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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y 19. 2017

계절 따라 애호박

[혼자서 먹고 사는 일기] by 이지응

자취를 시작하고 한 반 년 정도는 애호박만치 구하기 만만하고, 먹기에도 편한 채소는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하나면 두 세 끼니 반찬은 너끈한데, 가격은 단돈 천 원을 밑도는데다가 달달함 밑에 신선한 풋내가 살짝 서려 맛있기까지 하니 그만한 야채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날이 슬슬 추워지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한 개에  천 원은 웬걸, 이천 원도 넘는 가격으로 마트 진열대에 누워있는 애호박은 함부로 손을 대기에는 부담스러운 귀한 채소가 되어있었다. 살림을 꾸린지 첫 해, 계절따라 달라지는 장바구니 물가라는 것을 처음 배운 때의 이야기다.



비단 애호박 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갖은 채소들이 비싸졌고, 먹을만한 채소가 별달리 없어보였다. 기술의 발달로 계절 상관 없이 모든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배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하지만 마트를 한 바퀴 돌면서 이 편이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겨울에 애호박을 찾아먹고, 여름에 시금치를 찾아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우의 신포도 이야기 같지만, 분명 겨울 애호박은 맛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트 코너를 돌다가 그 날은 결국 시금치를 한 단 사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 올해의 여름, 그 간 먹지 못한 애호박에 분풀이라도 하듯 냉장고를 애호박으로 가득채웠다. 호박 먹을 날은 짧지만 또 길다.




 혼자먹기, 애호박


1. 애호박은 비닐로 포장되어 재배된 것과 제 모양대로 큰 것이 있다. 관리나 모양내기가 편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시장에서 그냥 파는 애호박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더 저렴하기도 하다.

TIP 호박전을 할 것이라면 확실히 포장된 쪽이 낫다. 칼질이 훨씬 수월하다.

 

2. 모든 채소가 그렇지만, 애호박은 특히나 단면으로 수분이 많이 날라가는 편이다. 보관을 위해 썰린 단면이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닐에 밀착하여 싸도록 하자.



3. 애호박을 불 위에서 익힐 때에는 약간은 설익은듯, 사각거리는 감이 있을 때 까지 익힌다.

TIP 남은 열로 호박이 익으면서 더 물러진다. 불 위에서 너무 익히면 곤죽이 되기 쉽다.


애호박 레시피 : 애호박 볶음



재료 

애호박 반 개

양파 한 개

고춧가루 한 티스푼

다진 마늘 한 큰 술

명란젓 한 큰 술 반



레시피

1.애호박은 반달모양으로 얇게 썰고, 양파는 얇게 채썬다.

2.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다.

3.마늘이 지글거리기 시작하면 양파를 넣고, 소금을 한 꼬집 정도 뿌려준뒤 볶는다.

4.양파가 살짝 숨이 죽으면 애호박을 넣고 볶는다.

5.애호박이 살짝 숨이 죽으면 고춧가루와 명란젓을 넣고 두루 볶아준다.

6.애호박을 먹어보았을 때 아주 약하게 단단한 감이 있을 때 불을 꺼준다.

7.파스타에 볶아 내거나, 밥반찬으로 내면 좋다.


혼자 먹고 사는 남자의 푸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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