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떨어져서

by 최은녕 라온나비

조금 떨어져서



친구들 속에서

아이의 웃음이 먼저 번졌다


어깨를 맞대고

학사모를 흔들며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조금 떨어져 서서

셔터 누르는 사람을 믿고

아이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불렀다

"할머니, 이거 한번 써 보세요"


학사모를 씌워 주고

학위복 끈을 고쳐 매 주었다

아이의 손이 낯설 만큼 차분했다


할머니는 웃었고

나는 그 둘을 보다가

괜히 꽃다발을

다시 고쳐 쥐었다


가족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흩어지고


아이와 나는

잠깐 나란히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

아이의 학사모 끈이 조금 흔들렸다


나는 말하지 않았고

아이도 말하지 않았다


아이의 어깨에

햇빛이 먼저 내려앉았다


나는 그걸 한 번 더 보고

조용히 돌아섰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