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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Feb 07. 2017

팍팍한 닭가슴살


혼자 사는 사람들이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뉴스가 썩 달갑게만 들리지는 않았더랬다. 그런 생활습관은 결국 어떤 절박함 때문이라는 것을 몸으로 겪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프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강박, 내가 잘못되어도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초조함 같은 것들이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근면함은 건강함이라기보다는 살기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것이었다. 식단을 관리하겠다며 닭가슴살을 자주 찾게 된 것도 그런 초조함이 엄습해 오던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우울들은 사람을 쉬이 잡아먹는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하루하루 살덩어리에 잡아먹히는 기분이면서도 그런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날들이 있었다. 잠에서 깨면 밥을 먹고, 누워 잠을 자고, 다시 잠에서 깨어 밥을 먹고, 또 다시 누워 천장을 보다가 잠에 들었다가 다시 밥을 먹는 날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는데도 배달음식이 더 좋았고, 냉장고 안에서 채소들은 나와 함께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던 날들. 다행히도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지만, 팍팍한 닭가슴살을 씹을 때면 종종 그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이것들을 꼭꼭 씹어삼켜야만 그 날들로부터 도망쳐나올 수 있다’고.




 혼자먹기, 닭가슴살             

닭가슴살은 인기부위이기 때문에 단가가 있는 편이다. 급속냉동된 제품으로 한번에 넉넉하게 구매하면 예산을 아낄 수 있다.         
TIP 꼭 해동한 후 사용하도록 하자. 해동하여 먹으면 생고기로 사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TIP 냉장실에서 긴 시간 해동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급할 때에는 비닐봉지에 담아서 따듯한 물에 집어 넣어놓어 해동하여도 좋다.               

닭가슴살은 지방질이 없어 퍽퍽해지기 쉽다. 바싹 익힐수록 퍽퍽함이 더하므로 푹 삶는 등의 조리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TIP 스테이크를 굽듯이 굽거나, 강한 불에 빠르게 볶아내면 좋다.
TIP 기름을 단 한방울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삶되, 유심히 지켜보며 속까지 퍽퍽해지지 않도록 한다. 끓는 물에서 13-15분 정도면 좋다.



닭가슴살 요리 : 중화풍 닭가슴살 덮밥


 


재료             

닭가슴살 한 덩이

마늘 5 톨

대파 1/2 대

두반장 한 큰술

말린 고추 약간

물녹말 두 큰 술


 


레시피             

마늘은 편을 썰고, 대파는 다지고, 닭가슴살은 깍둑썰어 준비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마늘을 넣고 볶다가 대파를 더해 볶는다.

마늘이 얼추 노릇해지기 시작하면 불을 세게 하고, 닭가슴살을 넣어 볶는다.

닭 가슴살의 표면이 살짝 노릇해지면 두반장 한 큰술을 넣고 잘 섞이도록 볶는다.
TIP 두반장은 중국식 매운 소스인데,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매콤짭잘해서 구해 놓으면 여러 곳에 쓸 수 있으므로 사놓는 것을 추천한다.

물을 1/3컵 넣어주고, 잘 섞어준 후 물녹말을 넣고 저어주며 익힌다.
TIP 물녹말은 녹말가루를 물에 갠 것이다. 비율은 1 대 1로 개면 좋다.

어느정도 졸아붙어 소스가 점성을 띄게 되면 밥 위에 얹어서 낸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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