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나무 Nov 17. 2020

혜민스님은 악마일까?

인생의 방향

요즘 혜민스님 이야기로 들썩들썩하네요. 


저격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흐름을 타는 것이 또 인생을 사는 법 아니겠습까. 


오늘은 환자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듣는 정신과 의사의 경험으로 보는 혜민스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혜민스님의 말과 행동이 겉보기에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원래 악마 같은 사람이라서, 돈 벌기 위해 순수한 척 연기를 하고 본심과 상관없는 말을 내뱉었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인간은 상당히 쉽게 변하게 된다는 하나의 예일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재 대중의 시선으로 보기에 너무 큰 괴리를 만들어 낸 혜민스님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원래 이중적이고 욕심이 엄청난 성격이어서 원래부터 이렇게 될 예정이었다... 정말일까요?




인간은 많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언제나 눈 앞의 선택을 강요받지요. 


사람은 그렇게 매 선택마다 조금씩 흔들리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선택은 외부의 힘이 없다면, 대부분 원래 가던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인간은 안 바뀐다.'라는 이유는, 그때그때 다른 선택을 한 것 같아도 그 선택이 쌓이면 결국 원래 살아오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1과 -1이 무한대로 많아도 다 더하면 0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과 본능)




그런데 상당한 힘이 작용을 하면? 그 선택에 아주 약간의 편향이 생깁니다. 


이 약간의 방향 변화는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주 약간이라서, 약간 내가 원래 향하던 방향과 다르더라도 양심의 가책이나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수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선택이 긴 시간 동안 누적되면?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1과 +1의 덧셈이던 것이, -0.9와 +1.1이 되었다고 해 봅시다. 


이제 이걸 계속 더하면? +0.2가 돼버려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0과는 한참 다른 삶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본인의 선택에 아주 약간의 편향을 줄 수 있는 힘이 작용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어렸을 적에는 양아치에 이상하던 사람이 결혼하고 어느 순간 성실해졌다?


그러면 어떤 힘(아내, 결혼 생활, 책임감 등등)이 작용했고, 그것이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이었던 것이지요.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혜민스님도 아마 이랬을 것입니다.


원래부터 악마 같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원래부터 이중적이고 싶은 사람도 거의 없고요.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방향이 휘어버리는 것이죠. 


기차는 늘 직진하는 것 같지만,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휘어진 길을 지나온 것처럼 우리는 그 인생 안에서 방향이 바뀐 것도 눈치채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방향을 잡는 것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인생은 누가 책임져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본인을 바꾸고 싶다면, 결심을 하고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시스템을 바꾼다가 더 전달이 잘 되려나요?


성실해지고 싶으면 성실해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건 나중에 또 다른 글로....


여하튼 혜민스님도 조금씩 바뀌는 자신의 인생 방향을 눈치를 못 챘을 것입니다. 


유명해지면 자신을 둘러싼 삶의 체계, 인생이 흘러가는 시스템이 바뀌어버리거든요.


그 변화는 한번 한 번의 선택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어느새 자신을 통째로 바꿔놓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전과는 달라진 본인을 보여줬겠지요. 




본인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나 눈치채기가 힘들죠. 참 어려운 게 인생입니다. 


더 건강하고 좋은 방향으로 본인을 바꾸는 일주일 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선입견의 모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