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기억해야 할 제주 4.3 사건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by 엘의 브런치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하고 있습니다.

오직 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과 절대 작별하지 말라고.



소설마다 작가를 끈질기게 괴롭힌 문제들이 있죠.

수백수천 날 그들 마음속에 똬리 틀고 않아 들러붙어 끔찍하게 흔들었을 문제들.



한강 작가님의 책을 보면 그 문제의 무게를 어떻게 견뎠을까 싶습니다.

한강 작가님에게 역사 속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그것들을 끌어안을 힘이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녀는 꼭 지구를 짊어진 아틀라스 같달까요.

거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인내와 끈기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하라고.




광복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주에

아직 배고프고 춥고 모든 것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그곳에서 빨갱이들을 잡겠다며..

이젠 일본이 아닌 미국의 졸개가 된 군경들이 들어옵니다.


무참히 살해된 3만 명의 민간인들.


전국적으로는 20만여 명..


배고프고 연약하고 그저 살고자 했던 무고한 사람들.

여자, 남자, 노인, 아이, 임산부 가릴 것 없는 도륙.

아직도 유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모르고 있던 제주 4.3 사건 앞에 부끄러워집니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흔히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은 수많은 인간 군상과 그들이 살아낸 삶을 간접 체험하죠.

그래서 인물이 어떤 시대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하는지 그것을 놓칠세라 따라가 봅니다.


그러나 <작별하지 않는다>는 조금 다른 경험입니다.


인선, 경하를 따라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죠.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라고!

오직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기에 읽는 것에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관련 영화를 찾아보고 관련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역사 영상 강의를 듣고 지슬이라는 제주 4.3 사건에 관한 영화를 봤죠.

저에게서 만으로 멈출 수 없어서 중학생 아이를 위해서는 함께 꼬꼬무라는 프로를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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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았지만 책에서 언급된 경산 코발트광산에 관한 이야기는 볼 수 없었기에 앞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더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



소설과 영화를 본 후 질문해 봅니다.


나는 나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모든 국민은 나라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가 작은 나라임을,

미국이 큰 나라임을 부인할 수 없고

개인이 혼자 살 수 없듯

나라도 혼자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드리워진 그들의 그림자가 무섭도록 차갑게 잔인하고, 악착같이 교활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를까요?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신 모든 분들이

영화와 관련 영상을 더 찾아보고

마음속에 차가운 분노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가슴 한구석에 제주 4.3 사건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문장을 남깁니다.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 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골짜기와 광산과 활주로 아래에서 구슬 무더기와 뚫린 조그만 두개골들이 발굴될 때까지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 채 묻혀 있어.

그 아이들.
절멸을 위해 죽인 아이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그토록 아름다운 제주 곳곳에 아직 한들이 서려있습니다.

다음에 제주에 가면 꼭 제주 4.3 사건을 기리는 평화공원을 방문해 봐야겠습니다.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죠.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 2>는 볼 수 있는 OTT는 없지만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이 있기에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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