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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Jan 16. 2017

짭잘한 베이컨



내 또래에게 자취가 매력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은 아무래도 자유 때문이다. 자취방에 밤늦게 들어와도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음은 물론이오, 사소하게는 반찬 골라먹는다고 핀잔 주는 사람도 없다. 통금이 있던 기숙사에 살던 나에게도 자취는 완벽한 자유를 의미했다. 자취를 하고 첫 한 달은 그 자유에 취해 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괜히 심야영화를 골라서 봤고, 반찬은 몸에 안좋고 맛있는 것들을 골라서 즐겼다. 그 중에도 유달리 베이컨에 탐닉했는데, 심하면 하루 세 끼에 베이컨이 빠지지 않기도 했더랬다. 아침에는 토스트에 베이컨, 점심에는 베이컨 김치 볶음밥, 저녁에는 베이컨이 들어간 파스타를 먹는 식이었다.



베이컨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자취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체중계에 올라간 날 부터였다. 어쩐지 몸이 무겁더라니, 대학교 입학 후 본적이 없는 숫자를 보고야 만 것이다. 밥상에서 베이컨이 밀려난 후, 다행히도 나는 예전의 몸무게를 되찾았다. 물론 그렇다고 냉장고에 베이컨을 모조리 없애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 날 이후로 냉장고에 베이컨과 동량의 초록 채소가 항시 자리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베이컨과 함께 무한정으로 자유롭던 생활은 얼추 정리되기 시작했는데, 역설적으로 그제서야 그 어떤 것에도 휩쓸리거나 휘둘리지 않고 정말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베이컨이 냉장고에 잔뜩 있으면서도 그 어떤 것도 망그러트리지 않으면서 혼자 잘 산다. 자유롭게.



 혼자먹기, 베이컨

베이컨은 통 고기를 잘라서 만드는 것이기에 자투리가 항상 생긴다. 이런 자투리를 ‘파지 베이컨’ 이라고해서 판매하는데 베이컨의 모양을 낼 것이 아니라면 요리에 써도 좋다.
TIP 당연히 훨씬 저렴하므로 지갑 사정을 생각해서 파지 베이컨을 사도 좋다. 

유통기한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믿고 냉장보관만 하다가는 버리기가 쉽다. 대량구매 했다면 냉동보관하자.

베이컨에서는 자체적으로 기름이 굉장히 많이 베어나오므로 조리시에 기름을 첨가하지 않는 편이 좋다.
TIP 올리브유나 버터, 참기름 처럼 특유의 향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

베이컨 기름에는 특유의 향미가 있다. 이 기름으로 달걀을 지진다거나 하면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베이컨 레시피 : 베이컨 김치 볶음밥


 


재료

밥 한 공기

김치 한 주먹

베이컨 3 줄

달걀 1 알


 


레시피

베이컨 3 줄을 다져서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팬에 바짝 볶는다.
TIP 베이컨이 바삭해지고, 기름이 잔뜩 흘러나올 때 까지 볶는다.

기름을 한 스푼 덜어내고, 다진 김치를 넣고 볶아준다.
TIP 기름은 버리지 않고 덜어둔다.
TIP 이 때에 김치 국물을 두 큰술 정도 넣고 볶아주면 김치의 풍미가 더 살아난다.

김치가 볶아졌으면 밥을 털어넣고 함께 볶아준다.
TIP 이 때에 소금간을 조금 하고, 취향에 따라 굴소스를 조금 넣어줘도 좋다.

밥을 덜어내고, 팬에 덜어둔 베이컨 기름을 두른 뒤 달걀후라이를 만든다.

밥 위에 달걀 후라이를 얹어낸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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