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 그 '대인관계'가 뭔지 일단 알아보자.
인간은 살면서 고민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고민이 대인관계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이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대인관계 능력이 떨어지면 자신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그것을 발휘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인관계는 너무 어렵다. 온전히 내 뜻대로 되는 경우가 없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대인관계를 위해서 필요한 능력은 정말 엄청나게 많다. 남들은 쉽게 쉽게 하는 것 같지만 막상 내가 하려고 하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인간은 대인관계에 대해서 늘 고민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청춘을 만나고 있고, 그들은 대부분 대인관계 고민으로 찾아온다. 대인관계를 한 번에 좋게 할 수는 없지만, 먼저 개략적인 부분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 글을 쓴다.
먼저 할 작업은 대인관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같은 언어여도 서로 다른 것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공부 잘하고 싶다.'라는 소망이 있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해 본 소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바라는 '공부'가 다를 것이다. 누구는 영어일 수도 있고 수학일 수도 있다. 수학에서도 미적분일 수 있고 통계일 수 있다. 어쩌면 누구는 빨리 문제를 풀고 싶을 것이고, 다른 사람은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고 싶다.',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라는 조금 더 명확한 목표가 자동적으로 생겨 이런 과정이 있는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인관계는 시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대인관계를 왜 잘하고 싶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대인관계를 하고 싶은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먼저 왜 잘하고 싶은지를 따지는 것이 조금 더 이야기하기 편할 것 같다. 먼저 우리는 왜 대인관계를 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나를 찾아온 청춘들에게 왜 대인관계를 잘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나온 대답들이다.
"외로우니까요."
"혼자 하니까 공허해서요."
"아무도 친한 사람이 없는 것이 불안해요."
"나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서워요."
나는 대화하면서 그들이 대인관계를 하지 못 했을 때 일어날 악결과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느꼈다. 그들에게 대인관계는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못하면 벌 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만나서 대인관계를 못 만들어내었을 때 굉장히 괴로워했다. 그들에게 그 대인관계가 꼭 필요했었던 것이냐고 물어보았을 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잠시 행동과학이라는 영역에 대하여 소개하겠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기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하나는 상, 다른 하나는 벌이다. 상을 주면 그 행동은 늘어나고, 벌을 주면 그 행동이 줄어든다. 공부를 하는 아이에게 상을 주면 공부를 더 하게 되고, 노는 아이에게 벌을 주면 노는 것을 줄이게 된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는 벌을 받아서 공부한 아이보다 상을 받아서 공부한 아이일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과 싫은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은 능률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대인관계 영역도 비슷하다. 내가 만난 분들은 대인관계를 실패하는 본인에게 스스로 감정적인 벌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대인관계를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벌을 받으면서 대인관계를 잘하려고 하는 것 역시 능률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다. 대인관계에서는 공부보다 능률이 더 떨어지는데, 대인관계에는 자존감과 긍정적인 정서 등 벌을 통해 기를 수 없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인관계를 해서 스스로가 받는 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상이라는 것은 뭔가 즐거운, 기분이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이다. 상으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여하튼 뭔가 이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대인관계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먼저 감정적 이득을 생각해보자.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받는 것에 많은 기쁨을 얻는다. 또한 뭔가 같이 해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대인관계가 없이 홀로 있어서는 얻을 수 없는 감정이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이득이다. 대인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일의 처리가 부드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렇지만 이기적이 되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려는 대상을 몰라야 하기 쉽다. 내 이기적인 행동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행동을 하기 망설여진다. 그래서 이기적인 행동이 줄어들고, 공동의 작업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결국 일처리가 부드러워지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경제적 이득이다. 이런 감정적, 사회적 이득에 더하여 대인관계를 통해 경제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결론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는 대인관계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득이 되지 않는 대인관계는?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잘하고 싶은 대인관계는, 그냥 누군가 하고 무조건 잘 지내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유지하고 관리할지를 알고 행하는 것이 진짜 대인관계를 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자, 다시 나를 찾아왔던 분들이 대인관계를 하는 이유에 대하여 한 말을 떠올려보자.
"외로우니까요."
"혼자 하니까 공허해서요."
"아무도 친한 사람이 없는 것이 불안해요."
"나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서워요."
이런 실패를 두려워하는 상황이라면, 인간은 자신의 다른 면을 희생해서라도 고통을 받지 않기를 원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대인관계를 위해 자신의 일정 부분을 희생하게 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나를 찾아온 사람 중 어떤 사람은 대인관계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A라는 사람과의 관계가 주된 고민이었다. 대인관계가 협소한 그는 A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A에게서 얻는 것에 비하여 자신이 훨씬 많은 것을 희생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방법은 A와의 관계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찾아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 했다. 대인관계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대인관계를 실패했을 때 겪을 고통에 더 민감하다면, 이런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요즘 자주 사용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의도적으로 이런 한 쪽이 희생하는 대인관계를 만들어내서 착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득을 얻을지는 모르나, 좋은 대인관계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한 쪽만 이득을 얻는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하고 싶은 대인관계는 나와 상대방, 양측 모두가 이득을 얻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뭔가 아직도 뭉뚱그려져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한번에 설명할 수 없다. 일단 일반적으로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내가 희생해서라도 그 사람과 잘 지내는' 관계는 적절한 대인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넘어가도록하자. 다음 글에서는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 대인관계의 중요한 특성에 대해서 몇가지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