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의 매력
독서 초보. 요즘말로 독서 어린이, '독린이' 입니다.
독린이로 독서 모임을 5명의 지인들과 매월 한 권 그리고 지금까지 7번 함께했습니다. 혼자 읽는 독서와 함께 읽는 독서는 다릅니다.
혼자 읽는 독서도 물론 의미가 있습니다. 감명 깊은 문장을 정리해 보고, 등장 인물과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며 나의 경험과 생각을 반추해보는 독서의 장점은 많은 분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린이로 7개월 동안 참가한 독서 모임에서 생각한 점과 그 의미에 대해 정리해 봅니다.
Linking Stories ㅣ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힘
"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야기가 계속되네!" 첫 모임, 2시간은 마치 팟캐스트를 듣는 것과 같았습니다.첫 모임의 첫 번째 책은 개인적으로 완독을 하지 못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입니다. 그 시작은 전체적인 소감, 감명 있는 문장과 그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의 나눔이었습니다. 이후, 담당자를 지정해 자료조사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조사와 의견을 공유하게 됩니다. 또한, 데미안과 싱클레어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서로 나눕니다. 책을 읽으며 운명을 개척하며 '성장'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던 나의 생각이 함께 확대되어 다양해집니다.
누군가는 헤르만 헤세의 아르바이트 시절의 이야기를 소개해줍니다. 헤르만 헤세는 독일의 작은 마을 튀빙겐에서 머물렀다고 합니다. 튀빙겐은 헤르만 헤세를 포함하여 철학자 괴테, 시인 휠덜린 등 수많은 역사전 인물들이 꿈을 키우고 생활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특히, 200년 역사를 가진 튀빙겐의 고서점 헤켄 하우어((Antiquariat J.J. Heckenhauer )는 헤르만 헤세가 서점에서 일을 하며, 방황을 끝내고 초석을 다진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헤르만헤세의 다른 소설 <싯다르타>로 이어집니다. 헤르만 헤세는 인생과 가치, 여행과 독서 그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에세이, 기고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며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나눕니다.
그뿐인가요.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한 날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OST로 사용된 영화, 독서 모임 당시, 개봉했던 '괴물'에 대한 이야기와 주제에 대한 생각들이 이어집니다. 또한, 책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유튜브로 찾아보며,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어, 그의 1주기를 맞이해 상영된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영화 이야기 연주로 가득 찬 103분 동안의 감동을 함께 나눕니다.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뮤지션까지 책 한 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고,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흘러갑니다.
2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마 이 책을 혼자 읽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키워드를 찾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책에 언급되는 음악을 찾아 듣는 정도에서 끝났을 것입니다. 이야기의 연결, 거기서 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가득 찬 독서 모임입니다.
Collecting Intelligence ㅣ 집단지성의 힘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이야기할 땐, 문득 '이런 것이 집단 지성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수만 년 수십만 년 이상이 된 작품들과 시간을 보내며, 삶, 예술 그리고 그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전달합니다. 작가가 던진 논제, "예술에서 배우다."를 서로 이야기하며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나눕니다. 그러다, 뉴욕에 있는 미술관 MOMA, 휘트니 미술관, 구겜하임 미술관의 차이와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또한, 책에서 소개된 미술작품들을 보며 미술사를 공부합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주인공 펄롱이 수녀원에서 한 여자 아이를 구해내는 장면이 묘사된 한 문장에서는 조금은 격렬한 의견을 나눕니다.
펄롱은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 와중에 생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격려를, 사소한 것들을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할 그 일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믿고 있다.
옮긴이의 후기를 읽으며 영어 원서로 읽은 분도 있습니다. 덕분에 작가의 원어 표현을 함께 보며, 그 뜻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봅니다. 한 분은 표지이미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십니다. 책의 표지는 피터르 브뤼헐의 '눈 속의 사냥꾼'의 한 부분입니다. 전체 작품에서 작은 한 부분을 표지로 정한 작가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봅니다. 서로가 가진 다른 관심이 가치 있는 정보가 되어 다가옵니다. 더불어 지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Connecting Together l 연결의 힘
책으로 만나지만, 생각을 나누며 연대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점점 깊이가 깊어집니다. 대화의 깊이도, 관점의 깊이도, 배경과 이야기도 깊어집니다. 함께하며 공감의 폭도 깊어집니다. 그러면서 모임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은 깊어집니다.
Experiencing New Adventures ㅣ 새로운 경험의 힘
마지막으로 독서 모임은 매월 한 권의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한 권은 나의 취향이나 나의 선호도가 아닌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서 모임이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칠 뻔 한, 이치와 사오의 <헌치백> 은 중증 장애인의 성적 차별과 권리에 대한 책으로 일본 <2023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입니다. 일본을 들썩이게 한 문제작으로 언론에 소개되며 큰 화제가 되었던 이 책을 독서 모임으로 읽으며 또 다른 시각 또 다른 표현 또 다른 이슈를 생각해 봅니다.
새로운 작가를 한 명씩 두 명씩 더 알게 됩니다. 문화평론가이자 칼럼, 평론, 에세이, 소설, 인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을 써온 정지우의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를 읽으며, 현시대의 우리나라 문화, 사회의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와 관점을 논의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두꺼운 벽돌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자연과학분야를 다루기도 합니다. 추천받고, 읽어보고, 또 새롭게 알아가며 색다른 경험을 쌓아갑니다. 즐겁게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이 독서 모임으로 연결되어 함께 읽는 기쁨과 뿌듯함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드립니다. 독서 모임 함께 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