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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VS 베토벤 (1)

여덟 번째 수다 - 첫 번째 이야기

파리의 우버 운전사 , 여덟 번째 수다, 첫 번째 이야기

- 모차르트 VS 베토벤  



오랜만이야,

너무 오랫동안 수다가 뜸했지?

작업도 밀려있었고,

무엇보다, 이동 제한령에서 야간통금까지

코로나 때문에 프랑스는 여전히 깜깜한 일상이어서..

운전할 시간도 줄고,

그러다 보니

작업은 더하게 되었는데, 

음악들을 시간이랑

글 쓸 구상을 하는 시간이 줄어버렸어

그래서 수다도 줄었어..

그럼 오랜만에...


작년은 베토벤 250주년이었어

많은 행사들이 기획되었는데 모두 코로나 때문에 날아갔지..

코로나 사태가 슬프긴 하지만,

음악 듣기엔 제일 좋은 시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

모든 움직임이 느려졌으니…

가만히 앉아서 듣거나

또는 무얼 하면서 들어도 좋고

요리와 설거지할 때 최고로 좋지

물론 혼자 운전하는 공간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한 달은 되었나..

운전하면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시 듣게 되었어

참 좋더라고.. 여전히.. 아니 늘..


그러면서

생각난 질문이 있었어 

“모차르트와 베토벤, 모차르트 대 베토벤,

누가 더 위대할까?”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지?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 (1)


“Il était la music (그는 음악이었다.)”

-영화 아마데우스 중 살리에리의 말 



한 10년전인가?

알고 지내던 분들이랑 술자리를 가졌는데


"누가 제일 위대한 작곡가인가?"


라는 질문이 던져졌어

음.. 난 당연 모차르트라고 말했지, 아주 자신 있게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H형이 


“아니야 베토벤이야..”


라고 말하는 거야 

아주 담담히 말했지만, 아주 확신에 차 보여서 음..

나도 그냥 그 자리에선 아무 말하지 않았어

속으로만 반론을 폈지.

대놓고 말하면 논쟁이 될 것 같았어.



언젠가 글에도 썼지만, 

내겐 당연히 모차르트였거든..

뭐랄까..

많은 작곡가들이 각자의 특색이 색깔이 있는데

모차르트에겐 그 모든 게 다 들어있는 것 같다..라고 썼었어.. 


나중에 더 생각해 보니 그런 대목도 떠올랐어

왜 있잖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아주 작은 소품을 작곡해가서 황제께 드리는데

황제가 직접 연주하면서 아주 예쁘다고 기뻐하며 칭찬하지

 

살리에리는 너무 만족해서 달나라로 뛰어오를 만큼 행복해하고

심지어 모차르트가 들어오던 순간에 

황제가 직접 그 곡을 연주하기까지 하잖아.


나중에 모차르트가 들어오고

새로운 오페라 주문을 위한 대화가 이어지고

자리를 파할 때, 황제가 살리에리의 선물이라며 악보를 주려하니까

모차르트가 그러잖아

이미 머릿속에 다 있다고. 


음.. 강남 아줌마들이 감동할 

흔한 암기력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야

그 곡은 정말 짧은 곡이었고..

모차르트의 암기력은 뭐.. 

역사상 정평이 난지 오래니까..


모차르트의 암기력을 이야기하려면

아마데우스의 이 장면이 아니라

고전인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잠깐 딴 길로 새는 거 같지만..ㅎㅎ 


알레그리가 작곡한 미제레레는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에서만 불리던 합창곡이야

9개의 성부로 되어있고

한 10년 넘었나, 매일 아침 기도전에 제일 먼저 듣는 곡도 이곡이야 

들어보면 마지막엔 9개나 되는 성부가 

정말 경건한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미켈란젤로의 벽화로 장식된 

시스틴 성당에서 듣는다면 정말 장관이었겠다.. 싶어..



암튼,

어린 모차르트가 아빠 레오폴드의 손을 붙잡고서 

이 성당에 들어섰을 때 이곡을 들은 거야

당연 감동했겠지.. 


그런데, 이곡은 악보가 없었데.

왜냐면 성당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이곡을 모두 듣고 나온 모차르트는

집에 와서(아님 호텔에 와서)

악보에 다 적어버린 거야. 


대단한 기억력, 아니 이걸 뭐라고 하지 암보력?

암튼 교황님이 나중에 이사실을 아셨는데

재능을 기특해하셔서 벌주지 않으셨데.. 


물론, 반대의견도 있어

사실 듣다 보면 음계나 선율이 반복되거든

복잡해 보여도 외우긴 생각보다 쉽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맞아 

그럴 수 있지..

그 정도를 외운다고 천재 소리 들으면,

천재가 너무 쉽지.. 


내 생각엔, 모차르트의 천재력은 

암기력이 아니었어..

영화 안에서 살리에리의 곡을 외웠다는 것 정도였다면

살리에리도 충격을 덜먹었을 거야


영화장면으로 돌아가서,

외웠다는 것을 증명해보라는 황제의 눈짓에

모차르트는 앉아서 바로 연주 하기 시작하지

한번 들은 것을 그대로 연주한 거지.. 


절반 정도 연주하곤 한마디 해, 


“이다음은 반복이죠?” 


살리에리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물론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야 

실제론 살리에리랑 사이좋았데..

얼마 전에 살리에리 오페라가 

음반 발매된것으로 아는데...

정말 살리에리도 복권해야 돼



“이다음은 반복이죠.?”


라는 모차르트의 순진한 일격은 

정말 뼈아픈 원펀치였을텐데..

정말 천재들은 범인이 받을 상처에 대해서 

무관심한 측면이 분명 있는 것 같아..


무심한 모차르트는 

반복되는 후렴구를 연주하다가

중얼거리지.. 


“il y a un petit défauts là” 

번역하면,

“여기 작은 실수가 있네요” 였어..



실수라..

허허..

작곡가 앞에서 

그것도 황제 앞에서


그렇게 면박 아닌 강펀치를 두방 날리고는

그 자리에 막 모차르트가 곡을 손보기 시작해

바꿔서 연주하는 거야 

반복되던 후렴구에 묶여있던 선율을 자유롭게 띠리 리리 오르게 한다던가

행진곡 풍으로 막 변주

그러니까 즉흥연주를 하기 시작한 거지..

음.. 누가 그랬더라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최고의 재스 아티스트가 되었을 거라고.. 


암튼..

그렇게 살리에리의 곡을 마구 변주하면서 딱 한마디 해..

정확한 한마디는 난 사실 기억이 안 나는데

요지는 그거였어

이거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음악 같지 않냐고..


세상 좋아졌어

방금 유튜브에 그 대목을 찾아보았는데

내가 생각한 문장이 없네...

아니다. 

빙고!

프랑스 어 버전엔 있어!

이렇게 말해 


« Avez vous essayer?

Ce sera pas un peu music? »

https://www.youtube.com/watch?v=9Ke8roT_c_0


영어를 내가 못하거든 ㅜㅜ

영어 버전에선 안 들리는데

프랑스 어 더빙에선 저렇게 말해. 


난 저대목에 정말 소름 돗았지..

우리말로 하면

막 이리저리 변주하면서


"이렇게 시도해 보셨어요?"


라고 말하고는,

딱 맞는 연주를 찾은 듯 하자


« 이게 좀 더 음악 같지 않나요? » 


라고 말한 거야.




음악 같지 않나요?

음악 같지 않냐고?

아니 세상에 음악이 뭔지 아는 거야? 그냥? 


맞아..

그냥 아는 거였던 거야…



아마데우스에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악보를 보고서는

고친 부분이 하나도 없자,

음악은 이미 그 머릿속 안에 다 완성되어 있다고 절규하고는

모차르트의 악보를 후드득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언젠가 보니

한국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모델이셨던 어떤 지휘자 분도

강연 중에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 모차르트의 머릿속에 이미 곡이 완성되어서 들어 있었다 »

라고 말씀하셨었는데 말이지..

살리에리처럼.. 


음.. 그런데 그건 내가 보기엔 틀린 말이야

어떻게 한곡이 완성되어 있을 수 있어 머릿속에?

완성되어있는 게 아니고,

어떤 음계던 주제던 선율이 던 저지면,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어떤 음악이라는 절대적인 이상이 있다고 한다면,

그게 뭔지 모차르트는 알았던 거야 그냥 몸으로 그냥 쓰면 음악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정의한 한 문장만큼은 정확했어


"il était la music...

그는 음악이었다… "



맞아.

음악 자체였던 거야.

어떤음이든 던 저주면 써 내려가기 시작하면 음악이 되는.. 



음.. 그런데,  이건 좀 너무 플라톤 적이긴 하다..

그러니까 음악이란 어떤 거다..라는 이상을 전재해 두어야 하니까

아이고 더 어려운 곳으로 가지 말자


그러니까 그냥 모차르트의 음악은 음악 자체였고

다시 말해서 음악이라는 자연 자체였던 것 같아

그러니까 슬픔이든 기쁨이든 모든 감정이 

그 속에 그대로,, 아주 그대로 녹아있는.. 

마치 산소 같아..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

식물들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고

그러니까 모차르트 음악은 

심작박동의 탬포와 같은, 자연의 일부인 거야..


나도 심란할 땐 모차르트 들으면

안정되는 느낌이 들곤 해..

때론 싸우는 손님이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손님이 타면

나도 모르게 모차르트를 틀어

그럼 손님들이 조금 쉬는 것 같았어

그냥 내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내겐 그 어떤 음악가보다. 모차르트였지..

베토벤과 비교해도

아니 그냥 내 머릿속엔 늘 

'모차르트와 다른 음악가'들..이었던 거야


음.. 그런데

베토벤 바이올린 현주곡을 듣다가 

이게 쪼금씩 금이 가는데.. 음..


너무 서두가 길었다

일단 일부터 나가야겠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는데

나가서 이어서 쓸게!

오늘도 좋은 하루!!


파리의 우버 운전사.


아마데우스 중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만남 (영어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ciFTP_KRy4



아마데우스 중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만남 (불어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9Ke8roT_c_0


아마데우스중에서 살리에리가 묘사한 모차르트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xYHJRhRym1U


아마데우스중에서 모차르트음악에 대한 살리에리의 회상

https://www.youtube.com/watch?v=l2WALIes_84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https://www.youtube.com/watch?v=IA88AS6Wy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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