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를 읽으면 생각나는 사람, 인성과의 인연은 좀 특이하다. 10년전쯤 우린 영국축구팀 아스날의 한국 팬사이트 회원으로서 서로를 닉네임으로 인식하던 사이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넌 ‘삼청동’이었다.) 정확한 전후 상황이 생각나진 않는데, 하여튼 인성의 첫 런던 방문때 현실접선이 이뤄졌다. 아마 경기를 같이 보진 않았던 것 같다. 동갑이고, 지금도 그렇지만 워낙 준수한 친구였고, 말이 잘 통해서 예약해둔 숙소가 있었지만 그냥 우리집 와서 자고 가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 된 인연의 끈이 연중행사 같은 내 한국 방문으로 간간히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온 많은 관계들이 그랬듯 흐지부지 끊길 수도 있었을탠데, 여태 지속 되며 함께 한 시간이 쌓일 수 있었던 건 책바라는 포컬 포인트 덕분이다.
출간되자마자 국제우편으로 보내준 이 책을 이제야 피드에 올린다. 사실 읽기는 진작에 읽었는데, 내가 팔로워도 별로 없긴하지만 출간 당시에 올렸어야 판매에 조금이라도 일조했을터, 미안한 마음이 있다.멀리 살다보니 직접 얼굴 본 시간이 10년 세월에 정비례한다 할 순 없지만 책바 이전부터 그의 삶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인성은 꾸준함과 디테일의 아이콘이다. 내 친구들 중 가장 성실히 보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 그걸 책 한권에 모두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능동적으로 삶을 디자인’하란 말이 그저 허울좋은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루키를 읽으면 인성이 생각나는 이유는 왤까. 실제로 창업 전 그는 하루키의 책에서 큰 영감을 받기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본인 말에 따르면) 천재가 아니라 꾸준한 삶의 축적에서 오는 동력으로 소설을 써나간다는 하루키의 삶과 많이 닮아 있는 걸 본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밤에 일하고 낮에 쉬는' 삶을 살게되며 하루키를 모델로 삼았던 건 아닐까.인성은 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책에 썼듯 ‘낭만’은 그의 삶의 키워드인데 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난 하고 싶은 것들을 좇아 20대를 보냈지만 그 경험들을 어떤 일관된 방향으로, 집약시켜 뭔갈 만들어내는 그런 방향으로 가져가진 못했다. 말하자면 난 개인적 차원에서의 낭만을 누렸지만 그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년간 내가 누린 좋은 시간들에 일년에 두어번 보는 게 전부인 인성이 꽤 자주 있다는 사실. 책바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낭만을 전염시키는 인간이다. 뒤늦은 포스팅의 미안함은 지인 영업으로 갚으리라, 싶지만 이젠 가보라고 권유하면 거의 모르는 사람도 없어. 한국이었으면 매상이라도 올려주려 총총 갔을탠데. 아, 저 공간을 들어설 때의 묘한 설렘, 위스키 하이볼과 뱅쇼. 그립구먼 이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