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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위에 봄이 내릴 때

by 최은녕 라온나비

촛불 위에 봄이 내릴 때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였지
한 사람, 두 사람
숨죽인 마음에 불을 붙였어


찬바람 속에서
무수한 말들이 엇갈렸고
분노는 깃발이 되고
거짓은 진실을 흉내 내었지만


우리는 흔들리는 촛불을
끝내 꺼뜨리지 않았어
눈물로 바람을 막고
희망으로 불씨를 지켰지


헌재의 문이 열릴 때마다
숨이 걸렸지만
정의는 언젠가 제 갈 길을 찾는 법
진실은 아무리 늦게 와도

반드시 도착하는 법


그리고 이제
우리는 믿는다
촛불 위에 피는 봄이
다시, 모두의 계절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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