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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의
미친 상상력과 불닭 볶음면

일곱번쨰 수다

일곱번째 수다  - 음악의 상상력,


 "어릴 때, 중학교 때였나?

« 연주자의 버전이 따로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피아노 전공하던 누나한테 물었던 게 기억이 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카세트테이프 들으면서 이야기했었어

연주자는 빌헬름 켐프. 그때는 그 사람 것이 대세였었어..


누나랑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

베토벤의 생각이랑 연주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러니 연주자의 해석도 있고 작곡가의 해석도 있고  

따로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어쩌면 수백 년 전의 곡들이 여전히 연주가 되는 것을 보면,

계속 새로운 연주자들의 새로운 상상력이 얻어지는 것이겠지?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얼마 전에 적은 글인데.

음.. 정말 미친 연주자의 미친 상상력에 대한 글이야.

그녀는 바로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

이름도 어렵지,

파트리시아까지는 쉬운데  

(파트리시아 카스도 있고, 플란더스의 개의 파트 리슈도 있고...^^)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는 몰도바(중부 유럽의 작은 나라) 출신의 여자 바이올리니스트인데

맨발로 연주를 하고,  

아주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스타일 때문에 호불호가 딱 갈려


 

그날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녀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들었거든

한참 전에 처음 들었을 땐 나도 너무 거부감이 느껴져서 그만두었다가

그날은 심호흡하고 제대로 다시 들었었어..

그날의 기록이야"


 


 

=음악과 상상력,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의 미친 상상력 그리고 불닭 볶음면


 

오늘 세 번 길을 잘못 들었다.

역시 음악 때문이었다.


 

너무 졸리고, 일할 의욕도 나지 않아서,

고승이 졸고 있는 제자의 등짝에 '죽도'를 내리치듯

한방 얻어맞고 졸음을 쫓을 요량으로 베토벤을 골랐는데,

다른 어떤 연주도 아닌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의 연주를 고른 것이 화근이었다.


 

이름도 어려운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

언젠가 한번 들었는데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라 한번 흘려듣고 말았는데

그날은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니 중앙일보 음악기자 김호정 씨가 표현하듯  

“음표를 딱딱 찍는 것 같은 연주”가 귀에 딱딱 꼽히는 그런 날이었다


 

졸음은 날아갔고

대신 길을 몇 번 잃었다.

손님들에게 미안했다 눈치를 못 채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랑랑과 같은 감정과잉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무언가 조금 다른 역동적인  

음.. 그러니까 미친 사람 같은 미친것 같은 연주?


 

정말 경박하게도 그녀의 연주를 두 번째 들었을 때

손님을 내려주고 돌아오며 크게 틀어놓고 들었을 땐

(손님이 타고 있을 땐,  

강한 부분에서 소리가 너무 커서 볼륨을 계속 줄였다가  

높였다가 해야 해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그러니 길을 잃을 수밖에..)


 

암튼.

그러게 크게 해 놓고 들으며 오다가  

나도 모르게 경박스럽게 내뱉은 말은


 

« 연주는 미친년처럼 하는데, 틀린음이 없네.. »였다.


 

정말 그랬다.

소위 삑사리조차 없어 보였다...

신기 가 있는 무당의 춤 같았다..(영상을 보면 더 그렇다...)


 

바흐의 골드 베르그 변주곡을 들으며 상상력에 눈을 뜬 나는.

예술에 있어서 상상력이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 나는

정말이지, 파트리시아의 연주 앞에서 미친 상상력의 끝을 본듯했다.


 

그녀는 그 뒤로, 바흐의 요한 수난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다른 현대음악가들과 협업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난 아직 그녀의 베토벤 협주곡만 들었다

차이콥스키는 듣지 않았다, 너무 확 다 들어버리면  

소화가 안될 것 같아서 아껴두고 있다.


 

불닭 볶음면이란 게 있다.

먹을 때는 너무 매워서 후회하면서 울면서 먹었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나는.


 

파트리시아의 연주가 그랬다.  

들을 때는 너무 센 거 아닌가 싶다가도 듣고 나면 또 생각나는


 

그리고 무엇보다, 불닭 볶음면에 한번 맛을 들이면,  

다른 면 종류가 싱거워진다.  


 

파트리시아의 베토벤을 듣고 난 이후엔.

그전까지 주로 들었던, 쥴리아 피셔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너무 싱거워져 버렸다

한편 아쉽기도 했다.  

미모로 보나 연주로 보나 내겐 스탠더드 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전형 같았는데,  

이젠 간이 안된 음식같이 싱거워져 버렸다..


 


 

(김호정 기자의 음을 콕콕 집는다는 표현은  

압도적 카리스마의 또 다른 마수 같은 지휘자인  

쿠렌치스를 두고 한 말인데 파트리시아의 연주에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흥미롭게 둘은 잘 어울리고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은 문제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xr9KmgDFw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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