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수다 두 번째
여덟 번째 수다 두 번째
- 모차르트 VS 베토벤 (2)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음.. 그리고 베토벤과의 비교..
암튼, 모차르트는 완전히 다른 음악들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었는데..
음. 어느 날 조금 변화가 생겼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다가 든 생각인데..
음.. 그러니까.
누가 위대한지는 별개로 하고.. 논외로 하고
'"작곡을, 누가 작곡을 더 잘했나?"라고 물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어...
즐겨 듣던 팟캐스트,
클래식 팟캐스트가 있었어
신선하고 흥미로운 시각이랑 자세한 자료조사 등등이 맘에 들어서 즐겨 들었는데
거기에서 언젠가 말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한 출연자가 그러는 거야
"말러는 지휘를 잘했지, 작곡은 못하지 않았나요?"
난 내 귀를 의심했지
'뭐라고?'
요놈 봐라 ~
아주 맹랑한 녀석일세 했지..
감히 말러 선생이 작곡을 못한다고?
맹랑한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음.. 뭐랄까..
배짱 있는 말이기도 하네.라고 누그러뜨려졌다가
급기야
음..
맞는 말도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어..
유학시절에
파리에서 정명훈 선생께서
라디오 프랑스 필을 이끌고 말러 전곡 연주를 하셨거든
음. 난 슈퍼 아르바이트한 돈으로다가 콘서트엘 갔었어
세 번인가 몇 번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암튼..
음..
곤욕이었지..
당최 이해가 안 가는 말러의 음악을
2시간씩 앉아서 듣는다는 것은..
아는 부분은 5번 4악장 아다지오뿐인데..
지금 들으면 좀 나도 늙어서 더 재미있었을 텐데.
당시엔 정말 고문이었어
맞아 말러 곡은 어려워
잘 썼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베토벤은
왠지 들으면 들을수록
참 잘 썼다... 는 생각이 들어
난 음악 전공자가 아니니
학문적으로 설명할 줄 모르는데..
그냥 드는 느낌이 그래..
템포가 장군 같고 박진감 있으면
바이올린 독주의 선율은
백조 같이 가녀리다고 해야 하나
암튼, 쿵쾅거리는 것 같다가도
더블베이스 같은 아주 푹신하고
솜털 같은 뭉개뭉개한
부드러움으로 감싸주는 듯한 느낌도 들고
왜 그런 게 있잖아
바이올린 협주곡이니까
오케스트라가 꽝꽝꽈꽈! 하고 판을 깔면,
바이올린이 마치
발레리나처럼 춤을 추는 것 같은..
이런 구조에서 보면,
분명 인간이 만든 구조안에 갖추어진 음악인데
참 멋있고 아름답게 잘 만들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거..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유현준 교수가 이야기하잖아
재료가 일정하면 아름답다고
그분은 건축과 교수신데
베토벤 듣다 보면,
정말 건축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시작할 때 아주 자세히 들으면
북 같은 거 있잖아
탬버린인가?
그 둥그런 북으로
'퉁퉁 퉁퉁'
하고 네 번 치거든
그런데 1악장 듣다 보면,
그렇게 '퉁퉁 퉁퉁' 네 번 쳤듯이
'꽝꽝꽝꽝' 하고,
그 첫 네 번의 템포를 기억나게끔 하는 대목들이 나와
반복인 것 같긴 한데..
마치 어떤 주제를 상기시켜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러니까
난 그냥 집을 짓는 느낌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콩콩콩콩' 못을 박고 기둥을 세우로 창을 달고
지붕을 덮고 그 안을 무언가로 가득 또 채우고..
그런 멋진 조형물 같은 건축을 세우는 그런 느낌..
베토벤에겐 있지 않은가.. 란 느낌..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공쳤네.. 손님이 정말 없네..
수다나 계속^^
암튼, 베토벤의 곡들을 듣다 보면,
어쩌면 저렇게 딱 맞는 악기를 골랐을까? 란 생각이 들었어
낮게 깔리는 부분엔 늘 더블베이스나 첼로가 나타나서
움푹 ~ 안아주는 것 같았고
그러게 솜털 같은 부드러움 속에 아주 가녀린 부분은
바이올린이나 비올라가 나타나고
그 악기에 가장 어울리는 그 음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를 선택해 둔 것 같았어
아..
그래서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어쩌면,
모차르트는 음악 자체였고,
인간으로서 음악을 ‘작곡’한다고 했을 때는
음.. 베토벤이 더 잘한 거 아닐까.. 란 생각이 든 거야..
모차르트에겐 쪼금 미안하지만..
베토벤은 정확히 밑그림을 그리고
하나씩 건설해 나간 느낌이 드는 거고
모차르트는 그냥 주르륵 나오는 데로
받아 적으면 음악이 되는 거지..
그러니 누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겠는데
작곡을 의식적으로 누가 잘했냐?라고 하면
음.. 살짝 베토벤으로 기우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서 얻은 결론이었어..
그래도 받아 적은 느낌의 작곡가는 또 있어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
첫 부분이 딱 베토벤이랑 달라
베토벤은 탬버린, 맞나? 그니까 그 북을 네 번 치고
‘라~시라 솔 파미레 도레미~’ 하고서 시작해
'라'에서 하나 올라가서 '시' 그리고 다시 내려와서 '라-솔',
계단을 하나 올라갔다가
내려오듯이 의식적으로 시작하는 거야
그런데 차이콥스키는
‘파미레라레미파 라솔#라~’로 시작하거든
첫음이 내려오는 거야 그리고 다시 올라가
베토벤은 줄곳 디딤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건설하는 느낌이라면
차이콥스키는 마음을 내려놓듯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같았어
베토벤은 1악장에서 강하고
구조적인 건물을 세워놓고
2악장에 자유로운 필치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고
아, 건물이라기보다
큰 캔버스 틀을 만들었다고 할까?
암튼, 그렇게 의식적으로 구조적인데,
차이콥스키는 1악장부터
감정을 풀어놓는 것 같았어
그래서 오히려 일반적으로 서정적이고 부드러워서
사람들에게 많이 기억되는 2악장보다
1악장이 더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지기까지 해..
1악장이 더 무거워 진거야, 계획이 없던 거 아닐까?
조금 내 멋대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
바이올린 협주곡을 모조리 듣고서
한번 비교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이고 그러면 얼마나 더 운전을 해야 하려나?^^
그런데 부끄러운 건, 아니 재밌는 건
아직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제대로 못 들어봤어^^
어제 정경화 선생님 인터뷰를 듣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들어보아야겠어
결국 요즘 골몰했던 주제였던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은
베토벤이 약간 더 작곡 잘한 것으로 판명 났는데,,
음.. 그렇다고 모차르트가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겠지?
이대목에서 생각나는 건 모차르트와 류현진이야.
너무 길었다.
일 좀 하고 이다음에 마저 쓸게!
안녕~!
-파리의 우버 운전사
*바이올린 협주곡과 가장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 = 영화 '더 콘서트'의 마지막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hnaFuTtNXjE
그리고,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쥴리아 피셔
https://www.youtube.com/watch?v=ovFPKu00cCc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쥴리아 피셔
https://www.youtube.com/watch?v=ZrpBU-Jww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