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를 바짝 올린 당신에게
방충망을 열고서야 비로소 방충망이 막고 있던 것이 벌레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방충망 사이로 필요한 건 다 보고 느끼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도.
이것 하나만 열어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비 오는 아침 또 경험합니다.
참 우리는 방어적으로 살고 있구나...
나를 보호하려고 꽁꽁 싸매고 있는 것들이
실은 우리를 더욱 고립되게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자기 너머의 것을 볼 여유를 얻는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삶의 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수면 부족, 약간의 위궤양, 부족한 근육 등의 신체적 문제는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죠.
자신의 규격이라는 상자에 맞지 않는 주변 사람들과 언제든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 같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불안.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이 불안하게하는 온갖 욕망이 어디를 가도 둥둥 떠다닙니다.
그 반짝거리는 포장지를 걸친 타인의 욕망들은 오늘도 죽을 때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는 열패감으로 우리를 조금씩 죽여가죠.
상시 하는 불안과 지나친 걱정들도 소화해 내기 어려운데 또 얹어지는 문제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지지는 않을까라는 공포까지.
가드를 바짝 올리고 어깨는 단단히 뭉쳐있고 온몸은 긴장해 있습니다.
늘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해 방어태세를 늦출 수 없어요.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일 하나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그런데 마음은 막대한 부를 바래요.
현실과 이상의 거리가 너무도 멀죠.
매일 할 수 없는 것을 바라는 삶.
현대인의 자화상.
이 고질적인 문제를 도대체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는 걸.
누구도 구해주지 않아요.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죠.
방충망을 여는 평소에는 하지 않는 작은 행동들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것이 나를 구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진 불안과 걱정, 공포를 잠시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들도 똑같이 가드를 바짝 올리고 견디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 삶이 달라지는 거 아시나요?
물론 이 별거 아닌 문제는 대단한 별거죠.
자신이라는 성에 갇혀있는 나를 해결해야 비로소
자신 너머의 것을 볼 여유가 생기니까요.
자신 너머의 것을 볼 여유를 가진 사람은
이미 특별한 존재죠.
대단한 무엇을 이루어서가 아니라
연약하고 불완전하고 나약한 자신이라는 존재를
들여다보고 어느 정도 받아들였기에 가능합니다.
그래서 혼자 살 수 없다는 것도 알죠.
세상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여가야 함을 알게 된 거죠.
변화하고 싶다면
자신 너머의 것을 볼 여유를 무엇보다 먼저
반드시 쟁취하시길 바라요.
그 모든 반짝거리는 것들의 시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토록 원하는 성공을 위해서도,
좀 더 편안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도,
오늘 자신의 평안을 위해서도,
나 너머의 것을 볼 여유를 갖는 것이 시작입니다.
하루키가 그랬다죠.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돈으로 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여유는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시간을 들여 그것을 모두 취할 수 있다면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전에 나 자신도 구하고 말이죠~
중학교 때인가
비가 많이 오던 가을쯤이었는데..
우산을 들고 슬리퍼를 신고 나가서
내리막길에 내려오는 빗물들 속에
맨발을 내맡겼죠.
넘치는 비로 쏟아져내려오는 빗물을 오롯이 느꼈던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
참 별거 아니었는데 말이죠.
별게 아니어도 좋아요.
스스로를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두고 있는 것들을 잠시라도 거둬보는 시도도 괜찮지 않을까요?
할 수 있는 만큼만요~
큰일 안 나요~
오늘, 반드시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하루 보내세요~
자기 너머의 것을 볼 여유 하니 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떠오르네요.
이럴 때 다시 펼쳐봐도 좋고~
방충망을 열어놓으며 하지 않던 일을 하니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떠오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