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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Oct 25. 2020

쓸데없는 말하기가 좋은 이유

오늘은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해 아주 유용한 기술이지만, 왠지 하기 힘든 그것.


쓸데없는 말하기에(잡담) 대해 알아봅시다.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요소가 있는데, 오늘 이야기 할 주제는 


'친근감'입니다. 


친금감은 나와 상대방의 심리적 거리를 본능적으로 측정하여서, 그 거리가 가까울수록 높다고 여기게 됩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길거리에서 만났습니다.


그 때 내가 그 친구를 못 알아보고 있으면, 그 동안은 심리적 거리가 멉니다.


그럼 머뭇거리고 다가가기 힘들고 말이 안 나옵니다. 이 때까지는 친근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딱하고 생각이 나면서 이전 추억과 함께 친근감이 살아납니다. 


심리적 거리가 짧아지고, '야~ 오랜만이다~'하면서 악수를 하게 됩니다. (코로나니까 지금은 주먹인사?)




자 그럼 상대방이 나에게 친근감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있다면?


대인관계를 본인이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되겠지요. 


자 그러면, 상대방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어떤 것으로 결정되는지를 확인 해봐야겠네요.




심리적 거리를 결정하는 첫번째!


안전입니다. 


인생술집에서 손담비의 유일한 이성친구로 김희철이 언급됩니다. 


왜? 안전하니까!


어떤 의미로든, 인간에게는 - 아니 동물에게는 안전이 최고입니다. 


매슬로의 욕구 6단계 같은 것을 봐도,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 위에 바로 안전에 대한 욕구가 나옵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심리적 거리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길 가다가 크고 사나운 개와, 쪼~끄만 강아지를 봤다고 해 봅시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자연히 강아지에게는 오히려 한 발 다가서지만, 개에게서는 물러나게 되지요. 


안전성이 심리적 거리에 작용하는 가장 쉬운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확보된 정보의 양입니다. 


인간은 모르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알면 안심하지요.


소개팅을 나가기 전에 상대방에 대해서 어떻게든 알려고 하죠?


예쁘냐? 하나만 물어보고 나갈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보통은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지요. 


상대방을 알수록 불안감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불안감이 줄어드면, 자연히 거리감도 줄어들지요.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수집이 되다보면, 인간인 이상 공통점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러면 친근감이 증폭되지요. 




마지막은 상호작용한 시간입니다.


아무리 무서운 상대도, 모르는 사람도 오래 같이 있다보면 어느 순간 괜찮아집니다.


일단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아무것도 안 해도 안전과 정보가 확보된다고 느껴집니다.


이거에 더해서, 상호작용을 지속하다보면 공통의 경험이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이 뭔가를 같이 했다는 경험은 거리감을 줄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데이트 하는 이유가 이것이지요. 




자, 그럼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거리감을 줄이려면


내가 위험하지 않다고 알리면서 나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상호작용을 하면 되겠네요.


이 3가지를 동시에 빠른 시간내에 하는 것이 바로 잡담입니다.




잡담이란게 뭘까요?


쓸데없는 말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건 너무 사전적 정의라서, 현실과는 좀 안 맞아요.


그럼 실제로는 잡담을 할 때 어떤 말이 오가나요?


'어제 (내가) TV에서 뭘 봤는데, (내가 느끼기에) 너무 재밌더라.'


'(너) 저번에 어디 가지 않았냐? (내가) 본 것 같은데.'


'(너는) AB형이냐? (내가 알기로 AB형은) 똘끼있겠네ㅋㅋ'


이런게 대표적인 잡담이지요.


여기서 공통점을 잘 추출해보면...


나에 대한,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자 그럼 반대로 정치, 종교, 트라우마, 가정폭력 등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잡담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건 왜 잡담이 아닐까요?


그건 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너무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듭니다.




또 다른 반대로, 카이스트 학생이 소개팅에서 다리가 무너지지 않는 원리에 대해서 설명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다들 그 때 의아함에 실소했지요. 그런데, 왜 이것이 웃긴 상황일까요?


소개팅에서는 잡담을 해야하는데 학생은 잡담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이야기 해 버렸죠.


이건 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가까워지지가 않지요. 




이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서, 나에 대한 적절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제공하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적절히 경청하는 것.


거기에 아주 약간의 플러스 알파로, 각자의 감정을 교류하는 것. 


이것이 잡담입니다. 엄청 어려운 기술이지요. 




자, 여기에 더해서 이번에는 집단에서 잡담의 좋은 점 몇가지만 더 추가해보겠습니다. 




먼저 집단에 녹아들 수 있게 된다는 점 입니다. 


잡담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본인이 속한 집단의 일상이 배어나옵니다. 


집단의 언어 소통 행태, 일상 활동 등등의 정보를 수집하게 되지요. 


이건 그 집단 내에서 대인관계에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두번째는 상식의 획득입니다. 


잡담을 통해 획득하는 수 많은 정보의 총합은, 결국 본인이 속한 사회의 평균적인 모습을 띄게 됩니다. 


즉, 그 사회의 평균적인 상식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잡담은 소위 말하는 상식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됩니다. 


프랑스 대혁명이 까페에서 나왔다고 하잖아요? 뭐 토론이라고 했지만 잡담했겠죠. 


잡담이 없는 사람은 본인이 좋다고 느끼는 경로로만 정보를 획득하게 되지요. 


이런 경우 상식에서 벗어난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됩니다. 




더 있지만, 중요한 것 중에 마지막은 대인관계 기술의 획득입니다. 


대인관계 기술은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수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표정을 살피고, 분위기를 읽고, 나를 표현하고, 목소리를 조절하는 등등.


이건 정말 엄청난 고도의 과정이고, 어렵습니다. 연습이 필수입니다. 


이것들을 연습하기 가장 좋은 것이 잡담이지요. 


게다가 실패시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더 진지한 자리에서 하다가 실수하면 더 부끄럽겠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잡담을 '쓸데없는 말을 하는 행위'라고 하면서 무시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쓸데없는 말을 함으로써, 엄청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지금 당장 잡담하세요!


여러분의 대인관계 능력이 늘어나고, 즐거운 일이 많아집니다. 


이번 주말, 가족이나 친구들과 쓸데없는 정보 교환으로 시간을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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