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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전승자,
그리고 기생

파리에서 본 세상

-1천억이나 되는데 아깝지 않으십니까?

-1천억? 백석 시 한 줄만도 못하더라.


시인을 사랑했던 한 여인의 말이다.

각색된 거짓이야기라는 설도 있지만,

혹여, 소설처럼 지어진 이야기라고 해도,

아름다웠다.

시 한 줄만 못하더라...


이 말을 했다고 일컬어지던 사람의 신분은 기생이었고,

한낯 기생으로 1천 억대의 기생집을 선뜻 내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긴 절이 바로 지금의 길상사다.

기생의 본명은 김영한,

시인 백석이 지어준 예명은 자야,

그리고 길상사를 기증받은 법정스님이 지으신 그녀의 법명은 길상화다.

허니, 요정집, 기생집 대원각이라는 진흙밭에서 핀 연꽃이 길상화와 길상사인 셈이다.


예수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는 자들에게,

너희들 중 죄가 없는 이들이 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돌을 들지 못했다.


권력 앞에서 들러리를 서야 했던 예인들을 두고

기생집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국회의원의 수준이나,

그 말에 발끈해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예인들의 무지함이나,

그 수준의 천박함이 도긴개긴이다.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계층인 사람들을,

그 누구보다 대변해주어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 아닌가?

몸을 팔거나 재능을 팔거나, 모두 자신이 가진 것을 팔뿐 아닌가? 누가 누구를 모욕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예인이라면 그 누구보다 가장 소외된 약자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 아닌가?

그리고 이미, 권력 앞에서 놀아난 자신들의 모습엔, 부끄러움이 없는가?


무용가 홍신자가 인도의 오쇼 라즈니쉬와 만났을 때,

라즈니쉬는 홍신자에게 춤을 쳐 보라고 말했다.

홍신자는 일어나서 춤을 추었고,

춤이 끝나자 라즈니쉬는 말한다.


-너는 춤을 출 운명을 타고났다.

그러나, 너는 그 춤 자체를 위해 추어야 한다.

부나 명예나 권력, 다른 어떤 것을 위한 것이 아닌, 그 춤 자체를 위해 추거라.

춤추는 자는 사라지고,

그 춤만 남게 하라...


무형문화재 전승자가 무어가 대단한가?

이미 그 춤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춤을 추었다면,

이미 그것은, 그 무엇보다 부끄러운 행위가 되고 말았는데, 무슨 사과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그 기세에 눌러 사과하는 국회의원은 또 뭔가...


시대의 천박함이 끝이 없다.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의 천박함이,

가장 소외된 신분의 이들보다 못하다...



(ps1

백석과 자아의 이야기를 두고 '진위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것은 하나의 '픽션' 소설이 되는 셈이다.

만약 그렇다면, 아름다운 소설 아닌가?


ps2

지난 정부의 지난시절의 이야기다.

지난 정부의 역사는 잊고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철저히 반성해야 할 과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이 말은 출처가 불분명하다.)

정부가 하나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내란세력은 건제하고, 검찰은 더할 나위 없이 뻔뻔하다.

과거는 철저히 반성되어야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141547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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