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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May 18. 2020

잡담의 쓸모

1. 대인관계란?

우울, 불안을 느끼게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한다. 특히 불안을 느끼는 대부분은 대인관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최근 이런 대인관계 고민으로 우울, 불안을 느끼는 분들을 교육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에게서 다양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고, 그중에서 내가 눈여겨본 것은 그들이 쉬는 시간에 하는 행동이었다. 그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같이 모여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말할 거리도 없고..."

"내가 왜 떠들면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색하고, 걱정돼요. 분위기를 망칠까 봐."


그들과 면담했을 때 내가 알아낸 것은, 그들은 대인관계를 위해서 잡담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필요도, 용기도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대인관계 형성에 실패하면서 발생한 우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를 상실한 그들은 새로운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침으로써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잡담의 필요성에 대하여 여러 차례 설명하였으나, 그들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부족한 설명을 다듬고자, 이렇게 잡담이 왜 그들에게 필요한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확실히 하고 가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대인관계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인관계 능력을 평가한다면 그건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다음 둘 중에 하나를 골라보자.


A. 한 명과 1년을 같이 보내고, 그 사람과 친해진 정도를 평가한다. 

B. 50명과 1년을 같이 보내고, 친해진 사람의 수를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어떤 한 사람과 관계에 대해 기피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A처럼 한 사람과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가는지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어떤 특정한 사람과 관계라는 것은, 아주 작은 이유로 완전히 부서지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좋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A로는 대인관계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 A 개념으로 대인관계 능력을 측정한다는 것은 한 명 한 명에게 매우 집중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정말 고난도의 대인관계 능력을 요구한다. 아들러라는 사회학자는 대인관계를 사회적 관계, 친구 관계, 애인 관계 등으로 대인관계를 구별했고, 나중으로 갈수록 어려운 기술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A 방법은 애인 관계를 어떻게든 만들어내라는 말과 다름없다. 지금 대인관계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마치 아기에게 뛰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인관계 능력은 B의 방법으로,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해지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B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대인관계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자신의 대인관계 영역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50명 모두와 친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난이도 100인 사람에게 투자할 에너지를 난이도 25인 사람들에게 투자하면, 훨씬 많은 사람과 잘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 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날 때는 대부분 눈 앞에 한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사람과 관계가 어려워지면 당황스럽고 힘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그리고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대인관계 능력은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가 대인관계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했으니, 이제 잡담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해 보겠다. 많은 사람과 대인관계를 안정적으로 획득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이러니하지만 '평범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보통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인관계보다는 선망에 가깝다. 그건 능력에 대한 흥미라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평범해야한다. IQ 150의 천재와 일반사람이 서로를 공감하기가 쉬울지, IQ 100인 사람이 공감하기 쉬울지는 자명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괴이해진다. 하나의 집단에서만 지내도 그렇다. 사이비종교 같은 곳에 오래 지내고 나오면, 일반 대중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 된다. 육신은 비슷해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달라 적응이 어려운 수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하기 위해 많은 잡담을 해야한다. 평범하기 위해서 죽을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평범하기 위해 우리는 일반 대중과 잡담을 나누어야한다. 잡담은 우리의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아주고, 일반 대중의 공감대가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해주며, 기초적인 대인관계 기술을 연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잡담을 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잡담의 기능들에 대하여 서술해보겠다.


Photo by Dogancan Oztur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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