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먹을래

사랑의 부담감에 대하여

by 아빠나무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남자는 데이트 코스를 짜고 있다. 결정은 어려운 일이다. 정신 에너지가 소비된다. 여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남자를 지배한다. 이 부담감을 덜고 싶다. 힌트가 필요하다.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의 대답은 남자를 숨 막히게 한다. 그 어떤 힌트도 없다. 퀴즈쇼에서도 전화찬스가 있는데. 아무거나. 답답하다.


여자는 아무거나라고 했지만, 사실 먹고 싶은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남자도 이것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먹자고 말했다가 남자가 싫어하면, 데이트를 망칠 것 같다. 인터넷에 맛집 정보는 많지만, 태반이 광고다. 막상 가서 실망하기도 한다. 가자고 했던 것이 민망하다. 내가 결정하면 내 책임이 될 것 같다. 부담스럽다.



사랑하지 않으면 부담도 없다


스쳐 지나갈 인연이고, 다시 안 볼 사람이라면 고민도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면 된다. 연인은 반대다. 나보다 상대가 기뻐하는 것이 더 좋다. 여자가 조금 싫어하는 음식도, 남자가 맛있다고 먹으면 보기 좋다. 남자가 먹고 싶은 메뉴라도, 여자가 깨작거리면 불편하다. 하지만 몇 년을 사귀어도, 네 마음을 알 수 없다.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연인은 틀릴 것이 두렵다. 100%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골라주고 싶다. 내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 네 마음을 책처럼 읽어보면 좋겠다. 그럴 수 없으니 답답하다.


만나서 몸만 섞는 사이는 식사메뉴를 고민하지 않는다. 부담 없는 연인이라니. 그건 남이다. 부담감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싶을 때 생긴다. 좋은 신호다. 진짜 사랑은 무거워야 한다. 깊은 고민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이다. 여자가 남자의 센스를 알아보기 위해 퀴즈 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답을 맞히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부담감을 느끼는 그 마음이 사랑이다.




그 부담감은 아마 완벽하고 싶다는, 100%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마음이다. 다만,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완벽주의는 불안을 가져오고, 불안은 실수를 가져온다. 너무 긴 고민은 정신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들고, 행동할 에너지를 좀 먹는다. 연인이 사랑하는 것은 완벽한 당신이 아니다. 자기에게만이라도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다. 그리고 같이 함께 한 추억이다. 완벽하고자 하는 불안감으로 연인을 홀로 두지 말아라. 적당히 고민했으면, 행동하자. 검색에 25분, 고민에 5분. 30분이면 데이트 계획은 충분하다.


상대는 질문하는 그 절박함을 사랑해주자. 질문은 어려운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 그 질문을 하기 위해 남자는 자존심을 조금 낮춰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럼에도, 사랑하니까 물어본다. 이제 그 희생에 살짝 보답하자. 나라 정도는 정해주자. 중식, 한식, 일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미국식. 연인이랑 어느 나라를 가고 싶은지 그때 떠오르는 느낌을 말 해주자. 연인이랑 식당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 둘이 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둘이 함께니까. 불안에 연인을 홀로 남겨두지 말자.



완벽하려는 마음은 불안을 낳는다. 행동하자. 같이 조금씩 덜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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