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나무 Oct 10. 2020

스트레스 이해하기

오늘은 스트레스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스트레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기 참 어려운 단어이지요. 

저는 그나마 가장 의미적으로 적당한 것이 '압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 개념을 잡을 때, 어떤 의미로든 하중이 걸려서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해석하면 이해하기가 편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100kg짜리 바벨을 가지고 스쿼트를 한다고 해 봅시다. 

그럼 바벨은 하중입니다. 그리고 바벨을 들고 있으니까 압박을 받죠? 이것이 스트레스이지요. 

또 중요한 것은 횟수입니다. 스쿼트를 10회 하는 것과 200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스트레스겠지요? 

이 하중 * 횟수 = 스트레스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체적인 것은 했으니 저희의 관심사인 정신적인 부분으로 한번 더 해봅시다.  

누군가가 저의 자존감을 깎는 말을 계속 한다고 해봅시다.  

그럼 여기서는 자존감을 깎는 말이 하중입니다. 이 하중에 의해서 압박을 받는다면, 그것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입니다.  

그리고 그 자존감 깎는 말을 얼마나 하느냐가 횟수가 되겠지요.  

스트레스 총량은 똑같이 하중 * 횟수가 됩니다.   


자 그럼 신체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차이점은 뭘까요? 

신체적인 것은 눈에 보이고 정신적인 것은 눈에 안 보인다? 맞는 말입니다만, 

더 중요한 부분은, 하중으로 작용하는 것에 개인차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하중은 명확합니다. 중력이지요.  

지구에 거주한다면 어디서든 신체적 스트레스의 양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전혀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시험에 대한 걱정이 하중이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하면, 누군가에게는 매우 가벼운 하중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무거운 하중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무거운 하중이 될 수도 있고, 다른이에게는 오히려 무게를 덜어주는 마이너스 하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보게 됩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다 보니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제 의사 친구들은 어떻게 환자 말을 30분씩 듣고 있느냐며 신기해합니다.  

저에게는 환자의 말을 듣는 것이 하중이 적게 작용하지만, 그들에게는 무겁게 작용하는 것이지요.  

반면에 저는 수술실에서 피를 보는 것이 엄청나게 무거운 하중으로 작용하고, 그들에게는 가볍게 작용합니다.    

자 그럼 이제 정신적 스트레스가 뭔지 알고, 그 특징도 알았으니 이것을 어떻게 다룰지 알아봅시다.  

신체적 스트레스는 제 영역이 아니니까 넘어가구요.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당연히 '나에게 무엇이 무거운 하중으로 얼마나 작용하는가'입니다.  

이것을 아주 자세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냥 대충 '나 이런건 싫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예를 들자면... 독서로 해보자면, 소설책을 읽을 때는 얼마 전공책을 읽을 때는 얼마 시집을 읽을 때는 얼마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무게까지 설정하면 좋겠네요. 

이걸 제대로 안 하면 가벼운 하중인 줄 알다가 큰 코를 다치게 됩니다.   


두번째로 할 것은 이제 분류하는 것이지요.  

3가지 정도 카테고리를 추천합니다.  

'아무리 많아도 안 지칠 정도의 것', '조절을 해줘야 하는 하중 중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것', '조절을 해줘야 하는 하중 중에서 내가 상황을 고를 수 없는 것' 

이렇게 나눠주면 이제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조절을 해줘야 하는 하중 중에서 내가 상황을 고를 수 없는 것'입니다.  

이건 대표적으로 상사의 잔소리, 아내의 돈 달라는 압박, 자녀의 무시 등등.... 갑자기 눈물이 ㅠ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의 양을 파악해 놓아야 합니다. (하중 * 횟수 = 스트레스)   


그 다음은 내가 고를 수 있는 스트레스이지요.  

이걸 무조건 적게 가져갈 필요는 없습니다.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운동을 하면 근육이 커져서 나중에 더 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되지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비슷합니다. 여기서 적절한 스트레스를 견디고 이겨내고, 그럼으로써 뭔가를 성취하는 과정을 겪다보면 정신의 근육도 커져서 나중에 더 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정신의 근육 발달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이것도 길어요. 


여튼! 직장과 가정에서 스트레스 받았다고 무조건 쉴 필요는 없습니다.  

그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면 쉬는 것이 좋겠지만,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크기를 잘 조절해봅시다. 그리고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지요.  

게임도 처음에는 시스템을 익히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만 조금만 해서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면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비슷한 스트레스는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되지요. 


아무리 해도 괜찮은 스트레스는 그냥 하셔도 됩니다.  

이미 익숙해진 것이고, 그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정신의 근육이 충분히 발달해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스트레스가 0인 상황은 없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도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분류해서 즐거운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폐쇄병동 입원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