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바흐가 준 교훈-예술과상상력,
위대한 일상의 패착敗着

여섯번째 수다

여섯번째 수다 - 예술과 상상력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랑랑, 인순이 선생 그리고 케이팝...


코로나로 이동 제한령이 다시 내려지고

글 쓰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어.

그래서 말이 많아짐...

 

군대에 갔을 때 병원에 잠시 있었는데

신입이 한 명 들어온 적이 있었어

인상적인 신입이었어

줄리어드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녀석이었지.

세이지 오자와(일본 지휘자, 카라얀의 제자)와 협연한 경력도 가진

그런데 그 친구가 군대에 들어와서 돌발성 난청이 와버린 거야

 

음..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참 같이 많이 안타까워했었어

그때 난 궁금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물었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질문 하나는 이거였어

 

« 장영주가 그렇게 대단해? »

 

당시는 장영주가 한참 주목받을 때였거든

그때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어

« 아이가 연주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연주를 해요”라고

 

난 그때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

물론 지금도 정확히는 모르지 그런 것을 곡 해석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아주 최근에 흥미로운 경험을 했거든

그 경험 덕분에 그때의 말을 , 그 친구의 말을 나 나름데로 이해하게 됐지..

 

랑랑 이야기하고 있었잖아,

대세가 된 트로트를 보다가 클래식과 트로트를 비교하게 되었고

그리고 트로트는 답을 주는 음악, 노동요 같은 음악 같다고 까지 이야기했었지..

그리고 그것이 답을 주는 음악이고 클래식은 공부 같은 음악, 

질문을 던지는 음악이란 이야기도 했고

그리고 랑랑의 연주야 말로 어쩌면, 클래식 안에서 트로트 같다는 이야기도 했지.


 

자 그런데, 랑랑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운전하고 일하며 다니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늘 그렇듯 라디오 클래식,

랑랑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발매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였었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나도 한때 그 곡 참 많이 들었거든...

오랜만에 옛 생각에 usb에 다시 다운로드하여서 최근에도 다시 듣기도 했어

그러다가 랑랑이 연주한 것을 듣고  

또 다른 연주자는 누가 있었을까 찾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한국의 바흐 대가라는 한 교수님의 연주를 들었지


 

아..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어

음.. 부정적이기도 하고 또 긍정적이기도 한...

바흐에 대해서 깊게 연구한 분의 연주였는데

음.. 처음 듣는 순간 딱! 느껴지는 것이

아. '답답하다' 였어

 

몇 년을 아니 몇십 년을 바흐만 연구한 대가의 연주에선

바흐에 딱 갇혀있는 연주자의 모습이 느껴진 거야..

물론 그것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숭고한 일이지...

 

어쩌면, 내가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은  

그 선생에 대한 주제넘은 비판 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럼에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거기서 나를 봤거든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내 그림을 봤거든...


 

지금은, 이상하게도 다시 찾아지지 않는 그 선생의 연주에선,

연주자의 모습은 생각은 상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오직 바흐, 그리고 그 변주곡의 악보  

바흐를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연주자의 뚜렷한 목표, 

그것만 느껴졌었어.  

연주자의 상상력이 없었어.  

그러다 보니, 듣는 사람들도 다른 생각을, 다른 상상을 할 수가 없는 거야.

 

내 그림이 그랬거든

위대한 일상.

매일 하나씩 그린다는 목표를 향해서 10년을 이어온 작업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  

기억해야 할 사람

또는 인상적인 이미지는 남긴다는  

아쭈 짤막한 논리 아래 이루어져 온 작업.

그리고 그림이 늘어간다면 그대로 시간으로 보여주는 과정 작업...

 

거기에 내 상상력이란 애초에 없었거든,  

그저 보이는 대로 그렸을 뿐이거든

물론 1년 치를 모아서 전시를 할 때는  

이미지들이 그림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생겨나는  

우연의 울림 같은 것이 있다.라고 전재하기는 했어도

상상력 또는 우연, 이런 것들은 애초에 첫 번째 목표가 아니었거든

 

목표는 그저 그리는 것,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남아있는 것,  

그것뿐이었거든

 

나의 상상력조차 없으니,  

사람들이 관객들 역시  

내 에고(ego)에 집착한 그림을 보고서 다른 상상을 할 수 없었겠지?

(Ego는 나를 뜻하는 그리스어 (Εγώ)에서 온 말. 자아, 자부심, 자존심을 뜻하는 영단어/출처:나무 위키)


그 선생의 바흐 연주를 들으며, 내 그림이 떠오르는데  

한편 씁쓸하고 또 한편 암담하기도 하고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

아 이일을 더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어.

10년 만에 문제점을 찾았는데 말이지..

 

그런데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아.

아니, 아직 내가 오만한가 봐

이제야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았으니 , 10년 만에,

이제는 쪼금 방향을 바꾸어서, 상상력을 생각하면서 그려 보면 어떨까? 하고 있어.

 

음악이란, 그려진 빈 캔버스다.

이번에 얻은 말이었어

 

작곡가는 자신의 상상으로 곡을 쓰고

연주자는 그 곡을 연주하며 자신의 상상을 얹고

또 듣는 사람은 그 둘의 상상한 연주를 들으며  

자신의 상상을 얹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랬던 것 같아 훌륭한 곡과 훌륭한 연주가 만난 것을 들을 때면 말이지.

쉽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점점 복잡해진다.. 간단히 그냥, 음악의 상상력이라고 해두지 뭐

그리고 거기서 얻은 힌트로 미술과 상상력은 무얼까 내 작업에서 답을 찾고 싶고

그다음엔 예술의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지?

 

예술의 상상력 하면, 뜬금없는데,

그런 것 같아.

어떤 일이든 상상력이 없는 일은 죽은 일이 아닐까?


아무런 변화 없이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또 오늘 간은 내일이 된다면

그건 그냥 매일이 똑같은 거잖아 죽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매일 같은 일을 해도 상상력을 갖고 일한다면

무언가 달라지고 더 신나 지지 않을까?

 

예술의 상상력이란 무얼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얻은 답이었어

적어도 어떤 일이든, 상상력과 함께 새롭게 해 보면, 예술이 된다?


음악의 상상력, 미술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의 상상력..

올해 건진 여러 가지 생각들 중 하나..

오늘은 여기까지...

돈 벌러 가며 돈 버는 상상하기 ㅎㅎㅎ"


파리의 우버 운전사.


 랑랑이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 


https://www.youtube.com/watch?v=55hk75OgWDg
 


위대한 일상 2018


매거진의 이전글 미슐랭 셰프의 계란말이- 랑랑과 인순이, 거위의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