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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r 07. 2017

묵직한 통닭


일전에 완전히 채식을 하는 친구와 겸상을 한 적이 있었다. 가리는 음식이 없는 데다가, 딱히 선호하는 음식도 있는 편이 아니라 크게 불편할 것은 없었지만 그저 궁금해서 왜 채식을 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더랬다. 친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거창한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그건 아니었고, 집에서 키웠던 강아지와 어느날 시골집에서 자취를 감춘 닭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친구는 아직도 그네들의 눈빛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와닿는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더 이상 묻거나 하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금새 까먹기도 했었다. 그 이야기들이 다시 기억이 났던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 요리를 해먹으려고 통닭을 해체하던 날이었다.



가공되지 않은 식재료를 만지는 것은 식재료 그 자체 보다는 동물의 사체를 연상하게 한다. 물을 흘려 닭의 몸통 안을 훑어 씻어내고, 다리와 날개를 끊어내고, 갈비뼈를 따라 가슴살을 발라내면서 닭 그 자체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이후로 그 친구를 따라 고기를 끊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항상 이 고기가 어떻게 이 밥상에 올랐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있던 것이 죽어서 여기에 왔고, 그 덕에 나는 먹고 또 삶을 이어간다. 심지어는 나는 아니었을지라도 누군가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서 죽었다. 죽이는 일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을 알고 그 책임을 지고자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토막난 닭 보다는 통닭을 사서 다리를 끊고 배를 가른다.




혼자먹기: 통닭

닭을 해체할 때는 먼저 흐르는 물로 내부를 깨끗이 훑어가며 씻어내는 것이 좋다.

닭 꼬리에는 지방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어서 끊어내지 않으면 음식이 느끼해진다. 필히 제거하도록 한다. 
    

국물내는 요리가 아닐 때에도 꼬리의 기름은 부담스러우므로 필히 제거한다.

닭을 해체할 때에는 관절을 꺾어서 탈구시킨 후에 뼈와 뼈의 틈으로 칼을 넣으면 쉽게 해체 가능하다.     

우두둑 소리가 날 때까지 꺾으면 눈에 보일 정도로 관절 부위가 튀어나온다.

양식으로 해체할 때는 몸통 뼈, 가슴살, 윗날개, 아랫날개, 허벅지살, 다리로 해체하고 닭도리탕이나 찜닭용으로 해체할 때에는 몸통을 뼈 채 토막내어 쓴다.



통닭 레시피 : 닭도리탕



재료             

500g 닭 2마리

양파 2개

당근 1개

감자 3개

다시마 손바닥 크기 한 장

마늘 6톨

생강 약간

고추장 한 큰술 반

진간장 두 큰 술

고추가루 한 큰 술



레시피

닭은 해체하고 채소들은 한 입 크기로 썰어 놓는다.

진간장, 고추장,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과 생강을 개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TIP 고추장을 늘리고 간장과 고춧가루를 줄이면 진득해지고, 반대로 하면 깔끔하게 칼칼해진다.

찬 물 세 컵 반에 다시마를 넣고 10분 간 삶은 뒤 건져낸다.

끓는 물에 해체한 닭을 넣고 5분 정도 삶은 뒤, 떠오르는 불순 물들을 제거한다.

야채들을 넣고, 양념장을 푼 뒤 한참을 끓여준다. 양념이 졸아들고, 감자와 당근이 부드러워지면 된다.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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