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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Nov 11. 2016

여러모로 복잡한 양파


칼질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양파를 손질하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눈이 아리다. 껍질을 벗길 때부터 양파에 이리저리 상처를 낸 데다가 무딘 칼로 짖이기듯이 썰어놨으니 온 주방에 매운내가 가득했더랬다. 양파의 매운내를 이겨보려고 양초도 켜보고 갖은 방법을 써보았지만 그것도 별 효과는 없고, 눈물을 닦다가 손에 묻은 양파즙 덕분에 더더욱 펑펑 울게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물론, 이제는 더이상 양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예리한 칼로 짓이겨지는 부분 없이 썰어야 매운내가 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눈을 감고도 양파의 생김새를 그릴 수 있으니 재빠르게 손질할 수 있게 되었다. 꽤나 시간이 걸렸지만 양파를 더 잘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이제 양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을 몰라서 서로를 울고 울리던 날들이 있었다. 서로를 좋아한다고 공언했던 것은 무색해졌고, 만나는 일은 곧 싸움을 의미 했다. 인내와 포용도 잠시 뿐, 둘은 매번 울기를 반복했다. “넌 왜 그래?”라는 말들이 사무치는 날들이었다. 결국 우리는 갈라서고야 말았는데, 깔끔하게 갈라서진 못했고 짓이겨 뜯어진 사이로 또 한참 정념을 쏟아내고 나서야 사이가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아주 가끔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것들을 생각한다. 아마도 눈물은 곧 멎었을 것이다. “넌 왜 그래?”라는 말은 여전히 사무치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저 몰랐고, 그래서 두려웠을 뿐이었다. 양파를 써는 법을 몰라서 양초를 피우고, 대파를 입에 물고, 무튼 그렇게 매운내를 피하려고만 했던 시절의 일이었다.



혼자 먹기, 양파       

양파를 다룰 때에 가장 곤란한 것은 역시 매운냄새이다. 양파의 조직이 파괴되면서 매운내가 공기중으로 퍼지므로 예리한 칼로 손질하도록 하자.

손질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눈이 맵기 쉽다. 최대한 빠르게 손질하는 것이 좋다.

양파는 뿌리부분을 중심으로 속살들이 붙어있다. 손질 할 때에 뿌리부분을 제거하면 속살들이 모이지 못하고 흩어져 손질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뿌리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세로로 길게 칼집을 넣은 후 가로로 썰어주면 양파를 쉽게 다질 수 있다.

양파는 뿌리부분이므로 햇볕을 보면 쉽게 싹이나서 먹지 못하게 된다. 볕이 들지않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조금 오래 둔 양파. 겉껍질부터 무르기 시작하고, 속에서는 초록색 싹이 올라온다. 이렇게 되면 맛이 없다.

양파는 가열하면 매운기는 거의 날아가고 단맛이 진하게 난다. 볶아서 넣으면 많은 요리에 부드러운 단맛을 내줄 수 있다.



양파 레시피 : 캬라멜라이즈드 양파




재료             

양파 두 개

마늘 3-4톨

올리브유 한 큰 술

발사믹 식초 반 큰 술


 


레시피             

양파는 아주 곱게 채썬다.
TIP 채가 고울 수록 양파가 골고루 카라멜화 되어 맛있고, 볶는 시간도 줄어든다.

마늘을 곱게 다진 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볶는다.

마늘이 아주 연하게 갈색을 띄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인 후 양파를 넣고 볶는다.
TIP 이 때 소금을 조금 뿌려주어야 양파가 숨이 죽으며 볶아진다.

양파가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뒤적이며 볶아준다.
TIP 양파안의 당분이 열을 만나 고소한 맛과 감칠맛 그리고 풍미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태우지 않는 한, 색이 짙을 수록 좋다.

양파가 충분히 갈색을 띄면  발사믹 식초를 넣고 시큼한 기운이 날라갈 때까지 볶아준다.
TIP 이 때 취향에 따라 아주 약간의 설탕을 넣어주어도 좋다. 

각종 요리에 조미료로 사용해도 좋고, 토스트나 닭가슴살 등에 얹어서 내면 좋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 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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