하며 또 버리기를 또다시 하며 고단한 이사의 끝이 보임을 감사하고 있다. 그래고 정리가 조금은 되고 있고, 묵힌 짐들을 고민 없이 버릴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생긴 건 감사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전세 초보의 전세 이사 팁
1) 아파트 전세 구입과 집 선택은 요즘 시국(!)에는 하늘에 맡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2) 이사 날짜 - 인테리어를 하려면 최소 5일 이상은 여유가 있어야,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역시도 나가는 집과 들어가는 집 또 들어오는 집과 나가는 집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우리나라 전세 상황에서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3) 수표를 주겠다는 집주인과 안 받겠다는 집주인 - 요즘 인터넷 뱅킹으로 대부분 하지만, 나이 드신 분, 수표 거래를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수표를 은행에 입금하고 현금화하려면 입금 후 다음날 2시 이후가 된다. 대부분 계약이 오전 10시경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수표를 주고 넘기면 되지만, 또 받아서 다른 집 계약할 때 그 수표가 넘어가야 할 때 문제가 없어야 한다. 수표를 주겠다는 집주인과 안 받겠다는 계약자 사이에서 맘고생은 결국 우리 몫 사전에 체크하고 물어보자
4) 이사 전 짐 정리 - 꼭 반드시 미리 다하자 이사 후 상황은 그야말로 패닉이다. 아니 그냥 마음을 이사 전 짐 정리 이사 후 또 정리. 이렇게 먹자.
5) 마지막으로 이사는 되도록 하지 말자 - 할 수 있다면 피하자. 가구며 바닥도 망가지지만, 내 몸도 망가지더라. 포장이사라서 편하게 맡길 수 없는 내 살림 내 집 내정리가 모두 내 몫의 일이다. 살림살이를 이동한다는 건 정말 어마 무시한 일이었다.
이렇게 써보니 다음에 이사하면 잘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전세 계약과 날짜 그리고 비용과 선택을 모두 하늘에 맡겨서 운에 맡겨야 하는 지금 시국의 우리나라 전세시장에서 역시 내가 결정해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 집도 날짜도 인테리어도 이사도 모두 다 하늘이 정해준 대로 하는 것 같다. 맞춰 사는 거. 운이 좋은 거.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단함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 허둥지둥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하자는 점.
그래서 고단함이 아닌 새로운 집을 만나는 설렘을 그래도 즐겨보라는 점. 혹은 전셋집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를 하지 말라는 점을 깨달아본다.
그래도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새로운 우리 집이구나 마음을 잡으며 너무 허둥지둥해버린 몸도 마음도 고단하고 고단했던 전세 이사의 그 여정을 기록해본다.
워킹맘의 위로받은 그림 하나
DAVID HOCKNEY (데이비드 호크니)
이사를 준비하며 자꾸 떠오른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저렇게 파스텔톤 집에 벽지에 커다란 수영장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멀고도 멀었답니다. 하지만 파스텔톤으로 지어진 내 집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입니다. 저렇게 파란 테라스에 알록달록 정원도 있었으면 예쁘게 꽃도 꾸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언젠가는 우리 집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이 걸려있을 그날을 꿈꾸며.. 그날이 올까 싶어 지금 당장 포스터라도 걸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