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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Feb 15. 2017

찬장 안의 통조림


처음으로 자취방을 얻어 살기 시작했을 때에 집들이를 한답시고 몇 차례 친구들을 방으로 불러 모으고는 했다. 정말로 고맙게도 친구들은 한 손에는 선물을 들고 찾아주었는데 통조림을 몇 캔 사들고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게 선물로 들어온 통조림들을 찬장 깊숙한 곳에 정리해두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아침이 되면 간밤의 법석은 마치 없던 일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집들이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자취의 설렘보다는 자취의 현실이 더 무겁다는 것도 알게 되고, 오히려 자취가 힘겨워질 때 즈음 나는 슬슬 메뉴 걱정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나가서 사 먹으면 안 되겠다는 수준의 결심이 아니라 나가서 사먹으면 밥을 한두 끼는 굶어야 하리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한 켠에 쌓여있는 통조림들에 그제야 눈이 갔다. 누가 언제 몇 개나 주고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들여놓지 않았다는 것만이 확실한 통조림들이 거기 있었다.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기고 또 시간이 지나 생일이 되어 친구들이 집에 들이닥칠 일이 생겼다. 집들이는 아니었기에 들고 오는 물건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친구들 손에는 뭐든 들려있었다. 물론 그중에 통조림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햄 통조림 4 캔은 싱크 아래 찬장에 들여놓았고, 참치 캔 6 개는 밥솥 위 찬장에 두 번째 칸에 고이 모셔두었다. 이런 것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혼자먹기, 통조림


햄 통조림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90% 이상의 육류 함량을 가지는 햄과 60%대의 육류 함량을 가지는 햄. 가격차이가 꽤 큰데, 맛 차이도 그만큼이나 크다. 잘 살펴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통조림들은 완전히 멸균포장 된 것이라 보존기간이 길다. 반면에 개봉되면 다른 가공식품들에 비해 보존기간이 짧으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TIP 특히 큰 캔을 사면 버리기가 쉬우므로 중량 당 가격이 높더라도 작은 포장단위의 캔을 사는 쪽이 경제적이다.

꽁치나 고등어 통조림의 경우 특별히 가미가 된 것이 아니므로 통조림의 국물을 따로 사용하면 재료 특유의 비린내 등이 강할 수 있다.
TIP 김치를 함께 사용하여 끓이거나 할 때에는 오히려 육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향이 강한 재료와 조리하지 않을 때에는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도록 하자.




통조림 레시피 : 통조림 털이 주먹밥



재료

통조림 햄 작은 캔 반 개

참치 작은 캔 한 개

마요네즈 반 큰 술

밥 한 공기

김치 한 줌

김밥용 김 한 장

참기름 한 작은 술



 레시피             

햄은 잘게 다져 바싹 볶아 놓는다.

김치는 국물을 짜서 잘게 다져놓고, 참치도 기름을 짜놓는다.
TIP 캔을 살짝 따서 기름을 흘리는 것으로는 모자라고 손으로 꼭 짜주도록 한다. 속 재료에 물기가 많으면 주먹밥이 뭉쳐지지 않는다.

햄과 김치와 참치, 그리고 마요네즈를 고루 비빈다.

밥에는 참기름을 넣고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해서 비벼 놓는다.

1/3 공기 정도의 밥을 꼭 눌러 쥐어 덩어리를 만든 뒤 양 손바닥으로 눌러 넓게 펴고, 가운데를 눌러 홈을 조금 만든 뒤 속을 한 큰 술 정도 얹는다.
TIP 손에 물을 약간 묻히고 만들면 밥이 손에 붙지 않고 좋다. 

밥으로 속을 싸준다는 느낌으로 말아 쥐고, 김을 알맞게 잘라 붙인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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