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면 지는 거야

알량한 자존심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

by 아빠나무

남자와 여자가 싸운다. 남자가 자기가 안다고, 여기 이 시간에 한다고 여자를 이끌었다. 여자는 이상하다, 전화해보자고 했다. 결과는 나빴다. 그렇지만 억울하다. 원래 하는 시간이었는데. 어제 바뀌었다니. 내가 알리가 없잖아. 근데 왜 여자는 나를 타박할까. 나도 민망한데. 도리어 여자에게 화를 낸다. 여자를 공격한다.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여자는 어처구니가 없다. 불편하다. 내가 왜 이 사람이랑 있는지 모르겠다.



다툼에는 그 나름 사연이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다툼이 커지는 이유는 비슷하다. 자존심이 깎여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약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상처 입을 상황에서 사람은 너무도 비상하다. 어떻게든 피하고, 모면하고, 덮어버린다. 여자가 제발 조용히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하다. 민감하다. 여자가 조금이라도 잘못했다는 말을 꺼내면 예민해진다. 여자가 말을 못 하게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조금만 지나도 그 충동은 기억에서 없어지지만, 이미 소리 지르고 난 뒤다. 집에 돌아가서는 후회한다. 내가 잘못해 놓고 왜 화를 냈지?



내 자존심이 깎여나갈 때, 그 상황을 견디는 능력은 흔하지 않다. 돈이 많다고 마음에 자비로움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판검사라고 감정에 넉넉하지도 않다. 진정으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못난 놈이라는 것을, 내가 나쁜 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애인의 비난을 견디는 시간, 애인에게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할 노력 등. 미래에 펼쳐질 많은 고난도 함께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처럼 물러난다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이게 진정 책임지는 것이다. 멋지다. 고난을 받아들일 여유와 배짱.



남자의 배짱 있는 사과는, 오히려 앞으로 있을 고난을 줄여준다. 여자는 진정으로 사과하는 남자를 안아줘야 한다. 자연스럽게 포용하게 된다. 남자의 진솔한 모습은 약한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것이다. 여자의 사과는 아름다운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자. 자존심은 잠시 떨어질 것이다. 아플 것이다. 기분도 안 좋을 것이다. 그래도 좋아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 입은 자존심에도 새 살이 돋지만, 잃어버린 관계는 끊어진 실처럼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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