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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엘 Dec 15. 2020

엄마의 대상포진

아들둘 엄마와 워킹맘 팀장 그 사이 그 어딘가에서  

“엄마 대상포진이래..”


워킹맘으로 회사 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엄마의 메시지

시간 될 때 전화 좀 부탁해

문자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엄마가 이야기합니다..

“엄마 대상포진이래..”


갑자기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 엄마는 손자 둘을 걱정합니다.

병원에서 아이들이랑 접촉하게 되면

수두로 옮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격리를 해야 하는데

손자 둘 엄마가 손 안 잡고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겠다고…


급하게 휴가를 내고,

어린이집에 가면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첫 아이를 낳고 워킹맘 생활을 한지 벌써 8년째.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

둘째 아이까지 맡기고 나오면서.

한 번도 집안일에 신경 쓴 일이 없었고

한 번도 야근이나 회식을 할 때

고민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친정엄마 어드밴티지라며

집과 아이들 걱정은 전혀 없이

cctv도 필요 없이

회사에서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고

가끔 회사일이 힘들다고

동료들과 팀원들과 맥주 한잔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그 8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7시 딩동.

어김없이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매일 오후 8시에

청소도 설거지도 다하시고

내 밥까지 챙겨주시고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늦잠을 자는 날이면

매일 아침 7시에 우리 집으로 출근하는 엄마가 깨워

저 역시도 지각 한 번을 안 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그 8년을 하루도 병가가 없었습니다.

한약이나 공진단, 비타민을 권해도

밥 한 끼 김치랑 먹는 게 약이라는 우리 엄마

그렇게 계속 엄마가 건강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믿었고.. 아마 너무 믿었나 봅니다.

엄마가 건강할 거라 그냥 믿어버렸네요.

  

그러던 엄마의 대상포진


엄마가 함께해서

얼마나 든든했는지는 알았는데,

얼마나 엄마에게 힘든 일이었는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제 커리어가 쌓여가면

워킹맘 팀장 연차가 늘어나면

손자둘 할머니 연차도 늘어나고

우리 엄마는 나이가 들어가네요.

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대상포진으로 일주일 친정엄마를 쉬게 하고

시댁으로 휴가로 일주일을 아이들과 보낸 시간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네요


엄마 안아프다고,

이제 다 나았다고,

애들은 어떻게 라며

말하는 엄마인데..


전 엄마의 힘듦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엄마는 늘 건강하니까

우리엄마는

손자둘 보는게 더 즐거우시니까. 생각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피곤하면 쉬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알았는데

워킹맘 딸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도 또 그렇게

아들 둘을 맡기고..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워킹맘의 나누고 싶은 그림

Rose Wylie (로즈 와일리) - 위트있고 순수한 80대 할머니의 그림들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순수한 마음이 있겠지.. 힘들어도 언제나 밝게 말하는 엄마인것만 같습니다. 제게는 늘 밝은 우리 엄마. 자꾸 엄마 생각을 떠올리며 자꾸 보게 되는 그림입니다.  그리고 나때문에 아들둘과 함께하는 우리엄마 지금은 힘들지만, 저렇게 그림 속 할머니처럼 노래부르는 즐거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담아봅니다.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발랄하고 천진난만한 할머니의 위트가 좋아서 색감이 좋아서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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