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삶에서 두 발로 땅을 딛고 서는 것
보살핌에서 책임으로의 무게중심의 이동, 나의 삶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
우리는 누구나 바닥으로부터 뜬 상태로 시작한다.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을 비롯해 모든 것을 챙겨주는 손들이 있어서 무게를 줄여주었고, 그래서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품 안에서 떠다니며 부유(浮游)할 수 있었다.
그 부력으로 우리는 다치지 않고, 선택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요히 물 위에 띄워져 있는 나뭇잎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의 무게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삶, 그것은 유년기에만 향유할 수 있는 편안함이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변화는 시작되기 마련이다.
안락하게 해 주고 따뜻하다고 느꼈던 손길과 관심의 언어는 거슬리고 간섭처럼 다가온다. ‘내버려 둠’이 희망사항이 되어 보살핌은 갑자기 그 무게가 배가된다.
성장이란, 더 이상 부유하지 않고 '두 발로 땅을 단단히 딛고 서려는 결심'인지도 모른다. 무게를 느끼지 않는 부유하는 삶에는 방향성이 없다. 흘러가지만 우리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흘러감이 아닌 탓이다.
땅을 딛고 선다는 것은 모든 익숙함을 낯설게 만든다. 처음으로 우리의 삶이 ‘온전한 나의 것’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때부터 우리의 삶이 스스로를 짓누르기 시작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 무게를 대신해주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참아야 하는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부모의 마음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무게를 줄여주려 하지만 스스로 땅을 딛고 서려는 결심을 하고 난 이후에는 그 사랑마저도 감당해내야만 하는 삶의 무게가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란 그 안락하고 편안함을 제공하던 부력을 날카로운 언어들로 저항하지 않고, 그 사랑을 상처내지도 않으면서 온전하게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
어른은 더 이상 사랑을 받는 존재로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년기때의 사랑의 여진이나 그림자마저도 우리의 몫으로 스스로 품을 수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서 있다. 누구의 손에 의지하지도, 매달리지도 않은 채,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 내면서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딛고 선 사람, 바로 그 무게로 인해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의 삶에 가 닿을 수 있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부유하는 삶을 벗어나 두 발로 땅을 딛고 서는 진통을 감내한 자가 받을 수 있는 트로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