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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Feb 22. 2017

아디다스 추리닝

내가 기억하던 그 아이


<에디터의 이야기>


모든 관계를 끊고 취업 준비만 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난 스물 일곱살이었고, 종각의 T학원에 다녔다. T학원은 다른 P학원과 Y학원보다 가격이 1/3 정도 저렴해서 부모님의 손을 빌리는 것에 죄책감이 덜 들었다. 그날도 역시 바닥에 집히는 것 아무거나 입고 구겨진 신발을 신고 학원에 갔던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한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일 년 전 취업 준비를 한다며 모두가 연락을 끊었던 그 아이었다. 반가움 마음에 이름을 내뱉으려 했다. 하마터면 말이다. 아디다스 추리닝과 패딩은 누가봐도 평일 직장인의 차림새는 아니었다. '아직 취업을 못한 거구나. 게다가 아직도 종각이라니...얼마나 더 남은 거니.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니' 이러려고 아직까지 연락 끊고 지내냐고 묻고 싶었지만 모르는 척 있었다. 인사 대신 보낸 건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야, 잘 지내냐" 이 친구에게서 답장이 올까.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2월 20일, 1호선 출근길

<종각>

Instagram ID @painthang

<1호선 출근길의 풍경>이 궁금하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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