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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Jan 06. 2017

푹 익은 김치


나의 어머니께서는 유난히 입이 짧으셨다.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적이 없는 음식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입에 대는 것 조차 질색을 하시고는 했다. 심지어는 뷔페에 가도 드시는 것은 몇 가지 한식 종류뿐이었으니 우리 가족의 외식메뉴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온 가족이 나서서 어머니의 입맛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완강히 거부하셨다. 양고기를 먹으러 가자는 말에 울기까지 하셨을 정도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가족의 외식메뉴는 불변이었고, 이제는 온 가족이 흩어지는 바람에 우리가족의 소원은 영영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집을 나와서 산지 어언 6년차가 되었다. 자취를 하던 처음에는 양꼬치는 물론이오 곱창 같은 것들이 언제든 외식메뉴 선택지에 있을 수 있단 게 그렇게도 즐거웠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어딘가 허전한 것이 사라지질 않았다. 입맛에 맞는 김치를 내어오는 집을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김치는 많았지만, 입맛에 맞는 김치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요리를 손에 붙이고, 살림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꾸린지 벌써 몇 년 째이지만 아직 김치만큼은 어머니를 찾아가 얻어오고는 한다. 얻어온 김치를 먹다 보면 언젠가 나도 내 가족들에게 반찬투정을 할 날이 오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입맛에 맞는 김치가 세상에 없어 투정을 부릴래야 부릴 수도 없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도.




 혼자먹기, 김치             

안 익은 김치의 경우에 이틀정도 상온에 보관하면 쉽게 맛을 낼 수 있다.
TIP 김치 한 포기를 3등분 하여 하나는 바로 냉장보관 하고, 하나는 이틀 정도 상온 발효하여 반찬용, 하나는 닷새 정도 발효하여 찌개용으로 쓰면 좋다.

푹 익어서 군내가 나는 김치에는 설탕을 조금 가미하여 조리하면 군내를 잡을 수 있다...

버터는 김치 특유의 풍미를 지워버리는 역할을 하므로 김치를 조리할 때에 주의하도록 한다.

김치국물은 여러 종류의 김치요리를 할 때에 김치를 과하게 넣지 않고도 풍미를 살리고 간을 맞추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 
TIP 김치를 과하게 넣지 않아도 충분히 김치맛을 살릴 수 있고, 먹음직스런 붉은 색을 낼 수 있다.



김치 레시피 : 김치비빔국수 




재료

국수 1인분

김치 한 줌

달걀 한 알

설탕 한 작은술

참기름 한 작은술

초고추장 한 작은술




 레시피             

김치는 잘게 썰어서 설탕과 참기름 반 작은술에 무쳐놓는다.
TIP 일련의 조리과정 전에 미리 무쳐놓아야 김치에 맛이 충분히 든다.

끓는 물에 달걀을 삶고 건져낸 후, 찬 물에 식혀놓는다.

면을 삶은 후,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빼고 참기름 반 작은술과 소금 약간으로 간을 한다.

다 된 국수에 무쳐놓은 김치와 초고추장을 넣고 비빈다.

달걀을 함께 얹어서 낸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 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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