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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필요한 이유(2/3)

파리에서 본 세상

먼저, 백남준 선생과 김용옥 선생의 대화 한 대목을 들어보자.


장면 #01 백남준과 전기차


30년 전, 백남준과 김용옥이 대화를 나눴다.

그 한 대목이다.


김용옥(이하 김)-

"당신은 도대체 인류문명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백남준(이하 백)-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겠다.

문명의 시나리오는 현재 뉴클리어 퓨전(nuclear fusion)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까지의 핵 이용방식은 뉴클리어 피션(nuclear fission)인데, 이놈의 피션은 천년, 만년가는 똥이 생긴다. 뉴클리어 퓨전은 쉽게 말하면 인공태양을 만들겠다는 얘긴데 이것이 성공할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안다."


김-"결국 문명의 미래는 에너지 이용방식에 달려 있다는 얘긴가?"


백-"그렇다. 우리 문명은 결국 석탄 문명이다. 석유는 발견된 지 얼마 안 된다. 세계 일, 이차 대전이란 결국 석유자본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김-"뉴클리어 퓨전에 의하지 않는 다른 방식의 해결방안은 없는가?"


백-"많은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하이드로겐 카 (hydrogen car)는 다 실험이 끝났고 실용 단계에 들와와 있다. 그런데 석유자본에 의한 현체제가 이의 사용을 막고 있다. 가솔린보다 에이피언시 (efficiency)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허니 우린 일제시대 때 목탄으로 때면서 자동차를 굴린 경험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문명은 약간 뒤로 주춤하기 마련이다."(김용옥의 석도 화론 중에서, 260p)


위의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1992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이다. 얼마 전, 아우디 전기자동차 광고를 처음 보았다. 같은 날 볼보는 향후 100%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30여 년이 지나서야 하이드로겐 카를 넘어 '전기차 시대'가 온 것이다. 30여 년 전에 백남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그런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까?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방면에 해박한 백남준에 놀란 김용옥은 묻는다.


김- "당신은 나만큼 아카데믹한 훈련을 받은 공부 버러지는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박식한가? 지식의 흡수방식은?"

백-"난 당신처럼 그렇게 심각한 공부나 독서를 하지 않는다. 내 지식원은 대강 '신문'이다. 그런데 신문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뉴욕타임스'만 읽어도 우리나라 학자들 서재에 쌓여있는 책의 정보보다는 더 명료한 세계사의 인식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삼대 정보 탱크가, 슈피겔(Spiegel), 씨아이에이(CIA), 미쯔비시(Mitsubishi)다." (김용옥의 석도 화론 중에서, 260p)


백남준이 얻고 있는 정보의 원천이 겨우 '신문'이었던 것이다. 

언론이 갖고 있는 '힘' 이전에 중요한 '역할'은 바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의 전달'이다. 그리고 이런 언론이 인정과 지지를 받을 때 신뢰도는 올라가고 올라간 신뢰도로 자본이 쌓이면, 돈을 넘어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이게 된다 그리고 더 정확하고 새로운 정보가 쌓이고 다시 신뢰와 지지가 이어지며 굴러가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 서울 및 경기지역 라디오 청취율 조사의 압도적인 1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왜일까? 그냥 재미있아서? 물론 재미있다. 개스트를 마구 다루는 진행자와 그의 입담이 끄는 재미는 분명 존재한다. 나꼼수 시절부터 인기의 비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 '재미'인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재미'만으론 압도적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없다. 허당인 경우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 없이 속이 알차지 않은 경우 청취자나 독자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이토록 채널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감각은 최고의 수준에 올라있다.

그래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야 겨우 주목을 받는 시대가 오늘이다. 그런 정보전쟁의 정글에서 김어준이 강한 이유는, 정확한 정보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분석, 그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 '김어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쏟고 있다. 마치 몇조나 되는 돈을 강바닥에 퍼부어대며 삽질을 하고 몇십조짜리 녹차라테를 만들듯이, 그 표창장이 뭐라고 1년을 넘게 그 수많은 언론의 소위 공부했다는 고급인력들이 100만 건에 이르는 '이야기'를 '기사'라는 이름으로 '소설'같이 써 내려갔다. '조국 사태', 이 '명명'부터 수정해야 한다. '조국 사태'가 아니라, '검찰에 의한 조국 일가 린치 사건'이다. 범죄를 잡아야 할 검찰이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던 셈이다. 이것은 정치권에서 제도적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다. 언론은 이제 좀 이런 소모적인 논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김어준이 필요한 이유이다.

언젠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권력과 돈을 향한, 영화 같은 분쟁들이 정리가 되고 나면, 그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철학자 김용옥 선생의 말씀처럼 이토록 고도로 발달된 첨단의 시대에 이제 '삽질'좀 그만하고 우리는 무엇을, 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것이 김어준이 필요한 이유이고, 그 이유에서 미래에 대한 '바람'도 나온다.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라는 '정치의 지평'을 넘어, 어쩌면 '월말 김어준'과 함께 그는 이미 시작했는지도 모를.. 그가 언젠가 했던 말처럼..


"공부해야 돼, 아니면 자유한국당 돼"(다스뵈이다 중 김어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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