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까지 적절한 용어가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단어, 시발 비용에 대하여 다루어봅니다.
시발 비용은 욕설 '씨발 -> 시발'과 쓴 돈을 의미하는 '비용'이 합쳐져서,
'욕설이 나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쓰게 된 돈'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지랄하는 상사 때문에 울적한 상태에서 예전이었으면 아메리카노 마시면 됐는데 나한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달달한 것을 보충해주고 싶다는 욕구가 들면서 1000원 더 비싼 캐러멜 마키아토를 시킨다던가
데이트 잘해놓고 마지막에 꼬투리가 잡혀서 여자 친구와 싸우고 헤어지니 기분이 안 좋아서, 원래라면 버스 타고 집에 갔을 텐데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8000원을 더 쓴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더 사용된 비용을 시발 비용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시발점의 시발인 줄 알았다가, 영 이상해서 찾아보니 씨발 비용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시발 비용은 사회 통념 및 일반인의 심리 파악 정도에서는 맞는 용어이지만, 조금 더 심리학을 공부하면 약간은 부정확한 용어입니다.
틀린 것은 아닌데, 약간 핵심을 벗어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홧김에' 돈을 쓴다고 생각하시죠.
뭔가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을 달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같으니까 시발 비용이 정말 맞는 용어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돈을 쓰면 짜증이 사라진다고 쉽게 생각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돈을 쓰면 짜증이 사라질까요?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해집니다.
작은 감각, 작은 변화, 작은 자극, 작은 손해에도 민감해지죠.
이걸 우리는 짜증이라고 합니다.
짜증이 나면 그래서 혼자 있고 싶습니다. 다 싫어지면서 나를 내버려 뒀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면 좋겠거든요.
그렇지만 혼자 있어봤자 결국 마음속의 작은 생각, 작은 걱정도 크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짜증이 났을 때 혼자 있어도 해결이 안 돼요.
나중에는 같이 있어주지 않은 주변을 원망하죠.
지가 짜증부려서 아무도 없게 만들어 놓고는 견뎌주지 않은 친구, 애인, 가족을 탓하게되죠.
아마 한 번씩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아니면 당해보셨거나.
혼자서 짜증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그 가장 안쪽에는 '불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불안을 너무너무 싫어해요. 없애고 싶어요.
이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아주 다양한 방법을 쓰는데, 요새는 어지간한 것은 다 돈으로 처리가 되다보니 그것이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죠. 그래서 비용이라는 표현이 들어갑니다.
결론적으로, 시발 비용은 불안 비용입니다.
돌아보면 시발 비용의 대부분은 당장의 편함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마음을 누그러뜨리거나, 가까운 미래에 편해지게 만들어줄 것 같은 소비입니다.
버스 대신에 택시, 당장 달달한 것을 추가, 괜히 쓸데없는 귀여운 것을 사는 것, 편의점 맥주와 안주를 갑자기 사는 것 등등.
당장 불안을 잠재우고, 나에게 편안함을 줘서 불안을 달랠 소비를 하게 되죠.
그리고 이런 소비로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학습되면, 불안이 사라지는 그 느낌이 너무 좋기 때문에 재미로 인식이 되고, 계속해서 소소한 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걸 요즘 용어로 '탕진잼'이라고 하지요.
시발 비용은 비교적 불안에 대한 건전한 해결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소비가 편해진 시대니까 별다른 문제없이 돈 좀 쓰는 것으로 불안을 달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은 불안해지면 쉽게 폭력적이 됩니다. 자신의 자존감이나 소유물 등을 지키기 위해 파괴적이 되지요.
중세시대 가정폭력의 비율은... 남편에게 아내와 자식을 때릴 권한이 있었을 정도지요.
조선시대에 술은 '망우물'이라고 불리었습니다. 근심을 잊게 해주는 음료라는 말이죠.
술을 풍부하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마자 인류의 음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하지요.
술과 폭력으로 달래는 것보다는, 조금 쓰면서 해결하면 훨씬 좋은 것이겠죠.
그렇지만 인간은 발전해야 하고, 월급은 적고 쓸 곳은 많기에.
시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불안을 처리하는 방법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아주 즉각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고, 자신의 취향에도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를 들어드리자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뛰기, 이어폰 꼽고 앉아서 음악 하나 정해놓고 듣기,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거나 양치하기, 핸드폰 게임하기, 종이 찢기 등등이 있습니다.
이걸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지만,
스트레스 -> 불안 -> 짜증 -> 충동적 불안 조절 행동
이 사이클에서 짜증 -> 충동적 불안 조절 행동, 이 부분을 바꾸거나 돈을 쓰는 방법으로 실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어지간한 스트레스라면 시간이 지나면 불안은 사라지니까요.
그래도 적절한 시발 비용은 오히려 마음을 건강하게 하지 않을까.
이런 것도 안 쓰면 또 삶에 재미와 변화가 없지 않겠습니까.
조금은 쓰되, 많아진다면 이런 방법도 고민을 해 보세요.
아빠나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