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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Oct 24. 2020

갑질, 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요새 갑질로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뭐 대한항공 일가부터, 최근에는 연예인 등등...


자 그럼 갑질은 왜 하게 되는가? 에 대해서, 물론 엄청나게 다양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중에 일부를 봐봅시다. 




먼저 '통찰'이라는 단어와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가야지 편하겠네요. 


'통찰'이라는 것은, 척! 하면 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익힌 지식, 경험, 지혜 등등 등등 모~든 것이 순식간에 종합되어 딱! 하면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통찰력이 뛰어나다~ 라고 한다면, 종합하는 능력을 빠르게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두 번째로 '정체성'은, 본인에 대한 통찰의 결과물입니다. 


본인이 겪은 모든 경험과 지식, 감정 등등 모~든 것이 순식간에 종합되어 '나'라는 것에 대하여 팍! 하고 오는 느낌!


그것이 정체성이지요. 


공통적으로 둘 다 언어로 표현하기는 엄청나게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게 약간 이미지에 가까운데다가, 본인도 모르는 무의식 영역의 작용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정체성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청소년기에 자아 정체성의 혼란 같은 것 배우잖아요. 


자 그럼 정체성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정체성은 '내부'에서 피어나오는 정체성과, '외부'에서 만들어주는 정체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체성은 내부에서 피어 나오는 형태입니다. 


본인에 대한 통찰이니까, 결국 내 내부에서 처리가 완료되는 것이지요.




그럼 '외부'에서 만들어주는 정체성은 뭐냐?


이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서 생기는 정체성 형성 과정입니다. 


우리는 외부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계속하여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 대한 통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이것도 경험이니까 내부아니냐... 라고 하실 수 있는데, 이게 워낙 강렬한 경험이라 따로 빼놓습니다. 




인간은 평생을 자신에 대한 통찰을 진행하면서 살아갑니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리고 내부의 것이랄 게 거의 없으니까 외부에서 만들어주는 정체성에 강렬한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려서 학대를 당하거나 하면 정체성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청소년기 까지도 외부에 의한 영향이 상당히 강렬해서, 또래의 평가에 민감한 것이고요.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정체성이 중심을 차지합니다. 


이때부터는 정체성이 거의 변하지 않게 됩니다. 


뭐... 나쁜 예지만, 태극기부대 보면 알겠죠?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변하지를 않습니다.




자... 그런데 만약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험이 너무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극단적인 것들이라면?


이 외부 정체성이 내부 정체성으로 확립되는 시기가 점점 뒤로 미뤄집니다. 


젊은 시절에 주변이 모두 자신을 과도하게 떠받들어주고, 강렬할게 환호하는 경험을 한다고 해 봅시다. 


이때 자신이 배웠던 어떠한 내용으로 자신을 통찰하는 것이 쉬울까요?


외부의 평가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훨씬 유혹적이고 쉬운 정체성 형성이겠지요. 


그래서 연예인병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사실 이걸 병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과한 것 같아요. 


누구나 그 상황이 되면 겪을 가능성이 높은, 정체성 변화의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여하튼 넘어가서, 이렇게 외부에서 만들어주는 정체성이 자신의 주된 정체성을 차지하면 한 가지 문제점이 생깁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이, 지금까지 형성된 정체성과 다른 자극이면 상당한 혼돈을 맞이한다는 것이지요. 


계속하여 떠받듦을 받아서, 도도함으로 통찰된 자신의 정체성에 갑자기 그 정도 떠받듦을 제공하지 않는 외부를 만난다?


외부에 정체성의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건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원래 자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스트레스를 처리하기 위해 짜증을 부립니다. 


이 욕구는 강렬하게 외부로 뿌려지고, 이게 '갑질'이 됩니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자기 정체성이 본인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외부의 평가와 자극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지금까지 보다 못 한 평가나 자극이 들어온다고 판단되는 순간 원래 자신이 받았어야 할 평가를 회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억지를 쓰게 되는 사람인 것입니다. 


물론, 완전 초기부터 정체성이 반사회적이고 이상한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이 저렇다는 것이죠.


이 갑질은 저 상태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됩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아주 쉬운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좀 안타까운 것은, 저렇게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정체성이 주되게 되는 원인이 본인에게서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요소들이 (가정환경, 갑작스러운 성공이나 실패) 너무 강렬하다 보니 내부에서 통찰이 생겨나기도 전에 너무 강렬한 외부에서의 정체성이 생기는 경우거든요. 


갑작스러운 성공을 했음에도 '갑질'을 안 하는 사람이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매우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니까요. 


그런데 젊은 사람이 '갑질'을 했다고 그 사람이 성숙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할 정도로 몰아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 여하튼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나쁜 일이니까 혼은 나야 합니다만. 요즘 보면 혼이 정도가 지나친 느낌이라서...




사실 갑질을 하는 사람이 정신과에 와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갑질을 당한 사람들이 힘들어서 오지요 ㅠㅠ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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