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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Dec 02. 2016

하얗고 하얀 두부


두부는 자취생활을 그릴 때에 가장 마지막으로 떠올렸던 먹거리였다. 두부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내 손으로 사다 먹을 일이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혼자 살게 되니 두부는 꽤나 자주 밥상에 얼굴을 비추었다. 주로는 다른 먹거리들과 함께 장바구니에 담아오지만 깜장 봉투에 두부만 달랑 들고 오는 날이 있다. 영화를 많이 봐서일까. 교도소나 구치소는 물론이오, 경찰서 담벼락도 넘어본 적 없는데도 두부를 들고 오는 날이면 항상 기분이 묘하다. 진열대에서 두부를 집어드는 순간부터 집에 닿는 길 까지가 왠지 모르게 무겁기만 하다.



까만 봉지에서 두부를 꺼내놓고 물기를 닦고 손질을 하는 와중에도 묘한 기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마치 죄수가 된 기분으로, 지은 죄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경찰서 담벼락만 넘지 않았을 뿐, 분명 지은 죄가 많았을 것이다. 당장에 떠오르는 부끄러운 순간들이 많다. 허투루 말을 지어 사람을 상처입히고, 선량한 사람을 미워한 기억들이 또렷하다. 게다가 분명히 이게 다는 아닐 것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은 죄도 산더미와 같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잠기면 두부를 그대로 입에 가져가본다. 고소하지만 약간은 비릿하고 떫은 맛이다. 두부 먹을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도, 결국 또 자주 밥상에선 자주 보게 되는 게 두부다. 비릿한 끝맛이 입안에서 길다.




 혼자먹기, 두부

 시판되는 두부들은 단단함에 따라 용도별로 구분되어 나온다. 어떤 두부를 사야할 지 혼동될 때에는 국물요리에는 부드러운 두부를, 마른 요리에는 단단한 두부를 사면 된다.

 두부는 판매 단위가 크다. 남는 두부는 소금물에 담구어 보관하면 며칠 더 냉장고에 두고 먹을 수 있다              

아니면 얼려서 보관해도 되는데, 얼렸다 해동한 두부는 수분이 빠져나와 쫄깃해지고, 국물을 더 잘 흡수하는 특성을 가진다. 찌개 등에 사용하면 좋다.

두부에는 생각보다 물기가 많다. 마른 요리를 할 때에는 키친타올등으로 물기를 닦아주어야 요리가 질척해지는 것을 막는다.소금을 살짝 뿌린 뒤 닦아주면 물기가 더 잘 빠져나온다.




두부 레시피 : 아게다시도후



재료             

두부 반 모

전분 세 큰 술

쯔유 한 큰 술

무 약간




 레시피

두부를 각 변이 약 4 cm 되게 썰어서 물기를 잘 닦는다.

썰어진 두부의 여섯 면에 전분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TIP 이 때 접시에 전분을 펴놓고 두부를 돌려가며 두들겨주면 잘 묻는다.

중불로 달군 기름에 두부를 골고루 지져준다.

두부가 노릇노릇하게 지져지면 접시에 건져내어 살짝 식혀준다.

두부가 식는 동안에 냄비에 준비한 쯔유를 넣고, 쯔유의 3배 즈음 되는 물을 부어준 뒤 한 번 끓여준다.
TIP 쯔유를 희석하는 비율은 제품마다 다르므로 각 제품의 설명을 따르면 좋다.
TIP 소스를 졸이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와르르 끓어오르면 아주 잠깐 더 끓이면 끝이다.

두부 위에 무를 갈아서 올리고, 그 위로 준비된 다시 국물을 부어준다.

대파 등을 썰어서 고명으로 올려서 낸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 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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