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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y 30. 2017

인내의 등뼈

[혼자서 먹고 사는 일기] by 이지응


비가 온다. 날이 흐리고 왠지 허한 날이면 국물이 생각 난다.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좋지만, 뜨끈하고 끈적하기까지 한 뼛국물 한 사발이면 날아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돈다. 그런 날이면 억지로라도 힘을 내어 시장에서 돼지 등뼈를 한 가득 사 들고 들어온다. 찬 물에 뼈를 씻어내고, 핏물을 빼고, 한 번 데쳐다가 양념을 해서 큰 솥에 부글부글 끓여낸다. 곧 방 안에 습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가득 차고, 나는 습기에 녹아나는 기분으로 가만히 누워 국물을 기다린다. 공기는 후덥지근 해지고 몸에선 땀이 흐른다. 정말로 몸이 녹아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될 때 즈음이면 마지막 힘을 내어 솥을 들여다 본다. ‘그래 이쯤이면 되었다.’ 굳이 시간을 따로 재지 않아도 안다.




그렇게 한참을 우린 국물을 한 술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이 추스러진다. 정신 없이 몇 술을 떠먹다 뼈를 들고 한 입 뜯어 먹으면 고기에도 진한 뼛국물 맛이 잔뜩이다. 고기를 먹는다기보단 마지막 뼛국물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느낌으로 알뜰하게 뼈를 뜯는다. 그렇게 한 끼 든든히 먹고 나면 몸이 확실히 달라진다. 아마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침대에 늘어붙어 하루를 마무리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결국 한 번은 녹아나야 하는 것이다. 등뼈처럼.



● 혼자먹기, 돼지 등뼈 


1. 등뼈처럼 뼈가 붙은 고기에는 뼛가루 등의 이물질이 묻어있을 수 있으므로 잘 씻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불순물들은 육수의 맛을 안좋게 하기도 하므로 꼭 씻어주도록 한다.


2. 살코기가 아닌 부속 부위들은 대개 잡내가 심하다. 조리할 때에 따로 잡내를 제거하고 사용하는 편이 좋다.

TIP 뼈를 찬 물에 1시간 정도 담구어 핏물을 빼는 것도 좋다. 

TIP 생강, 월계수 잎, 마늘, 후추 등이 잡내를 제거하는 데에 좋다. 이런 재료들과 한 번 삶아서 사용하면 좋다.



삶을 때에 뜨는 거품은 건져서 버려주자. 탁한 맛의 원인이 된다.



● 돼지 등뼈 레시피 : 등뼈 김치찜



재료

돼지 등뼈 1.5 kg
월계수 잎 5~8장
김치 1/4 포기
다진 마늘 1 큰 술
다시마 손바닥 사이즈로 한 장
멸치 10~15마리
참기름 한 큰 술



1. 등뼈는 깨끗이 씻고 찬물에 담구어서 핏물을 뺀 후, 월계수 잎과 10분 정도 삶아낸다. 


2.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볶는다.


3. 김치가 투명해지면 물을 3컵 정도 붓고,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15분 정도 끓인다.


4. 멸치와 다시마를 건지고, 다진 마늘을 푼 후 등뼈를 넣고 등뼈가 잠길 때까지 물을 부어준다.


5. 국물이 반이 될 때까지 중간불로 끓인 후, 물을 다시 보충하고 한 번 더 끓인다. 

TIP 이 때 적당하다 싶을 정도로 간을 본 후, 물을 보충한다.

TIP 압력솥에 조리할 경우 굳이 물을 보충할 필요는 없다.


6. 국물이 바닥에 자작해질 때 까지 끓이면 완성. 와사비 초간장 등과 함께 내면 좋다.

TIP 김치의 신 맛이 살짝 부족하면 마지막에 식초를 조금 넣어주어도 좋다.





혼자 먹고 사는 남자의 푸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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