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강박'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로는 '강박적 성격'과 '강박증'을 구별해 볼 것입니다.
왜냐면 이 두 가지가 한글도 똑같고, 영어도 obsessive-compulsive로 똑같거든요?
그런데 서로 달라요. 그래서 헷갈립니다.
정확한 용어로는 강박 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와 강박성 성격 장애 (Obsessive-compulisve personality disorder)입니다.
이렇게 헷갈리다보니 많은 환자분들이 '저는 강박적 성격이에요.'라고 해서 들어보면 '강박증'인 경우가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개는 원인도 다르고, 치료도 다릅니다.
그래서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자... 먼저 '강박적 성격'을 살펴보겠습니다.
강박적 성격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완벽주의 + 워커홀릭 + 도덕주의 + 자린고비 + 예민둥이 정도로 보면 됩니다.
살면서 한두 번은 보았을, 정말 정말 공무원의 전형 중의 전형인 사람이 이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게 조금 떨어져서 이 사람을 보면 엄청나게 좋고, 착한 사람입니다.
자기 일 완벽하게 하고, 놀 생각 없이 일에 매진하며, 비도덕적인 일은 생각도 안 하고, 돈도 아껴 쓰는, 조금 까칠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지요.
그런데 결혼을 했다거나 매우 밀접하게 붙어서 일하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면?
피가 마르죠.
자신의 완벽주의를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자기가 아주 잘해버리고 그만큼 요구하니까 내가 불만이 있어도 말도 다 못 하고 등등...
이런 사람들은 깨끗하게 살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깨끗한 환경이 자신에게 좋은 느낌을 주고, 더러운 환경은 뭔가 불결하고 건강에 좋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깔끔하게 닦고 청소를 하지요.
음? 그럼 결벽증은 강박성 성격이라는 것이냐? 라는 질문이 떠오르실 텐데, 조금만 더 읽으시면 설명을 해드릴게요.
여하튼 이런 강박적 성격의 원인은 완벽주의적 부모님의 유전, 아동기 훈육, 매우 약한 아스퍼거 증후군 등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자 그럼 '강박증'은 무엇이냐?
이건 어떤 요소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서 그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보통 통제할 수 없이 반복적으로 나에게 들어오는 어떤 '생각'이지요.
이건 뇌의 신경 회로의 고장으로, 원래는 흘러가서 사라져야 할 생각이 계속 서킷을 돌듯이 반복되어 버리는 상황일 때 발생하지요.
나는 세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데, 세균에 대한 생각이 계속계속계속 머리에 떠올라서 불안해지게 만들고, 그래서 청소나 손 씻기를 해서 이 세균을 없앴다고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안정을 얻게 되는 것이 강박증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강박장애는 요즘은 심리적인 면이 많지 않다고 여깁니다. 치료도 약물치료와 행동치료(훈련) 위주이지, 깊은 내면을 다루는 면담은 조금 뒤로 밀린 느낌입니다.
두 가지를 구별해볼까요?
아까 말씀드린 결벽증을 예로 들어봅시다. 허구한 날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강박증에 의한 것일 수 있고, 강박적 성격에 의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건 이 사람이 왜 청소를 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청소를 안 하면 세균이 번식해서 나를 오염시킬 거야.'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들어서, 그 생각으로 인해 불안해져서,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청소를 한다면 그건 '강박증'입니다.
'나는 깔끔한 게 좋아. 더러운 것은 싫어.'라는 생각에 불안하지 않지만 내 안락함을 위해 청소를 한다면 그건 '강박적 성격'입니다.
약간 구별이 되시나요?
그런데 요즘 좀 설명이 애매해진 것이, 강박증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서장훈씨가 강박적 성격도 있다 보니 설명하기가 엄청 애매해져 버렸어요.
워낙 오래되어버려서 이제는 두 가지를 구별하기도 어려운 상황처럼 보여요.
물론 면담을 한 것은 아니라서 정확한 것을 알 수 없지만...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면담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진단을 하거나 그걸 공표하면 안되는 도덕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스스로 강박증이라고 하셨고, 프로그램에서 계속해서 언급을 하셨으니 예를 들고 설명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으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면...
서장훈 씨는 강박적 성격의 특징을 일부 가지고 있으시죠.
농구에 대한 완벽주의, 농구를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도 안 쓰셨죠, 도덕적인 면이 굉장히 강하시죠. 돈도 계속 아끼고 저축의 수단으로 보다 보니 건물주까지 되셨고요. 지금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하시려고 하시고요.
그런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신 물건 줄 맞추기, 반복되는 청소는 강박적 성격이 아닌 강박증의 향기...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의심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고 적응이 완료되어서 깊은 면담을 하기 전까지는 뭐가 먼저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강박증을 가진 사람 중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20%가 안된다고 합니다.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이정도로 정리합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머리카락을 계속 뽑거나, 피부를 계속 잡아 뜯거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모으는 모습은 강박증의 한 아류에 속하는 행동이겠지요? 강박적 성격이 아니라요.
이건 뇌의 신경 회로 중 어떤 부분이 강하게 연결되어 버려서 무한 roop가 형성된 상태인 것이니, 이것만 조절하면 좋아지겠죠.
그래서 행동 및 약물 치료 위주로 치료합니다. 행동치료가 1st choice 구요.
많은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애정결핍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볼 필요는 없는 것이죠.
반대로, 환자분들 중에 처음 왔을 때 '저 강박증이에요. 사소한 문제도 못 넘어가고, 애들 눈치는 엄청나게 보면서 또 제 기준은 확고해서 말을 못 해요. 강박증은 약물 치료가 된다는데 약을 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니 어쩌면 다행히도 이것은 강박적 성격이고 약물보다는 다른 치료를 위주로 해야 해요.
주로 처음에는 강박적 성격 중에서 좋은 부분을 먼저 뽑아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하고, 그 이후로 점차 감정을 느껴보고 인생에 성과가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과정 등을 거치지요.
어때요.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 조금 구별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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